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랑길'은 부산 오륙도에서 출발, 강원 고성 통일전망대를 잇는 688km의 국내 최장거리 걷기코스다.
문화부의 주도로 구역별 각 지자체들이 참여했으며 동해안 해변길, 숲길, 마을길, 해안도로 등을 연결했다.
문화부는 2014년까지 170억 원을 투입해 친환경적이면서 이야기가 있는 걷기길로 만들어 나간다는 계획이다.
지자체별로 차이가 있지만 아직 걷기길이 완성된 건 아니다.
↑ [월간산]깨끗한 영랑호 물결 위로 설악산 쪽으로 기우는 햇살이 감미롭게 비친다. |
그해 11월부터 이듬해 7월까지 10여 명의 연구진과 걷기전문가,
도보여행단체 관계자, 소설가, 시인, 여행작가, 역사학자 같은 전문가들이 참여해 틀을 만들었다.
문화부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해파랑길은 "장기간의 현장실사를 통해 1/5,000 도면을 사용해 상세한 탐방노선을 표시함으로써
향후 실행에 편리성과 노선의 정확도를 높인 것"이라 한다.
명칭은 공모를 통해 결정한 것으로 동해의 상징인 '떠오르는 해'와 푸른 바다색인 '파랑', '~와 함께'라는 조사의 '랑'이 합쳐
'떠오르는 해와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파도소리를 벗삼아 함께 걷는 길'이란 뜻이 담겨 있다.
해파랑길 688km에는 동해안의 특성을 대표하는 4가지 테마가 담겨 있다.
동해의 아침, 화랑순례, 관동팔경, 통일기원의 큰 테마로 나누고 다시 지역, 길이, 소테마, 핵심거점(항구나 해수욕장 등)을 기준으로 40개 세부 구간으로 나뉜다.
일출맞이 걷기코스로 소개할 해파랑길은 속초구간이다. 속초구간은 춘천고속도로가 있어
서울에서 2시간 만에 닿을 수 있고 설악산과도 가까워 관광과 산행을 겸한 여행지로 안성맞춤이다.
정동진이나 대청봉처럼 너무 많은 인파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니 편하고 실속 있는 일출코스로 볼 수 있다.
속초시청 고만주(42)씨와 함께 해파랑길 속초구간을 둘러보았다.
|
↑ [월간산]대포항 시장골목. 여느 시장횟집에 비해 가격이 비싼 편이다. |
시작은 설악해맞이공원이다. 설악동 입구 설악항에 있다.
1999년에 강원도에서 열린 국제관광엑스포에 맞춰 개장했다.
주차장이 있고 해안가에 회센터가 조성되어 있는데 횟집 건물 위가 데크로 꾸며진 해맞이 전망대다.
설악항의 어선들과 망망대해가 보이고 뒤로는 설악산의 기운 넘치는 산등성이가 요새처럼 서있다.
해파랑길은 해안선을 따라 북쪽으로 이어간다. 깔끔하게 관리된 공원엔 해송과 독특한 조각물이 있어 걷기 지루하지 않다.
시작과 동시에 오른편으로 자갈해변이 펼쳐진다.
해안의 바위에는 인어연인 동상이 섬세하게 조각되어 있다.
해맞이공원은 원래 내물치마을이 있던 곳이었으나 1977년 풍랑으로 마을이 초토화되어 주민들을 이주시키고 공원으로 만들었다.
당시 내물치마을에서 물질을 하며 살던 한 처녀가 있었는데 결혼을 약속한 사내가 풍랑에 조난당해 돌아오지 않아 약혼자를 그리워하다 죽었다 하여
그들의 사랑이 이루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동상을 세웠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동상 앞에는 '사랑이 이루어지는 인어상'이란 안내문이 있다.
해안길은 7번국도 곁을 따라 이어지며 1km를 가면 대포항 횟집단지에 이른다.
대포항 골목을 따라 생선가게, 튀김가게, 횟집,
건어물가게 등이 늘어서 있다. 횟집에선 호객행위를 하는데 가격이 저렴하지는 않다며
그나마 영금정 인근 횟집이 조금 더 낫다는 게 고만주씨의 귀띔이다.
