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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전문가 추천, ‘특별한’ 섬 15選

코알㉣r 2012. 1. 25. 20:13

 

멀어서 더 그리운 곳 숨겨진 비경 ‘보고 또 보고’


서해 신안 가거도

 
 

 

시원한 바람이 쉼 없이 부는 섬등반도의 초원.

 

 

목포는 호남선 철도의 종점이자 국도 1·2호선의 시점인 항구도시다. 신안군 흑산면에 속하는 가거도는 다도해의 관문인 목포항에서 직선거리로 145km, 뱃길로는 126마일(233km) 떨어져 있다. 국토 최서남단의 끝섬이다. 우리나라 영토 가운데 중국과 가장 가까워서 중국 땅의 닭울음소리가 들리는 섬이라고 일컫기도 한다. 사람들은 가거도를 두고 “가도 가도 뱃길의 끝이 보이지 않는 섬”이라 하고, 다시 뭍으로 나오기 쉽지 않은 탓에 “가거든 오지 말라”는 우스갯소리를 곧잘 한다.

 

행정구역상의 가거도 마을은 전남 신안군 흑산면 가거도리뿐이다. 하지만 자연부락은 대리(1구), 항리(2구), 대풍리(3구) 세 곳에 이른다. 그중 면출장소, 우체국, 보건소, 초·중학교 등의 공공기관과 여관, 슈퍼마켓, 음식점, 항만 등이 들어선 대리에 주민의 대다수가 거주한다. 반면 교통이 불편하고 어항시설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항리와 대풍리에는 사람 사는 집보다 빈집이 훨씬 많다.

 

대리의 가거도항에 도착했을 때 맨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울창한 상록수림이다. 마을 뒤편의 산비탈이 사계절 푸른 후박나무로 뒤덮여 있다. 가거도에는 어딜 가나 후박나무가 흔하다. 후박나무숲에는 후박나무의 까만 열매만 먹고 사는 흑비둘기(천연기념물 제215호)가 서식한다. 녹나뭇과의 상록활엽수인 후박나무의 껍질, 즉 후박피는 가거도 주민의 주요 수입원 중 하나다. 나무 몸통에 수액이 잔뜩 오르는 6~8월에 벗겨서 말린 후박피는 건위(健胃), 강장(强壯)에 효험 있는 한약재로 쓰인다.

 

 

1. 가거도의 세 마을 중 가장 풍광이 독특한 항리마을. 2. 가파른 해안절벽과 울창한 상록수림. 3. 항리마을에서 바라본 황홀한 해넘이.

 

손맛 짜릿한 낚시 포인트 산재, 섬등반도 풍광 이국적

전체 면적 9.18km2에 해안선 길이 22km에 불과한 가거도는 섬 전체가 하나의 산이다. 신안군 최고봉인 독실산(639m)이 한복판에 우뚝하다. 독실산 정상까지는 시멘트 포장도로가 개설돼 있어 쉽게 오를 수 있다. 독실산 정상에서 바닷가까지 가파르게 흘러내린 산자락은 한겨울에도 푸른 난대성 원시림으로 뒤덮여 있다. 후박나무, 굴거리나무, 동백나무, 참식나무, 구실잣밤나무 같은 상록수가 울창한 가거도는 식수가 풍부하다.

 

가거도는 제주 추자도와 함께 ‘꾼’들이 꼭 한번 찾고 싶어 하는 바다낚시의 명소로도 유명하다. 섬 전역에 산재한 갯바위와 여(礖)는 천혜의 낚시 포인트다. 여름철에는 팔뚝만 한 농어와 돌돔(갯돔)이 심심찮게 걸려들고, 11월 말부터 이듬해 3월 초까지는 ‘5짜’(50cm) 이상의 감성돔이 강태공을 열광시킨다. 그래서 가거도를 한번 찾은 ‘꾼’들은 짜릿한 손맛을 잊지 못해 다시 찾게 마련이다.

 

   

 

 

4. 각종 해물 반찬이 푸짐하게 나오는 섬누리의 백반 상차림. 5. 갯바위에서 낚시로 잡아 올린 돌돔.

 

숲이 울창하고 해안 절경이 즐비한 가거도는 신안 최고의 관광지인 홍도 못지않은 관광자원을 자랑한다. 홍도의 풍광이 섬세하고 아기자기한 여성미를 보여준다면, 가거도의 자연은 굵고 힘찬 남성미를 느끼게 한다. 특히 독실산 정상, 장군봉과 회룡산, 돛단바위와 기둥바위, 병풍바위와 망부석, 구정골짝, 소등과 망향바위, 남문과 고랫여, 국흘도와 칼바위의 가거도 8경은 홍도 33경에 비견될 만큼 절경으로 손꼽힌다.

 

가거도의 여러 절경 중 가장 인상적인 곳은 항리마을 뒤편의 섬등반도다. 삼면이 바다에 둘러싸인 섬등반도는 2007년 개봉한 영화 ‘극락도 살인사건’의 주요 촬영지이기도 하다. 천혜의 전망대인 이 작은 반도에서는 뭍과 바다를 동시에 조망할 수 있다. 연이은 4개의 봉우리가 바다를 향해 거침없이 내달린 섬등반도에서도 맨 남쪽의 회룡산부터 북쪽 끄트머리의 흑산도등대까지 가거도의 서쪽 해안이 고스란히 시야에 들어온다. 구름이나 해무가 깔리지 않는 날이면 독실산 정상 부근도 손에 잡힐 듯이 가까워 보인다. 독실산 중턱에서 마을의 마지막 민가까지 지그재그로 구불거리는 찻길의 전체 윤곽까지도 한눈에 가득 찬다. 온통 초원으로 뒤덮인 섬등반도의 풍광과 정취는 퍽 이국적이다. 사방 어느 곳으로 시선을 돌려도 눈맛이 상쾌하고 바람도 시원스럽다. 뼛속까지 시원한 바람 속에서 초원길을 걷노라면, 알프스 언덕 같은 느낌도 들고 대관령 어느 목장의 능선길을 걷는 분위기도 느껴진다. 섬등반도가 주는 여운은 참으로 길고도 길다. 볼에 와닿는 바람의 감촉과 귓전을 간질이는 파도소리가 한동안 잊히질 않는다.

 

해안절벽이 대부분인 가거도에는 규모가 큰 정식 해수욕장은 없다. 대신 가거도항 옆의 동개해수욕장과 항리마을의 협곡몽돌해변에서 아쉬우나마 해수욕을 즐길 수 있다.

 

수도권에서 KTX 열차와 여객선을 번갈아 타고 꼬박 10시간을 달려야 닿는 가거도에서의 사나흘은 그야말로 일장춘몽처럼 흘러가버린다. 선착장에 낚싯대를 드리우거나, 민박집에서 멍하니 창문 밖을 내다보고만 있어도 하루해가 짧다. 보고 또 봐도 가거도 바다는 전혀 식상하지 않다.

 

 

가거도항 옆의 동개해수욕장. 자잘한 몽돌이 깔려 있다.

