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장 열화당
<사진촬영 : 여행작가 오주환>
위 치 : 강원도 강릉시 운정동 431
방문을 열면 지붕 위에 걸린 하얀 구름이 눈에 와 닿고, 날렵한 처마 곡선을 훑고 지나는 바람이 귓전에 울린다. 밤이면
창호문에 은은한 달빛이 새어든다. 별빛이 가득 쏟아지는 마당에서 돌담을 따라 거니는 일은 한옥에서 경험하는 특별한
시간이다.
강릉 선교장은 강원도에서만 아니라 이 땅의 전통 한옥 중에서도 원형이 가장 잘 유지된 집이다. 안채, 동별당, 서별당,
열화당, 활래정 등 100여 칸이 넘는 우리나라 최대의 살림집 면모는 그대로다. 집 뒤로 수백 년은 족히 됐음직한 노송들이
우거진 숲을 이루고, 긴 행랑 사이로 날아갈 듯 사뿐히 치켜 올린 고옥의 추녀가 집의 역사를 대변해 준다. 집 구석구석 예
스러움이 묻어나고, 특별히 치장하지 않아도 집안 내력에서 풍겨나는 향기만으로 충분히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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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선교장을 지은이는 조선 세종대왕의 둘째형인 효령대군의 11세손 이내번이라고 한다. 그가 이곳에 터전을 마련하게
된 데에는 기이한 일화가 전한다.
“충주에 살던 이내번은 아버지가 죽자 어머니 안동 권씨와 강릉으로 옮겨왔다. 처음에는 경포대 부근의 저동에 기반을 잡
고 가산을 일으킨 이내번은 후대가 번성할 터전을 찾게 되었다. 하루는 집터를 찾고 있는데 어디선가 족제비가 한 마리씩
나타나더니 조금 뒤에는 한 무리를 이루어 서북쪽으로 몰려갔다. 이를 신기하게 여겨 그 뒤를 쫓던 이내번은 자신도 모르
는 사이에 울창한 숲 속에 들어가게 되었고, 숲 속의 경치가 아름다워 집터로 삼고 선교장을 지었다”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의 전승으로 족제비는 선교장의 귀한 손님이 되었다. 그래서 선교장의 주인들은 이따금씩 족제비를 위해 뒷산
에 다 먹이를 주고, 앞마당에 족제비가 나타날 때는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없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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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선교장을 지키는 이는 이내번의 9대손인 이강백 씨다. 그는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허물어져가는 선교장을 새
롭게 중흥시킨 장본인이다. 집안 곳곳을 새롭게 단장하고 여행자들이 한옥체험을 하며 편히 쉬어갈 수 있도록 홍예헌,초정,
초가 등 새로운 건물도 지었다. 한옥이라면 으레 불편할 것이라 생각하는 이들을 위해 겉모습은 옛 것을 유지한 채 실내에
부엌, 샤워실, 화장실을 모두 갖춰 내 집처럼 편안하도록 꾸몄다. 아무리 역사가 깊고, 전통이 있는 한옥이라도 사람들이
불편해 하면 한옥체험의 취지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덕분에 선교장을 찾는 여행자들은 한옥의 정취를
느끼면서 편안하게 쉬어갈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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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장에 머무는 동안에는 지루할 겨를이 없다. 다도, 한과 만들기, 떡 만들기, 서예 등등 다양한 전통 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는 탓이다. 미리 예약을 하면 언제든지 우리 것에 대한 공부를 한옥에서 할 수 있다. 체험이 아니라도 집을
둘러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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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장은 동별당과 안채가 하나의 주택을 이루며, 사랑채인 열화당은 손님을 맞이하는 공간으로 또 다른 집을 형성한다.
드나드는 문도 각기 다르다. 두 구역 사이는 서별당이 중재를 한다. 서별당은 서재로 활용하며 집안의 아이들을 교육하던
곳이다. 밖에서 보면 궁궐에서나 볼 수 있음직한 긴 행랑이 늘어섰다. 안채는 마루가 낮고 마당이 좁은 반면에 사랑채인
열화당은 마루가 높고 마당이 널찍하다. 이는 추운 북쪽 지방의 폐쇄성과 따뜻한 남쪽 지방의 개방성이 복합된 독특한
아이템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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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눈에 띄는 건물은 열화당과 활래정이다. 열화당은 이내번의 손자인 오은거사 이후가 지었다. “세상과 더불어 나를 잊
자. 어찌 다시 벼슬을 구할 것인가. 친척들의 정다운 이야기에 기뻐하고 거문고와 책을 즐기며 우수를 쓸어버리리라”는 도
연명의 ‘귀거래사’ 중 “열친척지정화(悅親戚之情話, 친척들의 정다운 이야기에 기뻐하고)”란 구절에서 이름을 땄다고 한다.