지금의 대포항과 달리 과거에는 부산~포항~묵호에 이어 동해안에서 큰 포구였다고 한다.
↑ [월간산]유일한 흙길 구간인 외옹치. |
항구라기보다 작은 횟집타운에 가깝다. 외옹치항 북쪽 해안은 군부대 철조망이 막고 있어
언덕을 올라 숲으로 든다.
외옹치 숲길은 해파랑길 속초구간의 유일한 흙길이다.
연륜 있는 노송들이 맞아주는 편안한 흙길은 임도처럼 넓어져 갈림길로 나뉜다.
오른쪽으로 300m 가면 전망 좋은 외옹치 해안 초소에 닿는다.
초소였으나 지금은 운동 나온 주민들의 발길이 더 잦다.
갈림길로 되돌아 나와 외옹치를 내려서는 길에 헬기장이 보인다.
헬기장에선 속초 해변의 코발트빛 파도가 아이스크림같이 부드러운 포말을 일으키는 걸 볼 수 있다.
철책을 따라 내려가면 해변과 만난다.
눈이 닿는 끝까지 펼쳐진 겨울 속초 해변을 걷는 경험도 이색적이다.
바닷바람이 매섭지만 연인, 가족, 친구 등과 함께 걷기 좋은 먼 길이다.
해변을 따라 포장길이 이어진다. 해변을 지나면 청호동 아바이마을로 연결된다.
아바이마을은 6·25 때 원산에서 온 피란민들이 전쟁 끝나면 바로 북으로 가려고 이곳 바닷가에 자릴 잡아 생겼다.
청호대교 아래에는 청호동과 중앙시장을 잇는 갯배가 있다.
드라마 가을동화의 배경으로 나오면서 유명해졌고 지금도 외국관광객들이 찾는 필수 코스다.
동명항과 청초호를 잇는 뱃길이라 다리를 놓을 수 없다고 한다.
덕분에 5.3km를 1분 만에 지나는 갯배다. 요금 200원.
마을에서 자치적으로 운영하는데 시에서 보조금이 없으면 적자라고 한다.
원래 일본 사람이 많았는데 요즘은 대만과 홍콩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갯배는 줄로 연결되어 있는데 아바이마을 사람들은 요금을 내지 않는 대신 타면 으레 사공을 도와 줄을 당긴다고 한다.
예스러우면서도 인간미가 담겨 있다.
↑ [월간산]해파랑길은 속초해수욕장을 지난다.
|
속초항국제여객터미널을 지나면 영금정이다.
두 개의 정자 전망대가 있다. 계단을 따라 언덕을 오르면 정자전망대고 바닷가 쪽으로 튀어나온 전망대는 해돋이전망대다.
발아래에 와서 부서지는 파도와 망망대해의 막막함으로 붐비는 곳이다.
영금정(靈琴亭)에서 등대해수욕장으로 넘어가는 길엔 거문고 조각이 있다.
영금정은 바다에 툭 튀어나와 있는 작은 바위산인데 파도가 와서 부딪힐 때면 신비한 소리가 들린다고 한다.
이 소리가 마치 거문고 소리 같다고 해서 영금정이라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영금정을 지나면 해파랑길은 해안길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내륙으로 들어가는데,
영랑호 둘레를 따라 도는 코스다.
영랑호 둘레는 시에서 데크를 깔고 산책코스를 조성해 주민들이 운동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해안길이 시원하고 남성적이었다면 영랑호 둘레길은 아기자기하고 여성적이다.
내륙의 설악산을 보며 걷는 재미와 호수의 잔잔함을 더해 섬세한 재미가 있다.
특히 범바위는 이름처럼 호랑이를 닮은 바위로 속초8경 중 하나이자 영랑호의 백미다.
그러나 영랑호 둘레길만 5km가 넘어 긴 편이다.
영랑호를 돌아 나오면 다시 해안을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 장사항에서 끝을 맺는다.