 

여/행/정/보

 

숙박

항리마을의 섬누리(061-246-3418)는 항리마을 선착장 위쪽의 해안절벽 중간에 절묘하게 자리 잡은 민박집이다. 방에서 창문을 열면 항리마을 부근의 쪽빛바다와 섬등반도의 기암절벽이 한눈에 들어올 만큼 조망이 좋다. 대리(1구)에는 까꿍이네(061-246-5252), 제일펜션(061-246-3437) 등 숙박업소가 많다. 대부분 미리 주문하면 식사도 차려준다.

 

 

●맛집

섬누리는 음식 솜씨가 좋기로도 유명하다. 미리 부탁하면 다양한 해물요리가 밑반찬으로 나오는 백반과 전복닭백숙, 생선회 등을 맛볼 수 있다. 대리에는 해인식당(백반, 061-246-1522), 둥구횟집(활어회, 010-2929-4989) 등의 음식점이 있으나 비수기에는 영업 여부를 확인해봐야 한다.

 

 

교/통/정/보

●목포↔가거도/ 목포항에서 동양훼리(061-243-2111)와 남해고속(061-244-9915)의 가거도행 쾌속선이 각각 홀수일(동양)과 짝수일(남해)에 1회(오전 8시) 왕복 운항한다. 도초·비금도, 흑산도, 홍도, 상·하태도 등을 거쳐 가거도까지는 4시간 30분~5시간 소요.

 

●섬 내 교통

가거도에는 택시, 버스 같은 대중교통이 없다. 걸어 다니거나 민박집 차량을 이용해야 한다.

   (끝)

 

앗, 장산곶 닭 우는 소리 바람결에 들려왔다!
서해 인천 백령도
글·사진 양영훈 3D3Dtravelmaker@empal.com">3Dtravelmaker@empal.com" target=_blank>3Dtravelmaker@empal.com">travelmaker@empal.com
 
 

 

1. 백령도 제일의 절경으로 꼽히는 두무진 선대암. 2. 두무진 해안의 갯바위에서 바라본 해넘이 광경.

 

 

우리나라의 수많은 섬 가운데 백령도만큼 육지에서 가깝고도 먼 곳은 없다. 가장 가까운 육지와의 거리가 10여km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육지로 들고 나려면 무려 228km의 뱃길을 달려야 한다. 가장 가까운 육지인 황해도 장연 땅이 지금은 북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그 유명한 장산곶과의 거리도 15km밖에 되지 않는다. “장산곶의 닭 우는 소리가 바람결에 들려온다”는 말이 그래서 나왔다. 이른바 ‘접적지역’인 백령도를 여행하다 보면 남북 분단의 현실을 온몸으로 실감하게 마련이다.

 

백령도는 면적이 46.35km2, 해안선 길이는 57km에 이른다. 숱한 섬으로 이뤄진 인천광역시 옹진군에서 가장 큰 섬이다. 우리나라 전체로는 원래 14번째 규모의 섬이었으나 대규모 간척공사로 330만m2(100만 평)쯤이 더 늘어난 덕택에 지금은 8번째로 큰 섬이 됐다.

 

 

기암절벽과 해식동굴, 천연비행장 … 비경 가득한 보물섬

백령도의 관문은 용기포다. 인천항을 출발한 쾌속선이 약 4시간의 긴 항해 끝에 대청도를 경유해 용기포 선착장에 도착한다. 백령도의 관광명소는 모두 바닷가에 몰려 있다. 특히 백령도 서북쪽 끝에서 북녘 땅의 장산곶과 마주보는 두무진 해안은 ‘서해의 해금강’이라 불릴 정도로 빼어난 풍광을 자랑한다. 국가문화재인 명승 제8호로 지정되기도 했다. 숱한 세월 동안 비바람에 마모되고 파도에 깎여나간 선대암, 코끼리바위, 장군바위, 형제바위 등 기기묘묘한 형상의 바위가 몇백m나 늘어서 있다. 우뚝 솟아오른 기암과 깎아지른 암벽이 마치 대군을 호령하는 장수처럼 위풍당당해 보인다. 두무진(頭武津)이라는 지명도 ‘우뚝한 바위들의 형상이 장수들의 머리와 같다’는 데서 생겨났다고 한다. 용기포 선착장과 가까운 용기원산 일대의 해안에서도 기암절벽과 해식동굴이 어우러진 비경을 만나볼 수 있다.

 

두무진의 정반대에 자리한 사곶해수욕장(천연기념물 제391호)은 세계적으로도 두 곳밖에 없는 천연비행장이라는 점에서 지형의 특이함을 가늠할 수 있다. 폭 200~300m, 길이 3km의 백사장이 콘크리트처럼 단단한 규조토(硅藻土)로 이루어져 자동차가 지나다녀도 될 뿐 아니라 비상시에 비행기가 이착륙할 수 있을 정도. 이곳이 실제 군용비행장으로 활용된 때도 있었다고 한다. 드넓은 백사장 뒤편에는 울창한 소나무숲이 둘러쳐져 있고, 백사장의 경사가 완만하고 수심이 얕아 피서철이면 해수욕을 즐기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잦다.

 

 

3. 형형색색의 콩알만 한 돌로 이뤄진 남포리 콩돌해변.

 

백령도에는 사곶해수욕장 못지않게 이색적인 해변이 또 있다. 남포리와 중화동 해안에 형성된 콩돌해변이다. 그중 남포리 콩돌해변은 길이 1km가량의 해변 전체가 콩처럼 자잘한 돌로 가득하다. 진짜 콩과 섞어놓으면 구별하기 어려울 만큼 크기와 모양이 비슷하다. 이 콩돌은 백령도에 많은 규암이 억겁의 세월 동안 파도에 깎이고 씻겨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색깔도 흰색, 갈색, 회색, 적갈색, 청회색, 청록색 등 다채롭다. 하지만 콩돌해변은 경사가 급하고 수심이 깊어서 해수욕을 즐기기는 어렵다. 대신 신발을 벗어들고 맨발로 산책하기에 아주 좋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들려오는 ‘자그락자그락’ 소리와 함께 발바닥에 전해오는 감촉이 매우 시원하고 기분 좋다.

 

백령도는 ‘심청전’의 무대로도 알려져 있다. 백령도 두무진과 북한 땅의 장산곶 사이에는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려고 공양미 300석에 몸을 판 심청이 빠졌다는 인당수가 있다. 그리고 백령도 남쪽에는 인당수에 빠진 심청이 용궁에 갔다가 타고 온 연꽃이 조류에 떠내려가다 걸렸다는 연봉바위가 있다. 백령도 면소재지 부근의 야트막한 산등성이에는 심청각(032-880-2798)이 들어서 있다. 인당수와 연봉바위는 물론, 바다 건너 북한 땅도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보인다. 이곳은 북한 땅의 아스라한 산줄기 위로 붉은 아침 해가 솟아오르는 광경을 감상하기에도 좋다.

 

백령도 주변의 청정해역에서는 까나리, 광어, 우럭, 전복 등이 많이 잡힌다. 그중에서 특히 까나리가 유명하다. 멸치의 사촌쯤 되는 까나리는 소금에 절여 액젓으로 가공 한다. 백령도의 어느 포구에서나 까나리액젓을 만드는 플라스틱 통이 수백 개씩 늘어선 진풍경을 볼 수 있다.

