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테마 ~!!

국내 걷기 좋은 길 5선

코알㉣r 2012. 4. 27. 21:54

국내 걷기 좋은 길 5선

 최근 우리 사회에 닥친 걷기 열기는 어쩌면 매사 '빨리 빨리', '조급증'이라는 그간의 '광풍'에 대한 반발이자 반성이기도 하다. '빠름'이 미덕이던 시절 이룬 것도 많았지만 놓친 것도 적지 않았다. 걷기는 바로 그 부족함을 채워주는 건강한 여가활동이다. 차를 버리고 걷는다는 것, 적어도 여행 속에서의 걷기는 느림의 미학 속에 이 땅의 매력과 아름다움을 새록새록 느낄 수 있는 썩 괜찮은 여정이다. 각 지자체들도 이 같은 열기에 힘입어 지리산 둘레길, 강원도 산소길 등 저마다 명품 걷기 코스를 쏟아내놓고 있다. 최근 회자되는 걷기 코스도 좋지만 누구나 흡족해 할 운치 있는 길들도 적지 않다. 올가을 걷기 좋은 '명품 길' 몇 곳을 소개한다.

 < 글ㆍ사진=김형우 기자 hwkim@sportschosun.com">hwkim@sportschosun.com>


숲길 따라… 절벽 따라 … '운치 삼매경'

1. 속리산 오리숲 : 법주사까지 이르는 '아름드리 터널' 장관

◇속리산 오리숲

 걷기 좋은 길을 추천하자면 속리산을 빼놓을 수 없다. 매표소에서 법주사에 이르는 숲길이 편안한 느낌을 준다. 이른바 '오리숲'이다. 가을이 무르익으면 이 일대의 단풍이 압권이다. 오리숲은 숲의 길이가 '5리'에 이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양옆으로 수령 100~200년은 족히 됨직한 소나무, 떡갈나무, 참나무가 아름드리 터널을 이루고 있다. 실제 길이가 절간까지 5리(2㎞)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사찰을 비켜나 세심정으로 향하는 길까지 치자면 운치 있는 숲길이 10리를 훌쩍 넘는다. 예로부터 속리산은 진정 속세와 단절이 가능한 명산으로 꼽혀왔다. 그 초입인 오리숲을 '속리(俗離)', 세상과의 이별이 시작되는 지점으로 삼았다. 특히 오리숲을 지나며 이따금씩 맞게 되는 '쏴~' 하는 낙엽비에 마음의 찌든 때와 세속의 인연을 씻어내고 산문에 들었다. 속리산 오리숲길 기행은 말티재 부터 시작된다. 말티재는 요즘 구비마다 오색 가을빛이 내려 앉기 시작했다.

 특히 이른 아침 자욱한 안개를 뚫고 말티재를 넘는 드라이브는 환상에 가깝다. 고갯길 아래 속리산 들머리에 다다르면 속리산의 얼굴 '정이품송'(천연기념물 103호)을 만난다. 가을 성수기 속리산은 인파로 넘쳐난다. 하지만 이른 아침의 호젓함은 가히 속세를 떠나온 듯하다.

2. 오대산~북대사 고개길 : 단풍 만끽 ... 트레킹 명품 코스로 유명

◇오대산 상원사 입구

  만추에 만나는 고즈넉한 트레킹 코스, 446번 지방도는 그야말로 명품길이다. 이 길은 국내 몇 안 되는 비포장 정규 지방도로이다. 그중 오대산 월정사를 출발해 북대사~두로령(1300m)을 거쳐 홍천군 내면 명개리를 잇는 약 25km 구간은 오색단풍과 바스락 낙엽을 밟으며 걸을 수 있는 운치 있는 숲길이다. 첫 구간은 '월정사~상원사'를 잇는 9km 완만한 도로이다. 숲길 트레킹은 월정사 일주문부터 시작된다. 아름드리 전나무 숲길(1.2km)을 거쳐 오대산에 들어서게 된다. 전나무 숲길 따라 불어오는 맑은 바람에 마음의 때가 다 씻겨지는 느낌이다. 가람을 비켜나 월정사 부도밭을 지나면 신작로 흙길이 시작된다. 월정사에서 상원사 구간(9km)은 오르막이라고 할 수 없을 만큼 경사가 완만하다. 한쪽은 맑은 계곡이고 부드러운 흙길 곳곳에 나무 터널이 드리워져 있다. 이즈음 오대산의 단풍도 불이 붙기 시작했다. 골이 깊어질수록 단풍빛깔도 짙다. 말간 계곡수를 붉게 물들인 행렬이 물길 따라 이어진다. 상원사는 조선시대 세조와 문수보살의 전설이 깃든 사찰이다. 부스럼을 치료하기 위해 오대산을 찾은 세조가 월정사를 들렀다가 상원사로 가던 도중 계곡수가 너무 맑아 목욕을 했고, 마침 지나가던 동자승을 불러 등을 밀게 했다는 일화가 전해 온다.