현재 열화당은 작은 도서관으로 꾸며져 체험객들이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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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장 앞에는 네모난 연못과 활래정이란 소담스런 정자가 자리한다. 연못과 정자는 이곳을 방문한 사람을 제일 먼저 반기
고 가장 나중에 배웅을 한다. 연못에 연꽃이 가득할 때 주인은 지기들과 함께 술잔을 기울이며 정을 나눴을 것이다. 옛날
선비들이 풍류를 즐기던 이곳에서 한옥체험자들은 다도를 배우며 정자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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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을 이야기 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신사임당과 율곡 이이다. 오죽헌은 율곡의 외가이자 신사임당의 외가다.
신사임당이 먼저 이곳에서 태어났고, 율곡도 이곳에서 태어나 5세 때까지 성장했다. 검은 대(烏竹)가 많아서 ‘오죽헌’이라
불리는데, 신사임당이 율곡을 가질 때와 출산할 때 모두 용꿈을 꾸었기 때문에 율곡이 태어난 오죽헌 안채에는 오늘날
‘몽룡실’이라는 문패가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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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장에서 바다를 향해 가다보면 제일 먼저 경포호와 경포대를 만난다. 관동팔경 중 으뜸으로 꼽히며 하늘, 호수, 바다,
술잔, 님의 눈동자에 다섯 개의 달이 뜬다는 명소다. 경포대에 올라 바라보는 경포호의 정취가 아름답고, 겨울철에 철새
들의 날갯짓이 더해져 호수는 생동감이 넘친다. 호수 한 켠엔 ‘홍장암’이라는 바위가 있는데, 이곳엔 강릉 기생 홍장과
강원도 안렴사 박신과의 사랑이 깃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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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포대 옆 참소리축음기·에디슨과학박물관은 인류가 소리를 듣고 나누기 위해 노력한 과학 열정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17개국에서 만든 축음기 4,000여 점 가운데 1,400여 점의 축음기와 음반 15만 장, 그리고 8,000여 점의 음악 관련 도서
자료들이 진열되어 있어, 100년 소리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미국 워싱턴에 있는 에디슨박물관보다도 에디슨이 만
든 축음기 진품들이 더 많이 진열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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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순두부마을에 위치한 조선 중기의 여류작가 허난설헌이 태어난 생가도 좋은 여행지다. 고풍스러움이 느껴지는 평범
한 양반 가옥이지만, 남녀의 구별이 엄격하게 지켜진 가옥 구조가 이채롭다. 특히 집 뒤로 경포호까지 이어지는 솔숲은
허난설헌 생가를 찾게 만드는 요소다. 쭉 뻗은 소나무들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는데 한낮에도 새벽을 맞는 기분이 들
정도로 분위기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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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일여행코스>
오죽헌→선교장→경포대→경포호→참소리축음기·에디슨과학박물관→허난설헌생가
<1박2일 여행코스>
첫째날
오죽헌→경포대→경포호→참소리축음기·에디슨과학박물관→선교장
둘째날
경포해수욕장→허난설헌생가→커피박물관→하슬라아트월드→정동진
<여행정보>
-관련 웹사이트
강릉 관광홈페이지 tour.gangneung.go.kr 또는 gntour.go.kr
선교장 www.knsgj.net
오죽헌 www.ojukheon.or.kr
참소리축음기·에디슨과학박물관 www.edison.kr
호텔현대 경포대 www.hyundaihotel.com
경포비치호텔 lekyungpobeach.co.kr
포시즌비치관광호텔 www.four-seasons.co.kr
래미안펜션 www.raemianpension.com
힐스 파이브 www.hills5.com
-문의전화
강릉시청 관광과 033)640-5125
선교장 033)646-3270
오죽헌(종합관광안내소) 033)640-4457
참소리축음기·에디슨과학박물관 033)655-1130~2
-대중교통
버스
서울고속버스터미널-강릉고속버스터미널 약 2시간 20분 소요. 20분 간격
자가운전
영동고속도로→강릉 IC→선교장
-숙박정보
호텔현대 : 경포대 강릉시 강문동, 033)651-2233
경포비치호텔 : 강릉시 강문동, 033)643-6699
포시즌비치관광호텔 : 강릉시 안현동, 033)655-9900
휴심펜션 : 강릉시 저동, 033)642-5075
래미안펜션 : 강릉시 사천면 석교리, 033)645-4567
힐스 파이브 : 강릉시 연곡면 삼산리, 033)660-5000
-식당정보
예원연안간장게장 : 강릉시 회산동, 간장게장정식, 033)647-1220
농촌순두부 : 강릉시 강문동, 초당두부, 033)653-0811
토담순두부 : 강릉시 초당동, 초당두부, 033)652-0336
민속 옹심이앤막국수 : 강릉시 지변동, 옹심이, 033)644-5328
교동반점 : 강릉시 교동, 짬뽕, 033)646-3833
은파횟집 : 강릉시 강문동, 생선회, 033)653-9565
-축제 및 행사정보
경포해돋이축제 2011년 12월31일~2012년 1월1일 033)640-5127
정동진해돋이축제 2011년 12월31일~2012년 1월1일 033)640-5127
-주변 볼거리
주문진항, 정동진, 하슬라아트월드, 대관령자연휴양림, 통일공원함정전시관, 커피박물관, 굴산사지 당간지주
관련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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