   

 

고운 모래펄, 짙은 노을 첫사랑처럼 유혹
서해 보령 삽시도
글·사진 양영훈 3D3Dtravelmaker@empal.com">3Dtravelmaker@empal.com" target=_blank>3Dtravelmaker@empal.com">travelmaker@empal.com
 
 

 

진너머해수욕장의 솔숲에서 바라본 해넘이.

 

 

충남 보령시 대천항 앞바다에는 저마다 독특한 형태와 분위기를 간직한 섬이 즐비하다. 백사장 고운 삽시도, 상록수림을 품은 외연도, 광활한 해변을 거느린 원산도, 여우 모양의 호도, 사슴을 닮은 녹도, 몽돌해변이 있는 효자도 등 많은 섬이 보석처럼 빛난다. 그중에서 여름철 피서지로 첫손에 꼽을 만한 곳은 단연 삽시도다.

 

시위에 화살을 잰 활처럼 생긴 삽시도는 면적 3.78km2에 해안선 길이가 11km밖에 안 된다. 그럼에도 충남의 섬 중에서는 안면도, 원산도에 이어 세 번째로 크다. 해안선을 따라 기암괴석의 수려한 풍경을 자랑하고, 한여름 열기를 식혀줄 울창한 송림이 곳곳에 자리한다. 삽시도를 찾은 관광객들은 이구동성으로 그곳의 면적이 실제보다 훨씬 크게 느껴진다고 말한다. 한때는 제법 큰 규모의 염전도 있었고, 전체 주민이 다 먹고 남을 만큼의 쌀이 생산되는 논도 있었기 때문이다. 세 개의 마을이 자리한 삽시도의 중심지나 다름없는 윗말에는 초등학교, 발전소, 보건소, 경찰초소 같은 공공기관과 교회, 식당, 민박집, 슈퍼마켓 등이 몰려 있다.

 

 

형제처럼 닮은 해수욕장 3곳에서 해수욕과 조개잡이

삽시도에는 해수욕장이 세 곳이나 된다. 거멀너머해수욕장, 진너머해수욕장, 밤섬해수욕장이 그것이다. 그중 삽시도초등학교 뒤쪽에 자리한 거멀너머해수욕장은 그림처럼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한다. 길이 1.5km의 백사장에는 밀가루처럼 고운 모래가 깔린 데다 경사도 완만해 아이들도 안전하게 해수욕을 즐길 수 있다. 백사장 뒤편에는 울창한 소나무숲이 형성돼 있어 뙤약볕을 피해 휴식하기에 안성맞춤이다. 바닷물은 속이 훤히 들여다보일 정도로 맑고 깨끗하다. 썰물 때 물 빠진 백사장을 호미로 뒤적거리면 조개와 고둥이 줄지어 나타난다. 한 자리에서 해수욕과 조개잡이를 모두 즐길 수 있는 셈이다.

 

거멀너머해수욕장의 남쪽 끝에서 불쑥 튀어나온 작은 갯바위해안을 통과하면 1km 길이의 진너머해수욕장으로 이어진다. 마을의 당산 너머에 있다고 해서 당너머, 또는 집너머해수욕장으로 불리는 곳이다. 이 해수욕장도 울창한 해송숲과 고운 모래해변, 드넓은 백사장과 심산의 계류처럼 맑은 물빛을 품었다. 전체 분위기와 자연조건, 형태 등이 이웃한 거멀너머해수욕장과 형제처럼 닮았다. 백사장 양쪽 끝의 갯바위에서는 바다낚시를 즐길 수 있고, 뒤편의 소나무숲에서는 야영이 가능하다. 삽시도는 주변에 암초가 발달하고 어자원이 풍부해 우럭, 노래미 등의 선상 낚시는 물론 갯바위 낚시 포인트가 많아 연중 낚시꾼의 발길이 이어지는 곳이다.

 

거멀너머해수욕장과 진너머해수욕장에서는 황홀하리만치 아름다운 해넘이와 저녁노을을 감상할 수 있다. 잔잔하게 일렁이는 바다를 감귤빛, 오렌지빛, 석류빛으로 물들인 태양이 수평선 너머로 사라지고 나면 핏빛보다 붉고 진한 저녁노을이 첫사랑의 여운처럼 길게 드리운다.

   

 

1. 진너머해수욕장의 물 빠진 모래밭에서 조개를 잡는 관광객들.

 

남쪽 해안에는 삽시도에서 가장 넓은 해수욕장인 밤섬해수욕장이 있다. 수루미해수욕장으로도 불리는 이 해수욕장은 나머지 두 곳에 비해 찾는 사람이 별로 없어 호젓한 분위기에서 바다의 낭만과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물이 빠져나간 뒤 이곳 모래펄에서도 조개잡이가 가능하다. 호미로 10~20cm 살살 파면 속이 실한 조개가 모습을 드러낸다. 운이 좋으면 아이 주먹만큼 큰 대합도 잡는다. 물때를 잘 맞춰 1~2시간 잡으면 한 끼 부식거리를 너끈히 구할 수 있다.

 

밤섬해수욕장과 진너머해수욕장 사이의 서남쪽 해안에는 면삽지와 물망터가 있다. 골무 형상의 무인도인 면삽지는 밀물 때는 섬이었다가 바닷물이 빠지면 삽시도와 하나로 연결된다. 하루 두 번씩 모세의 기적이 일어나는 셈이다. 한편 물망터는 밀물 때 바닷속에 잠겨 있다 바닷물이 빠지면 어김없이 맑고 시원한 석간수를 뿜어내는 신비의 샘터다. 두어 해 전까지만 해도 면삽지와 물망터에 가려면 썰물 때 드러나는 갯바위해안을 지나야 했다. 하지만 2007년 말의 유조선 기름유출 사건 당시 이곳까지 밀려든 기름 찌꺼기를 제거하기 위한 방제용 도로가 개설된 덕분에 찾아가기가 한결 수월해졌다. 그래서 이제는 섬 전체를 도보나 자전거로 일주하는 것도 가능하다. 진너머해수욕장에서 물망터, 밤섬을 거쳐 다시 출발지로 돌아오는 데 걸어서 2시간가량 걸린다.

 

 

2. 썰물 때 광활한 백사장을 드러내는 진너머해수욕장. 3. 삽시도의 밤섬선착장을 뒤로하고 장고도로 향하는 여객선.

 

 

여/행/정/보

 

●숙박

거멀너머해수욕장와 진너머해수욕장 부근에 태창비치펜션(041-932-6925), 동백하우스(041-932-3738), 삽시도통나무펜션(041-932-3643), 삽시도펜션나라(041-931-5007) 등 펜션형 민박집이 많다. 밤섬해수욕장과 가까운 밤섬선착장 근처에는 삽시도모닝펜션(041-932-3648), 바다타운펜션(041-935-4321), 삽시도펜션(041-932-1444), 삽시도노을바다펜션(041-936-7752), 대습이네민박(041-934-1459) 등 숙박시설이 있다.