3. 문경새재길 : 고갯길 걸어 올라가다 보면 어느새 옛 정취에 흠뻑

◇문경새재길

 남녀노소 누구나 편안하게 걸을 수 있는 길을 꼽자면 단연 문경새재길이다. 경북 문경으로 떠나는 여정은 아름다운 옛길이 있어 더 근사하다. 옛 길의 대표 격인 '새재'는 아직도 고운 흙길이 이어져 지난 세월의 자취를 고스란히 품은 듯 하다. 특히 고운 단풍잎이 가을바람에 뒹굴며 흙길을 뒤덮을 즈음이면 바스락거리는 만추의 촉감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선인들의 체취가 흠씬 묻어난 새재 길을 알록달록 오색단풍의 자태에 젖어 걷노라면 어느새 시공을 초월해 과거 속으로 여행을 떠나게 된다. 조선 태종 때 뚫린 새재는 500여년 동안 한양과 영남을 잇는 대로였다. 부산 동래에서 한양까지 가려면 추풍령과 새재, 죽령 등 3개의 고개 중 하나를 넘어야 했는데, 열나흘 길 새재가 가장 빠른 코스였다. '새들도 날아 넘기 힘들다'는 문경새재의 참 맛은 고갯길 걷기에 있다. 특히 낙엽이 내려 앉은 산길은 정취가 한껏 살아난다. 새재에는 제1관문인 주흘관, 제2관문인 조곡관, 제3관문인 조령관, 그리고 경상감사가 직인을 주고받았던 교구정터, 객사가 있던 조령원터 등 다양한 유적들이 원형을 보존하고 있어 하나의 역사 트레킹코스가 이어진다. 주흘관에서 옛길 여정이 시작된다. 성문 앞마당에는 빨간 홍시를 매단 감나무가 잎을 떨군 채 서 있어 만추의 정취를 더한다.

4. 함양 상림길 : 신라말 최치원 선생이 조성한 국내 최고 인공림

◇함양 상림길

 국내 최고의 운치 있는 숲길을 꼽자면 단연 '상림(上林)'을 들 수 있다. 지리산 자락 경남 함양읍에 자리한 천연기념물 제 154호 상림은 익어가는 가을을 만나기에 딱 좋은 곳이다. 상림은 신라말 최치원 선생이 조성한 인공림으로 함양읍내 위천 천변을 따라 길이 1.6km, 폭 100~200m 내외로 아름드리 숲이 펼쳐진 그야말로 '1000년의 숲'이다.

 상림에는 갈참나무, 단풍나무, 졸참나무, 떡갈나무, 서어나무, 신갈나무, 쪽동백 등 100여종 2만여 그루의 아름드리 활엽수가 들어차 있다. 워낙 장구한 세월 동안 터를 닦아 온지라 잘 보존된 천연림 못지않게 빼어난 자연의 풍치를 자랑한다. 만추에 접어들면 상림의 거목들은 월동준비에 부산하다. 경쟁이라도 하듯 색 바랜 잎을 수북이 털어낸다. 우수수 떨어지는 울긋불긋, 갈색의 나뭇잎은 '낙엽비'에 다름없다. 특히 상림은 숲 보호를 위해 낙엽을 쓸지 않아 숲 전체가 온통 낙엽천지다. 때문에 발끝에 전해오는 낙엽의 푹신한 촉감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숲 양쪽으로 호젓한 산책코스와 벤치 등 쉼터도 잘 갖춰져 있다. 따라서 낙엽을 밟으며, 그리고 떨어지는 낙엽을 맞으며 느릿한 산책의 묘미를 즐기기 그만이다. 상림 낙엽길 역시 그 진수를 느끼려거든 이른 아침이 좋다.

