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테마 ~!!

구불구불 돌다리 맨발로 건너면 싱그러운 강바람 솔솔

코알㉣r 2012. 7. 19. 22:13

구불구불 돌다리 맨발로 건너면 싱그러운 강바람 솔솔

 

장흥 탐진강·득량만
이청준·한승원 고향… 문학관광기행 특구
무인도 소등도는 일출·월출의 명소
남도 끝자락 정남진서 27일부터 물축제

 


 

수많은 여행명소가 널려 있는 우리나라 남해안에서 전남 장흥은 몇 년 전만 해도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는 여행지였다. 인접한 전남 보성과 강진이 각각 차밭과 다산초당 등으로 명성을 날릴 때도 장흥은 제대로 관심을 받지 못했다. 그러다 서울 광화문의 정남쪽(장흥군 관산읍 신도리 518-15)에 자리한 '정남진'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며 조금씩 인지도가 높아지게 됐다. 요즘에는 정남진 일출맞이·제암산 철쭉·천관산 억새·억불산 편백수림이 외부에 널리 알려지고, 소설가 이청준·한승원 등의 작품세계를 테마로 하는 문학관광 기행특구로 지정되며 매년 관광객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시원한 물을 찾게 되는 피서철에도 장흥은 매력적인 여행지다. 여름 장흥은 바다·강·호수 등 '물'이 빚어내는 낭만적인 풍광이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다. 장흥의 동남쪽을 감싸고 있는 득량만은 남해안 최고의 청정 해역이고, 탐진강과 그 상류에 자리한 장흥호는 사시사철 맑은 물로 장흥을 적시고 있다.

 




장흥 읍내를 지나는 탐진강에 놓인 운치있는 돌다리. 장맛비가 잠시 멈추자 한 폭의 수묵화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그윽한 풍경 품은 탐진강과 장흥호


탐진강은 영암군 금정면에서 발원해 동남쪽으로 굽이쳐 장흥 읍내를 가로지른 후 강진을 거쳐 남해로 흘러드는 총 길이 55㎞의 물길이다. 탐진이라는 이름은 탐라국(제주도의 옛 이름)의 배가 신라에 조공을 바치기 위해 강진의 구강포로 드나들었다고 해서 탐라의 탐과 강진의 진을 합쳐 붙였다고 한다.

부산면 지천리에 장흥댐이 건설되며 탐진강의 예전의 호탕한 물줄기는 볼 수 없게 됐지만, 장흥호 주변에 생태문화공원 등 새로운 휴양시설이 들어섰다. 탐진강은 곳곳에 보석 같은 풍경을 품고 있다. 강 상류인 가지산에는 우리나라에서 선종이 가장 먼저 들어온 가람인 천년고찰 보림사가 자리 잡고 있다. 보림사 뒤편에는 2009년 제10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어울림상을 수상한 비자림 숲길이 있다. 강변을 따라 내려오면 과거 선비들이 풍류를 즐겼던 정자가 곳곳에 남아 있다. 백범 김구 선생이 상하이 망명길에 잠시 머물렀던 사인정을 비롯해 부춘정·용호정·동백정·창랑정·수녕정·홍덕정 등 경관이 수려한 정자 9개가 수변을 따라 이어진다.

장흥 읍내에서 탐진강은 주민들의 휴식처가 된다. 수변생태공원에는 산책로와 자전거도로가 놓여 있고, 그 사이에는 갖가지 수초가 무성하다. 강 곳곳에는 유려한 곡선을 그리는 돌다리가 놓여 있다. 장맛비가 한바탕 쏟아부은 후 잠시 비가 멎자 탐진강과 돌다리가 어우러져 한 폭의 수묵화 같은 풍경을 빚어낸다.







수문해변의 나룻배. 문득 타보고 싶다.

#정취 넘치는 수문해변과 소등도

장흥의 동남쪽은 모두 해변과 갯벌이지만,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수문해수욕장이다. 멀리 득량만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이곳은 수심이 완만하고 모래가 고운 천혜의 해변이다. 해변을 따라 종려나무와 소나무가 울창하고, 그 아래 나무 데크도 설치되어 있어 피서지로 제격이다.

이곳은 작가 한승원의 문학이 잉태하는 곳이기도 하다. 한승원이 머물고 있는 해산토굴이 지척이며, 수문 해변에는 그의 시비 30개가 세워져 있는 '한승원 문학 산책로'도 있다. 해수욕장 북쪽 끝에는 물놀이 시설과 숙박시설을 갖춘 옥섬워터파크가 자리하고 있다. 규모면에서는 수도권의 대형 워터파크 시설과 비교할 수 없지만, 바다를 바라보며 물놀이와 일광욕을 즐길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장맛비가 잠시 숨을 고르는 사이 수문해변이 마주 보고 있는 득량만에 자리한 작은 섬 머리에 물안개가 걸렸다. 때마침 늙은 어부의 나룻배가 느릿느릿 해변으로 들어오고 있다. 마음을 잔잔하게 만드는 이 평화스러운 풍경에 여행자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발길을 멈춘다.

수문해변 남쪽인 남포마을 앞에는 외로운 섬 소등도가 있다. 소나무 서너 그루가 뿌리를 내린 이 작은 무인도는 이 일대에서 가장 유명한 일출·월출 명소다. 임권택 감독은 장흥 출신인 작가 이청준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축제'를 이곳에서 촬영하기도 했다. 소등섬과 육지 사이에는 돌로 이은 좁은 길이 놓여 있다. 썰물 때는 이 길로 사람이 오고 가지만, 물이 들어와 잠기기 시작할 때 이곳을 지나는 사람을 멀리서 보면 마치 바닷물 위를 걷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한승원 생가가 있는 회진면 앞바다에 있는 정남진 해양낚시공원도 장흥의 명소. 콘도 같이 숙식을 할 수 있는 낚시터에서 다도해의 풍경을 조망하며 안전하게 고기를 잡을 수 있다. 인근에 바지락 캐는 어민들이 손길을 바쁘게 놀리는 갯벌이 펼쳐져 있다. 장흥이 문인을 많이 배출한 이유로 문학적 감수성을 제공하는 자연환경이 남달랐을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은데, 그 첫 번째로 꼽히는 게 바로 이 갯벌이다.





영화 '축제'의 촬영 장소였던 소등도. 일출·월출의 명소로 사진작가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물로 추억을 만든다…정남진 물축제

장흥읍 탐진강과 억불산 편백숲 일원에서는 27일부터 8월2일까지 '정남진 물축제'가 펼쳐진다. 편백나무·표고 등 7개의 천연성분으로 채워진 '천연무지개 풀장', 물대포와 물총·물풍선이 동원되는 '물싸움', 튜브를 타고 탐진강으로 미끄러져 들어가는 '물썰매', 장어·메기를 잡는 '맨손 물고기 잡기' 등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준비된다. 탐진강에서 보트·카약·편백나무 뗏목·수상자전거·오리 보트·바나나 보트 등 다양한 형태의 배를 타 볼 수도 있다. 탐진강 수변공원 곳곳을 초록빛 연잎이 뒤덮고 있고, 막 피기 시작한 연꽃도 눈에 띈다. 후두둑 비가 뿌리자 또르르 연잎 위를 구르는 물방울이 한여름 정취를 더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