 

●맛집

삽시도의 민박집들은 미리 부탁하면 대부분 식사를 차려준다. 상설 운영하는 식당은 모두 술뚱선착장이 있는 윗말에 자리 잡고 있다. 대부분 생선회와 김치찌개, 해물탕 등을 내놓는다.

 

 

교/통/정/보

 

●대천항↔삽시도/ 신한해운(041-934-8772, www.shinhanhewoon.com)의 카페리호가 1일 3회(오전 7시30분, 오후 1시, 4시) 출항. 소요시간은 오전 7시30분, 오후 1시편은 40분, 오후 4시편은 1시간 25분. 여객선은 물때에 따라 동북쪽 윗말의 술뚱선착장과 남쪽의 밤섬선착장을 번갈아 이용한다. 계절과 날씨, 선사의 사정에 따라 운항시간이 바뀔 수 있으므로 반드시 사전에 확인해야 한다.

 

●영목항↔삽시도/ 안면도의 남쪽 끝에 있는 영목항에서 신한해운의 삽시도행 여객선이 1일 1회(오후 4시30분) 출항한다.

 

●섬 내 교통

택시나 노선버스가 없다. 도보나 자전거, 민박집 차량을 이용해야 한다.

   (끝)

 

가까워서 한 번 가고 아름다워 또 발길 가는 곳
서해 인천 석모도
글·사진 양영훈 3D3Dtravelmaker@empal.com">3Dtravelmaker@empal.com" target=_blank>3Dtravelmaker@empal.com">travelmaker@empal.com
 
 

 

석모도행 카페리호를 호위하듯 뒤따르는 갈매기 떼.

 

 

석모도는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서 찾아가기 좋은 섬이다. 대부도, 영흥도, 제부도 등도 길은 수월하지만, 연륙교와 연륙도로를 통해 육지와 연결돼 있어 섬 여행 특유의 배 타는 즐거움을 느끼기 어렵다. 하지만 석모도는 다르다. 서울에서 자동차로 2시간 정도 거리에 있으면서도 고속도로를 달리고 다리를 건넌 뒤에 다시 배를 타야 닿을 수 있다. 별로 길지 않은 여정이 참으로 다채롭다.

 

석모도는 행정구역상 인천광역시 강화군 삼산면에 속한다. 낙가산(235m), 해명산(327m), 상봉산(316m) 3개의 산이 솟아 있어 ‘삼산’면이다. 원래 석모도는 9개의 섬으로 나뉘어 있었는데 조선시대부터 근래까지 계속된 간척공사로 여러 섬이 합쳐져 지금의 모습을 갖추었다. 그래서 섬치고는 들녘이 꽤 넓다.

 

강화도 내가면의 외포선착장이나 화도면의 선수선착장에서 카페리호를 타고 1.5km만 가면 석모도의 석포선착장이나 보문선착장에 닿는다. 10여 분 거리의 이 짧은 뱃길을 수많은 갈매기가 호위한다. 녀석들은 승객이 던져주는 새우깡을 받아먹기 위해 강화도와 석모도 사이의 해협을 하루에도 수십 번 왕복한다. 끈으로 묶인 것은 아니지만, 이미 야성을 잃은 탓에 애완용 조류처럼 사람들에게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카페리호를 빠져나온 자동차는 석포선착장을 벗어나자마자 삼거리에 이른다. 오른쪽은 삼산면소재지, 왼쪽은 보문사로 가는 길이다. 하지만 어느 방향을 택해도 무방하다. 결국은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오는 일주도로이기 때문이다. 19km 길이의 일주도로를 한 바퀴 도는 데는 경제속도로 느긋하게 달려도 20여 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이처럼 길은 짧지만 바다를 옆구리에 끼고 달리는 데다 주변 풍광이 시시각각 바뀌어 해안 드라이브 코스로 인기가 높다.

 

 

1. 어류정항 입구의 넓은 갯벌에서 먹이를 찾는 저어새. 2. 보문사 극락보전. 뒤쪽 산등성이에 마애불이 조각된 눈썹바위가 있다. 3. 낙가산 정상 아래의 눈썹바위에 부조로 조각된 마애불.

 

 

석모도 제일의 관광명소는 누가 뭐래도 보문사(032-933-8271)다. 석포리에서 보문사로 가는 길에 전득이고개를 넘는다. 야트막한 이 고갯마루에서 해명산 등산코스가 시작된다. 전득이고개에서 곧바로 능선에 올라선 다음, 해명산과 낙가산 정상을 거쳐 보문사로 내려서는 것이 일반적인 등산코스다. 약 6.3km의 이 코스를 섭렵하는 데는 대략 3시간30분이 소요된다. 인천 앞바다와 강화도 주변에 점점이 떠 있는 섬을 조망하면서 여유 있게 걷다 보면 1~2시간 더 걸리기도 한다.

 

전득이고개를 내려서면 찻길 왼쪽으로 드넓은 평지가 펼쳐진다. 한때 품질 좋기로 소문난 천일염을 생산한 삼량염전이 있던 곳이다. 이제 갈대와 칠면초만 무성하게 들어찬 폐염전 사이로 고속도로처럼 반듯한 찻길이 뻗어 있다. 어류정항과 민머루해변으로 가는 길이다.

   

 

보문사에 올라 소원 빌고, 장쾌한 바다로 저무는 해 조망

길이 1km의 민머루해변은 석모도 유일의 해수욕장이다. 갯벌이 넓고 낙조가 아름다워 ‘취화선’을 비롯한 영화와 TV 드라마에 자주 등장했다. 밀물 때의 민머루해변은 모래해변이다. 그러나 썰물 때 물 빠진 해변은 돌이 많고 바닥도 거칠어서 해수욕장보다는 갯벌체험장으로 더 유명하다. 이곳을 포함한 석모도와 강화도 일대의 갯벌은 게, 조개, 낙지 등의 바다생물이 많이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다. 저어새(천연기념물 제205호)의 번식지로도 알려진 강화도 갯벌은 천연기념물 제419호로 지정돼 있다.

 

보문사는 남해 보리암, 양양 낙산사의 홍련암과 함께 우리나라 3대 관음도량 중 하나이며 전등사, 정수사와 더불어 강화의 3대 고찰이기도 하다. 신라 선덕여왕 4년(635) 금강산에서 내려온 회정대사가 창건했다고 한다. 보문사의 본전인 극락보전 뒤편의 산비탈에는 419개의 돌계단이 놓여 있다. 그 계단이 끝나는 낙가산 정상 아래의 눈썹바위에는 높이 6.6m의 커다란 마애불이 조각돼 있다. 소원을 잘 들어준다고 소문이 나 치성을 드리려는 불자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마애불 앞에서 고개를 뒤로 돌리면 석모도 남쪽과 서쪽의 장쾌한 바다와 섬들이 시야를 가득 채운다. 바로 앞쪽의 주문도와 볼음도는 물론 멀리 덕적도, 영종도, 무의도, 장봉도 등도 또렷하게 보인다. 이곳에서 맞이하는 서해 일몰도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장관이다.

 

 

4. 석모도 석포선착장에 도착한 카페리호. 5. 바닷가를 따라 한 바퀴 도는 석모도 일주도로.