5. 제주 올레길(제8코스 갯깍 주상절리대) : 바다와 용암이 만들어낸 '기묘한 바위기둥'

◇제주 올레길 갯깍 주상절리대

 제주섬은 세계자연유산의 땅이다. 최근 수년 사이 한라산 천연보호구역과 성산일출봉, 거문오름 용암동굴계가 등재됐다. 하지만 요즘 이들 세계자연유산 보다 더 주목받고 있는 관광테마가 있다. 바로 '올레길'이다. '올레'란 집에서 거리까지 나가는 아주 좁은 길을 이른다. 이를테면 집에서 이웃으로, 대자연으로 나가는 통로이기도 하다. 올레는 대체로 바닷가가 시작점이자 종착점으로 제주의 해안주변 트레킹 길을 상징하기도 한다.

 제주 올레길 중 최고의 비경을 자랑하는 곳은 '갯깍 주상절리대(제8코스)'이다.

 주상절리(柱狀節理)대는 정교하게 깎아 놓은 듯한 시커먼 바위기둥이 해안 절벽을 따라 늘어선 모습이 기묘하다. 주상절리대는 화산의 흔적으로 수십만 년 전 화산폭발로 생긴 뜨거운 용암이 찬 바닷물과 만나 빚어낸 걸작품이다. 이처럼 바다에 병풍처럼 둘러쳐진 절벽 중 제주 토박이들이 최고로 치는 곳이 '갯깍 주상절리대'이다. 바다의 '갯'과 끝머리란 의미의 '깍'이 어우러져 '바다의 끄트머리'란 뜻을 담고 있다.

 갯깍은 제주컨벤션센터(ICC) 인근 중문대포해변의 것과 쌍벽을 이루는 제주의 대표적인 주상절리대로 그야말로 비경이다. 서귀포시 예례동. 담수와 해수가 만나는 논짓물에서 만난 해안도로는 색달 하수종말처리장까지 이어진다. 하수처리장 앞의 까만 갯바위는 영락없는 '해녀 대합실'이다. 물질을 하던 해녀들이 잠시 숨을 고르며 해바라기를 하는, 그들만의 쉼터이다. 바로 이곳부터가 갯깍이다. 시작은 작은 돌병풍으로 출발하지만 곧 하늘을 찌를 듯한 돌기둥이 이어진다. 줄잡아 40~50m 높이로 그 아래서면 위압감이 느껴진다. 절벽과 바다 사이엔 당장이라도 굴러 떨어진 듯한 까만 갯돌들로 가득하다. 누군가 그 돌들을 가지런히 정비해 벼랑과 바짝 붙여 돌길을 만들어 놨다. 바로 '제주 올레'다. 이 길은 제주 올레의 8코스(월평포구~대평포구< 17.6km>)의 한 구간으로 해병대 장병의 도움으로 평탄화 작업이 이뤄졌다.

 갯깍 절벽 길을 따라 걷다보면 중문해수욕장에 이어진 조그마한 해변 '조른모살'에 도착한다. 제주 토박이들은 중문해수욕장을 '진모살'이라 부르고 그에 비해 작다고 해 이곳을 조른모살이라고 일컫는다. 조른모살은 돌이 깔려 있어 해수욕을 즐기기에는 불편하지만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아 호젓한 바다 산책 코스로는 그만이다.

 외지인들이 알기 쉬운 지명으로는 중문 하얏트호텔을 기준 삼아도 된다. 호텔 동쪽에 진모살(중문해수욕장)이 있고, 서쪽에 조른모살이 위치해 있다. 하얏트호텔 서쪽으로 난 산책로에서 조른모살을 바라다보는 풍광이 빼어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