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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바다와 호수는 붉은 노을의 황홀경

코알㉣r 2012. 1. 26. 23:56

 

겨울 바다와 호수는 붉은 노을의 황홀경

[머니투데이 민병준여행작가][[머니위크]민병준의 길 따라 멋 따라/ 아산만]

한반도에서 손꼽히는 큰 만(灣) 가운데 하나인 서해의 아산만은 바다와 호수의 아름다움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조석간만의 차가 최대 9.6m로 한반도에서 가장 큰 곳답게 썰물 때 드러나는 갯벌은 눈길을 거둘 수 없을 정도로 널따랗다.

바다를 끼고 나란히 달리는 해안도로와 아산만 안쪽의 방조제(아산만ㆍ삽교천)를 잇는 도로는 예전부터 아산만이 간직한 아름다움을 엿볼 수 있는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로 손꼽혀왔다. 여기에 2000년 아산만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서해대교가 건설되면서 아산만은 다양한 모습의 서해 풍광을 감상할 수 있는 으뜸 드라이브 대상지로 자리 잡았다.

겨울바다 드라이브 묘미가 빼어난 아산만

1973년 아산만방조제를 건설하면서 생긴 아산호는 충청도와 경기도 사이의 아산만에 형성된 인공호수다. 충남 서북부의 삽교천 본류를 막아 생긴 게 삽교호라면, 경기 남부의 안성천을 가로막아 생긴 게 바로 아산호다. 그래서 경기도 주민들은 이 호수를 평택호(平澤湖)라 따로 부르고 있다.

한쪽 옆구리에 아산만을 끼고 돌면서 바닷가 풍경을 훔쳐본다. 갯바위에서 굴을 따는 사람들, 갯바닥에 비스듬히 누워있는 빈 배들…. 그런데 이런 바다 풍광이 아무리 좋다 해도 조개구이 포장마차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할 것이다.

아산만방조제와 삽교천방조제엔 휴일이면 바다구경을 하러 나들이 나온 사람들로 가득하다. 콘크리트 방조제로 올라서서 삽교호와 서해를 번갈아 바라보자. 바다는 갯벌이 다 드러나고 호수는 꽁꽁 얼어있다.

삽교천방조제 건설에 지대한 관심을 쏟았던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79년 10월26일 삽교호 준공식에 참석해 한글로 ‘삽교호’라는 휘호까지 썼다. 박 대통령은 방조제 위를 당당하게 걸어가며 국민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지만 그게 박 대통령의 마지막 공식행사였다. 그날 저녁 박 대통령은 궁정동 만찬장에서 김재규의 총에 맞아 운명을 달리하고 말았던 것이다.

삽교천방조제 건설로 돌아온 혜택은 많았다. 내포지방의 농경지는 늘어났고, 충남 서북부 일대의 농지에 물을 공급하는 일도 원활해졌다. 또 서울~당진 간의 육로 거리도 40km나 단축시켰으니 당시로선 꽤나 획기적인 일이었다. 조선시대에 해로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던 아산만이 20세기 들어 육로가 발달하면서 조금씩 소외되다가 다시 교통의 요지로 자리 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됐던 것이다.

고딕 양식의 아름다운 아산 공세리성당

아산만방조제에서 삽교천방조제로 가다 보면 34번 국도와 39번 국도가 갈리는 삼거리 맞은 편 언덕에 서있는 성당 건물 하나가 눈길을 끈다. 바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당 중 하나로 꼽히는 아산 공세리성당이다. 봄에는 붉은 영산홍이 언덕을 수놓고, 여름이면 상사화가 눈길을 끌고, 가을이면 오색의 단풍…. 뿐만 아니다. 새하얀 눈으로 뒤덮인 겨울 설경도 아름답다. 눈이 쌓이지 않았다 해도 실망할 필요는 없다. 300년 수령의 아름드리 나목들 빈 가지 너머로 보이는 성당 건물은 중세풍의 유화를 감상하는 것만 같다. 이렇듯 고즈넉한 성당 주변 분위기는 굳이 미사에 참석하지 않아도 마음의 평안을 얻게 해준다.

성당 둘레로는 수녀님이나 신부님의 산책 코스로 쓰일 듯한 한적한 오솔길이 마련돼 있다. 한바퀴 도는 데 겨우 5분도 채 안 걸리는 짧은 거리지만 온갖 수목으로 둘러싸여 있어 참 포근하다. 예수의 수난을 묵상할 수 있는 14처엔 수난 상징의 조형물들이 조성돼 있어 종교적인 분위기를 한껏 돋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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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덕에 성당은 영화나 드라마 촬영 장소로도 인기를 끌었다. 오래 전의 인기 드라마 <모래시계>를 시작으로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불새>, <고스트맘마> 그리고 이런저런 뮤직비디오 등의 배경이 됐다.