 

여/행/정/보

 

●숙박

석모도는 섬 전체가 거대한 펜션단지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펜션이 많다. 민머루해변 부근에 산마루턱펜션(032-932-9928), 석모도펜션(032-933-3558), 장구너머펜션(032-933-4888) 등이 있다. 보문사 부근 일주도로변에는 석모도벨에어펜션(032-933-8161), 노을내리는아름다운집(032-933-9677), 언덕위에하얀집(032-933-3884) 등이 있다. 석포선착장 근처에 섬모텔(032-933-0025), 에덴모텔(032-933-4314), 석모도은혜펜션(032-933-2564), 스카이펜션(032-933-8648) 등이 있다.

 

 

●맛집

보문사 입구의 일주도로변에 있는 토담마을(032-932-1020)은 낙지정식, 밴댕이회정식, 꽃게탕을 잘하는 맛집이다. 보문사 입구의 물레방아식당(032-932-1325), 보문식당(032-932-4315) 등은 어느 절집 앞이나 흔한 산채정식 말고도 사자발쑥튀김, 새우튀김 같은 별미를 맛볼 수 있다. 초여름에는 어딜 가나 밴댕이를 맛볼 수 있고, 해물칼국숫집도 군데군데 성업 중이다.

 

 

교/통/정/보

 

●강화도↔석모도/ 내가면 외포선착장(032-932-6007)↔석모도 석포선착장(032-932-3324)과 화도면 선수선착장(032-937-6017)↔석모도 보문선착장(032-932-6019) 2개 노선이 있다. 외포리에서는 오전 7시부터 밤 9시까지 30분 간격, 선수포구에서는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5시30분까지 1시간 간격으로 왕복 운항한다. 뱃삯은 들어갈 때 왕복 요금으로 지불하며, 나올 때는 어느 선착장을 이용해도 된다. 두 노선을 운항하는 카페리호가 모두 삼보해운 소속이기 때문이다. 마지막 배의 출항시간은 다소 유동적이므로 사전에 확인하는 게 좋다.

 

●섬 내 교통

석포선착장에서 매시 정각에 보문사행 버스가 출발한다. 길이 19km의 석모도 일주도로는 오르막길이 별로 없는 데다 바닷가를 끼고 이어지기 때문에 자전거 하이킹을 즐기는 사람이 많다. 석포선착장의 자전거 대여점(016-757-8265)에서는 석모도 어디로든 자전거나 스쿠터를 배달해준다.

   (끝)

 

이 섬 저 섬 들락날락 눈이 호강하는 선유팔경
서해 군산 선유도
글·사진 양영훈 3D3Dtravelmaker@empal.com">3Dtravelmaker@empal.com" target=_blank>3Dtravelmaker@empal.com">travelmaker@empal.com
 
 

 

선유도해수욕장의 북쪽 끝에 우뚝 솟은 망주봉.

 

섬과

섬 사이

새가 날아갔다

보라색의 햇살로 묶은

편지 한 통을 물고

 

섬이 섬에게

편지를 썼나보다

-곽재구 시인의 ‘선유도’



‘포구기행’을 쓴 곽재구 시인의 ‘선유도’라는 시다. 시인은 “선유도 백사장을 본 순간 세상에서 가장 맑고 넓은 원고지를 생각하고는 손가락으로 한 편의 시를 썼다”고 한다. 굳이 시인이 아니더라도, 선유도의 아름다운 풍광에 매료된 사람의 가슴에는 시심(詩心)이 꿈틀댄다. ‘신선이 노닐 만한 섬’ 선유도의 풍광은 문자 그대로 선경(仙境)이요, 별유천지비인간(別有天地非人間)이다. 인간에게 과분하게 느껴질 만큼 수려하다.

 

군산 앞바다에는 고군산열도가 있다. 선유도, 야미도, 신시도, 대장도, 장자도, 무녀도, 방축도 등의 유인도 16개와 무인도 47개가 늘어서 있다. 섬이 하도 많다 보니, 바다가 섬을 에워싼 게 아니라 섬들이 바다를 껴안은 듯하다. 섬과 섬 사이에 드리운 바다는 산중의 호수처럼 잔잔하고도 아늑하다.

 

고군산열도의 섬 가운데 야미도와 신시도는 최근 세계 최장의 새만금방조제가 완공된 뒤로 육지가 됐다. 신시도 바로 옆에는 무녀도가 있다. 무녀도는 선유도, 대장도, 장자도 등과 작은 다리를 통해 이어진 섬이다. 이제 신시도와 무녀도 사이에 1km도 안 되는 길이의 다리만 하나 놓이면 고군산열도 주요 섬은 모두 육지가 된다. 하지만 섬은 섬다워야 한다. 섬이 육지와 연결되면 더는 섬이 아니다. 고유한 문화와 풍속이 하루아침에 달라지고, 자연은 본래 습성과 풍경을 잃고 만다. 육지와 한층 가까워진 선유도에 가면 그런 상념이 불쑥불쑥 뇌리를 스친다.

 

 

1. 무녀도 바닷가에서 바라본 해넘이. 2. 선유2구의 아담하고 한적한 몽돌해변.

 

선유도 구석구석은 물론 이웃 섬까지 자전거로 여행

선유도와 그 이웃 섬들은 작고도 넓다. 자동차는 물론이고, 자동차가 다닐 만한 길도 없어서 도보나 자전거로 돌아다녀야 한다. 그래서 실제보다 훨씬 크게 느껴진다. 성질 급한 관광객은 상대적으로 빠른 오토바이택시를 이용하지만, 대체로 관광객들은 두 발로 느긋하게 걷거나 자전거, 전동카트 등을 빌려 타고 여유 있게 이곳저곳을 기웃거린다. 선유도와 이웃 섬을 여행하는 데 최고의 교통수단은 단연 자전거다. 자전거 대여료(1일 1만 원 내외)도 저렴하거니와 다리를 통해 연결된 섬들의 구석구석까지 쉽게 찾아다닐 수 있다. 대부분의 길이 바닷가를 따라 이어지는 데다 오르막이 거의 없고 평탄하다.

 

선유도와 주변 섬을 여행할 때 거점이 되는 곳은 선유도의 선유2구인 진리마을이다. 이 진리마을과 망주봉 사이에 모래톱처럼 좁고 긴 선유도(명사십리)해수욕장이 있다. 명사십리라 부르긴 하지만, 실제 길이는 10리(4km)의 반도 되지 않는 1.5km에 불과하다. 섬들에 둘러싸여 있어 파도가 잔잔하고 수심이 얕아 해수욕을 즐기기에 안전하다. 자연풍광이 빼어나게 아름다워서 자전거를 타고 가다 이곳 백사장에 주저앉아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는 연인들의 모습이 심심찮게 눈에 띈다.

   

 

3. 선유3구의 선착장에 도착한 카페리호. 4. 선유도의 오토바이택시.

