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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이 가는 계절을 못내 아쉬워하는 가을이 건드린 탓일까? 구름 아래 들어앉은 ‘만추(晩秋) 의 산사’ 목탁소리가 청아하기 그지
없다. 어깨에 살포시 내려앉은 뒤늦은 단풍을 털어내며 낙엽 쌓인 솔숲 길을 걷는다. 바스락바스락, 그리고 계곡에 울려 퍼지는
비구니들의 독경소리…. 적막하고 고요하면서도 운치 있는 늦가을의 산사에 발길이 멈춰 선다. 이 곳은 어머니 품속처럼 포근한
대지 위에 옹기종기 둘러선 ‘비구니의 도량’, 운문사다.
천년의 세월을 지킨 비구니 도량 ‘운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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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문사와 마주할 무렵, 낡은 기와로 만든 나지막한 담장에 또 한번 넋을 잃는다. 천년의 시간을 함께 한 늙은 기와의 모습은 타 사
찰과는 확연히 비교될 만큼, 독특한 아우라에서 풍겨나오는 깊이감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그 속에 고이 들어선 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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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갓집 솟을대문처럼 생긴 범종루 밑을 통과하니 바로 운문사의 마당이다. 신라 진흥왕 18년에 창건된 고찰인 운문사는 한때
2000여명의 승려가 수도하던 대찰이었다. 특히나 이곳은 이름난 법승들이 수도했다고 전해진다. 신라 삼국통일의 원동력인 세
속오계를 전한 원광국사와 삼국유사를 지은 일연 선사가 오랫동안 머물기도 했다고. 현재는 260명의 학승들이 4년간 엄격한 교
육을 마쳐야 정식 비구니가 되는 우리나라 최대의 비구니 교육기관인 ‘승가대학’ 이 자리할 만큼 전국에서 다섯 군데 있는 비구
니 총림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오체투지 하는 듯 땅에 내려놓은 몸, 처진 소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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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 깊은 고찰답게 경내에서는 천연기념물 180호인 처진 소나무와 금당 앞 석등을 비롯해 대웅전, 삼층석탑과 원응국사비,
비로전 등 다양한 보물을 만날 수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만세루 앞 천연기념물인 처진 소나무. 족히 400년이 넘는 세월
을 버티어 온 이 노송은 마치 부처를 향해 오체투지를 하는 것처럼 가지를 모두 내린 기이한 모습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신기하게도 특별한 영양제를 주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해마다 솔방울이 달리고 새가지가 뻗는 등 사계절 내내 푸르름을
유지한다니 감탄치 않을 수가 없다. 과연 부처의 보살핌과 은혜가 아니라면 상상도 못할 일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운문사
에서는 이 소나무를 위해 매해 음력 삼월 삼짇날(음력 3월 3일)이면 막걸리 공양을 한단다. 비록 한 그루의 나무이지만 그 생명
을 귀중히 여겨 12말 막걸리를 나무에게 뿌려준다는 것이다.
가장 경건하고 장엄한 소리 … 비구니 저녁 예불에 마음 씻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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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율이 엄격하기로 유명한 운문사는 그래서인지 심우정을 비롯해 곳곳이 비구니 수량전으로 일반인들의 출입이 통제된다.
또한 운문사의 학승들은 일일부작(一日不作) 일일불식(一日不食), 즉 하루 동안 일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는 백장
청규를 받들어 지독하리만치 철저히 실천하는데, 주로 밭에서 일하며 주경야독의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이는 단순히 자급
자족이 아니라 번뇌망상을 끊는 수행의 하나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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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5시 반. 해가 늬엿늬엿 질 즈음, 조화로운 절집 들 사이로 흰 고무신을 신은 비구니 스님이 어디론가 바삐 걸어간다. 바로
저녁예불을 드리기 위해서다. 운문사 최고의 보물은 바로 이 같이 불가의 예법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운문사의 저녁예불도 그
렇지만 특히나 새벽예불은 그 청정함과 웅장함으로 보는 이들을 압도한다. 범종루에서 중생들의 깨우침을 알리는 법고가 울린
다. 이어 범종, 목어, 운판 사물이 차례대로 울리고나면 대웅전에서 예불이 시작된다. 흐트러짐 없이 정진하는 예비스님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경건해지는 마음. 장엄한 울림이 운문사를 울리고, 또한 중생들을 울린다.
반건시를 이용한 와인 … ‘감와인 터널’ 데이트 코스로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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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도의 운문사 말고도 늦가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것은 바로 청도의 ‘감’ 이다. 예로부터 감나무만 무려 30만주에 달하는
청도는 상주와 함께 국내 최대의 감마을로 유명하다. 청도의 감은 단감도 많지만 반시가 가장 역사가 깊고 유명하다. 반시란
씨 없는 감으로 임금님 진상품이었다. 청도와인(주)에서 청도 특산물인 반시 감을 이용해서 와인까지 만들었다. 와인이라면
포도를 숙성해 만드는 것이 보통이지만 이곳의 와인은 감이 주원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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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뿐 아니다. 남성현 송금리 경부선 열차가 다니던 열차터널을 개조해 와인숙성과 카페로 변신시켜 화제가 되고 있다. 총 1.01km길이에 높이 5.3m, 폭 4.5m 규모로 15만병이 넘는 와인을 저장, 숙성하고 있는 와인터널은 바깥 온도가 영하에 달하더라도 연중 14~16도의 온도와 60~70%의 습도를 유지해 와인숙성 및 보관에 최적지로 꼽히고 있다. 특히나 이 감와인은 2005년 부산 APEC정상회의 참가대표단 리셉션 만찬주로 선정되기도 하는 영광도 얻었다. 감와인의 종류는 3가지로 초심자용 레귤러와인(1만8천원)과 고급형 스페셜와인(2만5천원), 그리고 아이스와인(8만9천원)이 있다. 레귤러와인은 한국 사람의 입맛에 맞게 떫은맛을 줄이고 달콤함을 강조했다. 서리 맞은 감을 이용해 만드는 아이스 와인은 가장 달콤한데 낭만적인 분위기를 원하는 연인들에게 제격이다. 이곳에서는 시음과 함께 와인을 구매하는 것은 물론 구매한 와인을 카페에서 즉석으로 즐길 수도 있어 데이트 코스로도 아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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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팁>
◎ 청도 가는 방법
1) 자가 : 경부고속도로, 중부내륙고속도로→신대구~부산간고속도로→청도 나들목.
2) 기차 : 서울역 - 동대구역 -환승 - 청도역
◎ 운문사 가는 방법
* 경부고속도로 건천IC - 청도방면 20번국도 - 25km - 운문댐에서 좌회전 - 69번 지방도로 - 운문사
* 밀양 - 언양 방면 24번 국도 - 석남사 입구 - 69번 지방도 - 운문령 - 운문사
◎ 숙박 및 먹을거리
1) 숙박 : 물 좋기로 소문난 용암온천수가 객실까지 공급되는 28개의 객실을 갖춘 용암웰빙스파(054-371-5500)관광호텔이 있다.
2) 먹을거리 : 청도역 근처 추어탕집이 많다. 그중에서도 자연산청도추어탕(054-371-5510), 원조할매추어탕(371-2349)집이 유명하다.
◎ 여행문의 : 청도군청 문화관광과(tour.cheongdo.go.kr)/(054)370-6371.
- 글, 사진 : 한국관광공사 국내온라인팀 손은덕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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