이 언덕은 원래 조선조 때 아산 서산 한산을 비롯해 멀리 청주 문의 옥천 회인 등 충청도 지방 39개 목 군 현에서 거둬들인 조세(租稅)를 쌓아 두던 공세(貢稅) 창고가 있던 곳으로서 ‘공진창’이 처음 명칭이다. 1478년(성종 9) 모든 제도가 정비되면서 충청도에서 세금으로 거둔 곡식은 모두 이곳으로 모았다가 일정한 시기에 서울의 창고로 운송하도록 했는데, 1523년(중종 18) 이곳에 80칸짜리 창고를 건축했다. 이후 이곳에 쌀을 모아 두었다가 수로 500리길을 따라 선박으로 한양까지 옮겼다.

그러다 고종 때 이 제도가 폐지되자 1895년 당시 마을 신자의 집을 임시로 사용해 복음을 전파하던 파리 외방 선교회 드비즈(에밀리오) 신부가 창고 건물을 헐고 구(舊) 본당과 사제관 건물을 세웠다. 1897년의 일이다. 지금도 성당 주변으로는 조선시대 성(城)의 흔적이 680m 정도 희미하게 남아 있고 성당 입구의 인주 농협 앞엔 6개의 해운판관비가 서있다.

지금의 고딕양식 성당은 프랑스 출신의 드비즈 신부가 1922년에 중국인 기술자를 데려와 지은 것이다. 설계는 드비즈 신부가 직접 한 것이라 하니 그는 건축에도 일가견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당시 이 건물은 아산 지방의 명물로 이름을 날리며 멀리서부터 많은 구경꾼을 불러 모았다고 한다.

공세리성당 초대 주임을 지냈던 드비즈 신부는 2대 기낭 신부가 1년 만에 전임하자 다시 3대 주임으로 부임해 1930년까지 무려 34년 동안이나 머물며 공세리성당의 기반을 굳건히 다졌다. 드비즈 신부는 이 지역 교육사업과 의료사업 등에 많은 노력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자신이 직접 조제한 한방의술을 활용해 백성들을 살폈는데, 요즘도 유명한 ‘이명래 고약’은 드비즈 신부가 제조한 것이라 한다. 이 고약은 처음엔 드비즈 신부의 한국 이름을 따서 ‘성일론(成一論) 고약’이라 했고, 나중에 드비즈 신부의 심부름꾼이었던 이명래에게 전수되면서 ‘이명래 고약’이 되었다고 한다.

한편 아산만방조제와 삽교천 방조제를 한눈에 내려다보고 싶다면 아산호와 삽교호 사이에 부드럽게 솟아 있는 영인산(364m)에 올라보자. 이 산은 아산만 전체를 굽어볼 수 있는 요지 중의 요지다. 청일전쟁 때 일본군과 전쟁을 벌이기 위해 바다를 건너온 청나라 군사들이 아산만 갯벌로 상륙하는 광경을 지켜보기도 했으니 아산만이 겪어온 아픈 역사를 지켜본 산 증인이기도 하다.

영인산자연휴양림에서 정상으로 올라가는 능선길은 널찍하고 완만해 코흘리개 아이들도 어렵지 않게 걸을 수 있다. 왕복 2시간 정도 걸린다.


여행정보

●교통 서해안고속도로→서평택 나들목→38번 국도→아산만방조제 <수도권 기준 1시간30분 소요>

●별미 아산만 드라이브를 하다보면 국도변 바닷가 쪽으로 조개구이 포장마차가 눈에 많이 띈다. 막 바닷가에서 따온 굴을 비롯해 싱싱한 돌조개, 소라, 키조개 등을 푸짐하게 올려놓는 조개구이는 아산만의 별미로 꼽힌다. 성인 1인당 1만원 정도 잡으면 웬만큼 맛볼 수 있다.

아산만방조제와 삽교천방조제 사이에 있는 인주면 일대는 오래 전부터 장어구이촌으로 유명하다. 간장소스와 고추장을 발라 맛깔스럽게 구워낸 장어구이는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 옛날돌집(041-533-2241), 꽃동네원조장어(041-533-2561) 등이 잘 알려져 있다. 1kg(6만원)이면 성인 2~3인이 충분히 먹을 수 있다.

●숙박 아산만방조제 평택 쪽에 스타평택호관광호텔(031-683-8899), 로뎀모텔(031-681-3056), 별장파크여관(031-682-6590) 등의 숙박시설이 있다. 공세리성당 근처엔 신라장여관(041-533-2255), 인주여관(041-533-2713), 리베라파크 모텔(041-534-9400) 등이 있다.

●참조 아산시청 대표전화 041-540-2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