 

선유도에는 선유팔경이 있다. 큰비가 내리면 망주봉의 암벽을 타고 예닐곱 가닥으로 쏟아지는 망주폭포, 선유도해수욕장의 황홀한 일몰을 가리키는 선유낙조, 무녀도의 3개 무인도 사이로 고깃배가 돌아오는 삼도귀범, 장자도 밤바다의 고깃배 불빛을 일컫는 장자어화, 금빛 모래가 깔린 선유도해수욕장의 명사십리, 고군산군도의 12개 봉우리가 춤을 추는 것 같다는 무산12봉, 신시도의 월영봉(199m)을 오색으로 물들이는 월영단풍, 기러기가 내려앉은 듯한 형상의 모래톱인 평사낙안이 이에 속한다.

 

선유도 전경을 한눈에 조망하려면 대장도의 대장봉(143m)에 올라야 한다. 제법 가파른 암봉인데도 등산로가 잘 닦여 있어서 20분쯤 걸으면 고군산군도의 숱한 섬과 변산반도, 새만금방조제까지 고스란히 눈에 들어오는 정상에 올라선다. 대장도에는 서울로 떠난 지아비를 기다리다 돌이 됐다는 전설을 간직한 할매바위, 길이 30m의 작은 몽돌해변도 있다. 몽돌해변 근처의 바위틈에서는 실낱같은 석간수가 흘러내린다. 이런 대장도는 잠시나마 선유도해수욕장의 번잡함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둘러볼 만하다.

 

선유도와 대장도 사이에 징검다리처럼 놓인 장자도는 아주 작은 섬이다. 마을 하나가 섬 전체를 대부분 차지한다. 규모는 작지만 고군산군도가 황금어장으로 이름 높던 시절에는 어업 전진기지였다고 한다. 지금도 석유저장시설, 발전소, 방파제 등 당시의 영화를 짐작게 하는 자취가 남아 있다. 이처럼 섬과 섬 사이를 이웃집에 마실 다니듯 들락거릴 수 있다는 점이 선유도 여행의 가장 큰 매력이다.

 

 

대장도 대장봉의 암벽 위에서 내려다본 선유도 일대의 섬과 바다.

 

여/행/정/보

 

●숙박

선유도에는 한세월파크(063-466-7477), 별장민박(063-465-6680), 망주봉신선산장(063-466-1656), 중앙민박(063-468-2506), 파란펜션(063-465-6494) 등 민박과 펜션이 많다. 장자도에는 섬마을풍경(063-468-7300), 노을이 아름다운 바닷가(010-3013-3627), 바다풍경(010-2296-2435) 등의 펜션이 있다. 선유도닷컴(www.sunyoudo.com), 아름다운 선유도(www.sunyudo.com)에서 선유도 여행에 필요한 각종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맛집

대부분의 민박집이 미리 부탁하면 식사를 차려준다. 선유팔경횟집(063-465-8667), 선유횟집(063-465-8836), 고군산횟집(063-465-3239), 바다로횟집(063-468-2506), 으뜸관광횟집(063-465-0432) 등 상설 식당도 여럿 있다. 대부분의 식당에서 생선회, 꽃게탕, 매운탕, 백반, 바지락죽 등을 맛볼 수 있다.

 

 

교/통/정/보

 

●군산↔선유도/ 군산여객터미널에서 한림해운(063-461-8000, www.hanlimhaewoon.co.kr)의 정기 여객선이 평일에는 5~6회, 피서철에는 하루 12회 왕복 운항한다. 월명유람여객선(063-462-4000, www.wmmarine.com)의 쾌속선도 평일에는 5~6회, 피서철에는 하루 9회 왕복 운항한다. 소요시간은 쾌속선 45분, 일반선 1시간 10분. 인터넷 예매도 가능하다. ※여객선의 출항시간과 횟수는 비·성수기, 계절, 요일, 날씨에 따라 수시로 바뀌므로 선사에 전화를 걸어 정확한 출항시간을 미리 확인, 예약하는 것이 좋다.

 

●섬 내 교통

택시나 정기 노선버스가 없다. 자전거, 전동카트, 오토바이택시 등을 이용하거나 걸어 다녀야 한다.

   (끝)

 

모래섬 신기루 품은 푸른 바다 위 파라다이스
서해 인천 대이작도
글·사진 양영훈 3D3Dtravelmaker@empal.com">3Dtravelmaker@empal.com" target=_blank>3Dtravelmaker@empal.com">travelmaker@empal.com
 
 

 

여름철 한낮에 짙은 해무에 휘감긴 대이작도와 주변 바다.

 

 

대이작도는 자월도, 승봉도, 소이작도 등과 함께 인천광역시 옹진군 자월면에 딸린 섬이다. 인천 연안부두에서 쾌속선으로 1시간 20분쯤 달리면 당도할 수 있다. 면적 2.57km2, 해안선 길이가 18km인 대이작도는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돌아보기에 딱 좋다. 선착장에서 큰말 동네까지 거리가 700m, 섬 한복판에 있는 장골마을까지는 1.5km밖에 안 된다. 섬의 동쪽 끝에 있는 계남마을까지도 대략 4km밖에 안 된다. 그러니 두 발로 걸어서도 예닐곱 시간이면 섬 전역을 훑어볼 수 있다.

 

여객선을 타고 대이작도 선착장에 도착했을 때 마침 날물, 즉 바닷물이 빠지는 중이라면 먼저 풀등을 찾는 것이 좋다. 대이작도 본섬의 여러 명소와 해변은 물때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 찾아가도 상관없지만, 풀등은 물때가 맞지 않으면 발을 디뎌볼 수 없기 때문이다.

 

 

1. 부아산 정상 부근의 전망대에서 승봉도를 바라보는 사람들.

 

‘풀치’라고도 불리는 풀등은 대이작도와 소이작도의 서남쪽 바다에 형성된 수중 모래섬이다. 밀물 때는 바다에 잠겼다가 바닷물이 빠지는 썰물 때 그 실체를 드러낸다. 크기는 물때에 따라 달라진다. 조수간만의 차가 큰 사리 때는 길이 5km, 폭 1km의 거대한 위용을 드러내기도 한다. 신기루 같은 이 모래섬은 대이작도의 작은풀안해수욕장이나 큰풀안해수욕장에서 조금만 헤엄치면 닿을 듯이 가깝다. 실제로 500~1000m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하지만 그곳에 상륙하려면 낚싯배나 모터보트(풀등호, 011-392-3945)를 이용해야 한다.

 

오로지 단단한 모래로 이뤄진 풀등에서는 맛조개, 고둥, 골뱅이, 바지락, 비단조개 등을 잡거나 일광욕, 해수욕을 즐길 수 있다. 따라서 조개잡이용 호미는 꼭 챙겨 가야 한다. 쾌청한 날에는 따가운 햇살을 가려줄 비치파라솔이나 작은 천막은 물론, 얼린 생수와 간식도 챙겨 가는 것이 좋다. 그리고 이 모래섬은 3시간 정도만 물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므로 물때를 정확히 파악한 뒤 찾아가야 안전사고를 막을 수 있다.

