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테마 ~!!

부안 마실길 "바닷바람 쐬며 모래갯벌 길 자박자박"

코알㉣r 2012. 6. 16. 23:48

4개 코스 총 66㎞ 다양한 볼거리
검은 돌 켜켜이 채석강 절경
내소사 전나무 숲길 상쾌

전북 부안은 서해안을 대표하는 명소 중 하나다. 빼어난 풍광을 자랑하는 변산반도 국립공원이 위치한 데다 새만금 간척사업에 힘입어 새롭게 부상하는 곳이다. 청정바다에서 채취한 김, 서해에서 갓 잡아 올린 주꾸미와 갑오징어 등 먹을거리가 풍부하다. 조선시대 암행어사 박문수도 이곳의 풍요한 자연자원을 빗대어 '생거부안(生居扶安)'으로 불렀다. 채석강, 서해안 낙조, 새만금 방조제, 내소사, 곰소염전은 관광객이 즐겨 찾는 명소다. 부안 주민들은 올해가 문화체육관광부가 정한 '전북방문의 해'인 만큼 여행객들에게 여수세계박람회 구경 가는 길에 꼭 들러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또 이곳은 최근 걷기 열풍을 타고 걷기 체험 코스인 마실길이 인기다. 제주에 올레길이 있고, 지리산에 둘레길이 있으면 부안에는 마실길이 있다고 자부한다. '동네에 마실을 다녀온다'는 기분으로 즐겁게 걷는 길이라고 해서 마실길로 지어졌다.





부안 마실길 방문객들이 긴 행렬을 지어 걷기 행사를 하고 있다. 해안선을 따라 해풍을 맞으며 걷는 기분이 상쾌하다.





채석강 전경. 거대한 층계가 보는 이에 따라 시루떡 더미로 보이기도 하고, 책 더미로 보이기도 한다.

마실길 길이는 총 66㎞. 1구간인 새만금 전시관∼격포 18㎞, 2구간 격포항∼모항 갯벌체험장 14㎞, 3구간 모항 갯벌체험장∼곰소염전 23㎞, 4구간 곰소염전∼부안자연 생태공원 11㎞로 구성돼 있다. 해안선을 따라 해풍을 맞으며 걷는 코스다. 물이 들어오면 갯가 길로 걷고, 물이 빠지면 모래갯벌을 걸으면 된다. 구간마다 오묘한 자연의 신비를 간직한 다양한 볼거리들로 긴 길이 지루하지 않다. 마실길 상당 구간은 군인들이 지키던 초소길이다. 이곳을 지키던 군인들은 2007년 노무현 정부 때 대부분 철수했으나 아직도 빈 벙커와 초소가 군데군데 남아 있다. 군대를 다녀온 이들에게는 아련한 철책 근무의 추억을 떠올릴 수도 있을 듯하다. 여기에다 발밑에서 들려오는 파도 소리는 걷기 체험의 보너스다.

마실길 2구간의 출발점에 있는 채석강은 특히 인상적이다.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13호인 채석강은 강이 아니다. 해안침식으로 생긴 시루떡 모양의 해안절벽(1.5㎞)을 말한다. 중국 당나라 때 이태백이 즐겨 찾았던 채석강과 흡사해 이름이 지어졌다. 닭이봉(86m) 아랫도리를 감아 도는 채석강은 서해 바닷물이 억만년 어루만져 다져놓은 석작(石作)이라 할 수 있다. 보는 이에 따라 거대한 시루떡 더미로, 또는 수천 권의 책 더미로 보이기도 한다. 채석강 절벽 아래 바윗돌은 칠흑처럼 검은색이다. 검은 돌은 흑진주처럼 반들반들하다. 특히 이곳은 '붉은 홍시가 바닷물에 후루룩 잠긴다'고 표현되는 낙조가 일품이다.

이곳 방문객이 빼놓아서는 안 되는 곳이 내소사다. 마실길 3구간 곰소염전 가는 길에 만날 수 있다. 백제 무왕 34년에 혜구두타가 이곳에 절을 세워 큰 절을 대소래사, 작은 절을 소소래사라 했다. 지금의 내소사는 소소래사이다. 이 절의 대웅보전은 조선 인조 때 청민선사가 중건했다. 단청솜씨가 빼어나고, 연꽃문양으로 조각한 문격자의 아름다움은 감탄을 유발한다. 경내에는 고려 동종, 법화경절사본, 설선당과 3층 석탑 등의 문화재를 간직하고 있다. 당나라 소정방이 이곳에 들러 시주를 해 내소사로 이름이 지어졌다는 설과 관련해, 기자 일행을 안내하던 문화해설사는 "전혀 근거가 없고 시기적으로 맞지 않다"고 펄쩍 뛰었다.





내소사 입구의 전나무 숲길. 광릉 수목원. 오대산 월장사와 함께 국내 3대 전나무 숲으로 유명하다.

내소사 초입부터 펼쳐지는 전나무 숲길은 내소사의 자랑이다. 방문객은 코끝으로 전해오는 상쾌함으로 기분이 절로 좋아진다. 피톤치드를 내뿜어 건강에도 좋은 데다 어머니의 품과 같은 느낌으로 안식도 준다. 광릉 수목원, 오대산 월정사와 함께 국내 3대 전나무 숲으로 알려져 있다.

해수욕장도 여러 곳 있다. 고사포·격포·모항·상록·위도는 여름 피서철을 앞두고 벌써 손님맞이에 분주하다. 일행이 찾은 고사포 해수욕장에서는 장정들이 후리그물로 물고기를 잡느라 여념이 없었다. 몇몇 아낙은 복 중에 최상품이라는 졸복을 바구니에 가득 담은 채 가벼운 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고사포해수욕장과 썰물 때 연결되는 하섬은 새우(鰕) 모양을 한 작은 섬이다.

마실길 3구간에 있는 곰소항은 곰처럼 생긴 두 개의 섬과 그 섬 앞바다 깊은 '소(沼)'를 아울러 부르는 이름이다. 여기소 안쪽으로 조금 들어가면 우반동이다. 혁명아 허균(1569∼1618)이 즐겨 찾은 곳이다. 1601년 7월, 부안기생 매창(1573∼1610)은 허균과 처음 만나 시와 인생을 논했다. 허균은 이곳에서 '홍길동전'을 썼다. 소설 홍길동전의 이상향 율도국 모델은 바로 변산 앞바다에 있는 섬 '위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