걷기 길잡이
해안길과 영랑호
둘레길 연결한 명소 탐방로
↑ [월간산]해파랑길 속초구간의 들머리인 설악해맞이공원. |
일출 명소는 여러 곳 있다. 출발지인 설악해맞이공원,
외옹치 부대초소, 속초해변, 영금정 전망대 등이다.
날이 좋으면 바다를 뚫고 떠오르는 시원한 해맞이를 할 수 있다.
의외의 명풍경은 영랑호에서 본 해넘이다. 설악산 등성이 너머로 해가 지는 장면과 호수에 노을이 비치는 장면이 조화를 이루어 곱다.
해파랑길 속초구간은 20km가 넘고 대부분 콘크리트길을 따르도록 되어 있다.
해안길 특성상 바닷바람이 세고 볕에 노출되어 있어 걸어서 완주하기는 쉽지 않다.
자전거로 돌기 좋은 편이며 차로 천천히 운행하며 명소에서만 내려서 둘러보는 것도 방법이다.
해파랑길 속초구간에서 차로 갈 수 없는 지역은 외옹치와 갯배를 타고 지나는 곳뿐이다.
↑ [월간산] |
외옹치항에서 도로를 따라 올라오면 오른편에 가정집으로 이어진 임도가 있는데 가정집 마당을 가로지르면 소나무숲으로 드는 흙길이 있다.
외옹치 흙길을 따르다 갈림길이 나온다.
오른쪽 바닷가 쪽으로 300m 가면 전망 좋은 초소가 나온다. 되돌아 나와 속초해수욕장이 보이는 헬기장에서 철조망을 따라 내려가면
철조망이 끝나는 곳에 사람들이 지나다닌 작은 통로가 있다.
해파랑길은 이정표와 표지기 작업이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2012년 봄을 기준으로 제대로 된 모습을 갖출 계획이라고 한다.
명소를 기준으로 해안선을 따라 북쪽으로 간다는 큰 틀을 지키면 길을 놓칠 염려는 없다.
영랑교에서는 내륙의 영랑호를 따라 한 바퀴 돈다. 영랑호의 카누협회 옆에 자전거여행안내소(대여)가 있다.
교통
속초 시외버스터미널에서 22, 1, 9, 7, 13번 버스를 타고 설악동 입구에서 하차하면 설악해맞이공원이다.
장사항에선 7, 9번 버스를 타고 고속버스터미널로 돌아올 수 있다.
설악해맞이공원에 유료 주차장이 있다. 30분 700원.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속초행 고속버스가 1일 24회 운행하며, 동서울터미널에서 1일 22회 운행한다.
승용차로 갈 경우 춘천고속도로를 타고 동홍천JC에서 나와 인제를 거쳐 미시령터널을 거치면 2시간~2시간 30분이면 닿는다.
맛집
(지역번호 033) 속초에 왔으면 순대를 먹어봐야 한다.
아바이마을의 은서네집(635-2897) 아바이순대와 오징어순대가 먹을 만하다.
속초관광수산시장 내에 있는 만석닭강정(632-4084)이 유명하다. 뼈째 튀긴 닭고기가 바삭하고 안은 부드럽고 쫄깃한데다
청양고추와 조청의 맛이 궁합을 이뤄 맛있다.
갯배선착장 부근의 88생선구이(633-8892)는 TV 예능 프로그램 1박2일에 나온 맛집이다.
역시 1박2일에 나온 유명 맛집인 아바이마을 단천식당은 지난 12월 초 화재로 소실되었다.
'여행 테마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동화가 있는 동피랑마을, 바다가 있는 통영음식 (0) | 2012.03.10 |
---|---|
KBS 1박2일팀도 다녀간 지리산 숲길(둘레길) 속으로... (0) | 2012.03.07 |
봄소식 찾아 매화마을로 (0) | 2012.03.05 |
아직 기억한다, 산골 탄광마을의 흔적을 (0) | 2012.03.02 |
밤에 떠나는 알짜배기 기차여행 (0) | 2012.03.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