 

1박2일 일정으로 대이작도를 찾았다면 첫날 오후에는 부아산에 올라보기를 권한다. 장골마을 북쪽에 우뚝 솟은 부아산 정상(159m)에서 풀등의 전체 규모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찻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짧은 계단을 올라 68m 길이의 아담한 구름다리를 건너면 정상 부근의 팔각정에 당도한다. 이곳에서는 풀등뿐 아니라 승봉도와 사승봉도, 소이작도, 덕적도, 소야도, 선갑도, 굴업도 등 숱한 섬이 시야에 들어온다. 작은 섬의 나직한 산인데도 여느 큰 섬의 높은 산정에 뒤지지 않을 만큼 조망이 시원스럽다. 게다가 부아산 정상과 능선 세 곳에는 나무데크와 전망대가 세워져 있어 상쾌한 조망과 편안한 휴식을 함께 즐길 수 있다.

 

2. 썰물 때 물 밖으로 드러난 풀등에서 조개 잡는 사람들. 3. 작은풀안해수욕장에서 물놀이하는 아이들.

 

   

 

부아산 정상, 풀등에 오르면 발길 안 떨어져

대이작도에서 하룻밤을 묵을 때는 섬 한복판의 장골마을에 숙소를 잡는 것이 여러모로 편리하다. 작은풀안해수욕장, 큰풀안해수욕장, 목장풀해수욕장, 부아산 삼신할미약수터 등의 명소가 산책하듯 가볍게 걸어 다닐 만한 거리에 있다. 게다가 안팎이 깔끔한 펜션과 민박집이 많아서 잠자리를 해결하기도 쉽다.

 

 

4. 부아산 정상 부근의 소공원. 데크에서는 야영도 할 수 있다. 5. 이작횟집의 생선회.

 

장골마을에서 가장 가까운 명소는 약 100m 거리의 작은풀안해수욕장이다. 이 해수욕장을 비롯한 대이작도의 해수욕장들엔 밀가루처럼 고운 모래가 깔려 있다. 백사장의 경사도 매우 완만해 어린이들도 안전하게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 해수욕장 뒤편의 해송숲에서는 야영도 가능하다. 게다가 썰물 때는 해수욕장의 바로 앞에서 거대한 모래섬 풀등이 나타난다.

 

장골마을에서 700m가량 떨어진 큰풀안해수욕장은 한적한 정취와 울창한 솔숲이 인상적인 곳이다. 장골마을에서 계남마을로 가는 길목의 조롱목 같은 곳에 자리한 목장풀해수욕장은 해수욕보다는 제트스키, 수상스키, 바나나보트, 플라잉보트 등의 수상 레포츠를 즐기기에 좋다. 장골마을에서 2.5km쯤 떨어진 섬의 동쪽 끝에는 계남해수욕장이 있다. ‘떼넘어해수욕장’으로도 불리는 이 해수욕장의 바로 앞에는 사승봉도가 방파제처럼 파도를 막아준다. 그래서 큰풀안해수욕장이나 작은풀안해수욕장보다 파도가 잔잔하다. 피서객이 많이 몰리는 여름철 성수기에도 비교적 한갓지다는 점도 이 해수욕장의 매력이다.

 

대이작도는 구경하는 섬이 아니다. 천천히 걸어 다니면서 휴식하다 돌아가는 섬이다. 특히 전망 좋은 부아산 정상이나 신비의 모래섬인 풀등에서는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각박한 도심의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을 벗 삼아 진정한 휴식을 누리고 싶은 사람들에게 대이작도는 파라다이스 같은 섬이다.

 

 

넓은 백사장과 울창한 솔숲을 품은 큰풀안해수욕장 전경.

 

여/행/정/보

 

●숙박

장골마을에 풀등펜션(032-834-6161), 다올펜션(010-5685-0654), 해림펜션(032-833-3945), 푸른언덕(032-834-2710), 금모래은모래(010-9045-3516), 등대민박(032-833-1682) 등 펜션과 민박집이 여럿 있다. 선착장에서 가까운 큰말에도 완도민박(032-832-3124), 초원민박(010-9959-7048) 등이 있다. 작은풀안해수욕장을 비롯한 해수욕장과 부아산 정상 부근의 사각형 나무데크에서는 캠핑이 가능하다.

 

●맛집

선착장에 자리한 이작횟집(032-834-9944)은 대이작도 유일의 상설 식당이다. 생선회, 꽃게탕, 매운탕, 게장백반, 회덮밥 등을 맛볼 수 있다. 장골마을의 풀등펜션(032-834-6161)은 내 집 밥상처럼 맛있고 부담 없는 백반을 내놓는다.

 

 

교/통/정/보

 

●인천↔대이작도/ 인천 연안부두에서 우리고속훼리(032-887-2891)의 레인보우호와 대부해운(032-887-6669)의 고속페리호(차량 선적 가능)가 비수기 평일에는 1일 1회, 금~일요일과 휴일에는 1일 2회 출항. 소요시간은 1시간 40분(레인보우호), 2시간(고속페리호). 연안여객선 예매사이트(www.seomticket.co.kr)에서 선표 예매 가능.

 

●안산 대부도↔대이작도/ 대부도 방아머리 선착장에서 승봉도-대이작도 노선을 운항하는 대부해운(032-886-7813)의 고속페리호(차량 선적 가능)가 1일 1회 출항. 대이작도까지 1시간 40분 소요.

 

●섬 내 교통

택시나 노선버스가 없다. 걷거나 자전거를 타거나, 민박집 차량을 이용해야 한다.

   (끝)

 

돌·바람·파도 삼형제 ‘다도해 진주’를 만들었다
서해 신안 홍도
글·사진 양영훈 3D3Dtravelmaker@empal.com">3Dtravelmaker@empal.com" target=_blank>3Dtravelmaker@empal.com">travelmaker@empal.com
 
 

 

홍도1구 선착장 근처의 남문바위.

 

 

‘다도해의 진주’ 홍도로의 여름 여행은 아주 낭만적이다. 운 좋게 날씨가 쾌청하면 눈에 들어오는 풍경마다 선경(仙境)이 따로 없다. 우뚝 솟은 해벽(海壁)의 질감이 멀리서도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바닷바람에 하늘거리는 원추리 꽃의 때깔은 어디서나 새뜻하다.

 

홍도는 목포항에서 115km가량 떨어져 있다. 목포항을 출발한 쾌속선이 도초도, 비금도와 흑산도를 거쳐 홍도에 도착하려면 약 2시간 30분이 걸린다. 때마침 바다가 잔잔하고 시야까지 깨끗하다면 여객선에서 내리자마자 유람선에 몸을 실어야 한다. 홍도 여행의 묘미 중 첫손에 꼽히는 것이 바로 해상 유람선 일주다. 날씨만 괜찮으면 우리나라 최고의 해안절경을 샅샅이 감상할 수 있다.

 

 

점점이 떠 있는 아름다운 섬, 핏빛 낙조에 섬뜩함마저 들어

1. 깎아지른 암벽 위에 갖가지 상록수가 울창한 홍도의 해안 절경. 2. 여객선을 타고 내리는 관광객으로 만원인 홍도1구 선착장.

 

20여 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홍도는 전체 면적이 6.87km2, 해안선 길이가 20.8km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돌과 바람과 파도가 합작해서 빚은 절경이 33경이나 된다. 바위가 많은 남해도 금산의 33경과 마찬가지로 독특한 형상의 기암괴석이 절경을 이룬다. 관광객을 가득 실은 유람선이 선착장을 떠나자마자 만물상, 부부탑, 독립문바위, 슬픈여, 도승바위, 남문바위, 원숭이바위, 주전자바위 등이 연달아 나타난다. 이 기기묘묘한 형상의 바위에 눈길과 마음을 빼앗기다 보면 2시간 30분쯤의 유람시간이 쏜살처럼 흘러간다. 수직으로 솟아오른 바위를 쳐다보느라 고개가 뻣뻣해질 즈음이면 수평으로 편안히 바라보이는 석화굴, 실금리굴, 홍어굴 같은 해식동굴이 간간이 나타난다. 유람선 선장과 안내원이 동화처럼 풀어내는 수많은 바위에 얽힌 전설을 재미나게 듣다가 탑섬, 군함바위 등에 내려 산책을 즐길 수 있다. 남문바위나 독립문바위 부근에서 배가 잠시 정차하면 기념 촬영을 할 수도 있다.

 

홍도에는 공식 해수욕장이 한 군데밖에 없다. 홍도1구의 서쪽 해변인 빠돌해수욕장이 그곳이다. ‘빠돌’은 자갈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러나 자갈이라기보다는 흔히 ‘호박돌’이라 부르는 돌만큼 큼직큼직한 돌이라 걷기에는 좀 불편하다. 그래도 워낙 물이 깨끗하고 풍경이 아름다워서 여름철에는 물놀이를 즐기려는 피서객이 제법 많이 몰린다.

 

홍도에는 걸어 다닐 만한 길이 별로 없다. 특히 홍도1구에서는 비좁은 골목길을 구석구석 쏘다니거나 홍도분교~내연발전소 간 500m 구간과 홍도분교~깃대봉의 가파른 산길을 한번 걷고 나면 더 갈 데가 없다. 깃대봉을 넘어 2구까지 이어지는 산길이 있지만, 천연보호구역인 홍도의 자연생태계를 보존하기 위해 일반인의 출입을 통제한다. 때문에 1구에서 2구에 가려면 천생 배를 탈 수밖에 없다.

   

 

3. 홍도 유람선 일주코스에서 만나는 해상횟집. 4. 홍도1구 빠돌해수욕장의 둥글둥글한 갯돌과 투명한 바다.

 

 

홍도의 북서쪽 끝에 있는 2구 마을은 다소 번잡한 1구 마을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피서철 외에는 관광객의 발길이 뜸해 얼마 안 되는 여관의 객실이 가득 차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 덕에 마을의 정취는 늘 한가롭고 마을 사람들도 인정이 넘친다. 홍도2구의 선착장과 방파제는 입질 좋은 바다낚시터이기도 하다. 장대로 대충 만든 얼치기 낚싯대만 드리워도 손바닥만 한 우럭이나 노래미가 곧잘 걸려든다. 높은섬, 띠섬, 독립문바위 등이 점점이 떠 있는 앞바다의 풍광 또한 기막히게 아름답다.

 

2구 마을에서 홍도등대(061-246-3888)까지는 두 갈래의 조붓한 오솔길이 이어진다. 하나는 마을 위쪽의 산허리를 돌아가는 산길이고, 다른 하나는 바닷가와 밭둑을 타고 가는 해안 산책로다. 어느 길을 택해도 20분쯤 느긋하게 걸으면 닿는다.

 

일제강점기인 1931년 2월에 처음 불을 밝힌 홍도등대는 불빛이 20초마다 3번씩 점멸하는데, 약 45km 떨어진 바다를 항해하는 선박에서도 그 빛이 보인다. 등탑의 높이는 10m밖에 되지 않지만, 워낙 높은 곳에 자리해 바다 전망이 매우 상쾌하다. 특히 이곳에서 맞이하는 일몰은 그지없이 장엄하고 화려하다. 낙조 드리운 하늘과 하늘빛을 그대로 담은 바다는 온통 선연한 핏빛이다. 너무나 아름답고 황홀해서 섬뜩함마저 드는 광경이다.

 

 

5. 동틀 무렵의 홍도1구 선착장에서 바라본 아침노을.

 

여/행/정/보

 

●숙박

홍도1구에는 서해모텔(061-246-3764), 홍도장(061-246-2500), 광성장(061-246-2094), 방주모텔(061-246-3758), 비치모텔(061-246-3743), 선유모텔(011-237-3708), 하나로모텔(061-246-2197), 하나모텔(061-246-3736) 등 모텔이 밀집해 있다. 지영민박(061-246-2914), 소망횟집민박(061-246-3753) 등 민박집도 많다. 숙박료는 대체로 3만(비수기)~5만 원(여름철 성수기).

홍도2구에는 무궁화장(061-246-3765), 신흥장(061-246-3767), 선진장(061-246-3951) 등 여관이 있다. 그중 선진장은 시설이 괜찮고 객실마다 에어컨이 갖추어져 있다.

 

●맛집

홍도1구에는 해인산장(061-246-2600), 홍도횟집(061-246-4113), 남문횟집(061-246-2005), 다도해횟집(061-246-1144), 금성횟집(061-246-3800), 광주횟집(061-246-3340), 청해회나라(061-246-4848) 등 식당이 많다. 된장찌개, 김치찌개 등이 딸려 나오는 백반 1인분에 5000원가량 받는다. 이 밖에 활어회, 생선구이, 매운탕, 전복죽 같은 메뉴도 가능하다. 여객선이 닿는 선착장에도 즉석 노점횟집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홍도2구에는 연중 영업하는 전문음식점이 따로 없으나, 여관마다 식당을 겸해 미리 부탁하면 식사를 차려준다.

 

 

교/통/정/보

 

●목포↔홍도/ 목포여객선터미널에서 동양훼리(061-243-2111)와 남해고속(061-244-9915)의 쾌속선이 하루 3~4회 운항. 여름철 성수기에는 2~3회 증편된다. ※여객선은 날씨와 계절에 따라 출항 횟수와 시간이 바뀌므로 사전에 전화로 확인한 뒤 예약하는 게 좋다.

 

●홍도1↔구홍도2구/ 여객선의 도착시간에 맞춰 도선이 홍도1구 선착장으로 나온다.

 

●일주유람선

홍도유선협업조합(061-246-2244)의 유람선이 대체로 여객선의 도착시간에 맞춰 부정기적으로 운항한다. 소요시간은 2시간 30분 내외, 요금은 어른 1인당 1만9000원.

   (끝)

 

남해 _ 보고만 있어도 심신이 정화되는 수채화

 

열강이 탐낸 해상 요새 쪽빛 휴식처로 거듭났다
남해 여수 거문도
글 김화성 3D3Dmars@donga.com">3Dmars@donga.com" target=_blank>3Dmars@donga.com">mars@donga.com 사진 양영훈 3D3Dtravelmaker@empal.com">3Dtravelmaker@empal.com" target=_blank>3Dtravelmaker@empal.com">travelmaker@empal.com
 
 

 

1, 2. 거문도 등대가 있는 수월산을 오르는 관광객들.

 

 

거문도는 여수 앞바다 뱃길 끝에 있다. 여수와 제주도의 중간쯤에 있다. 여수에서 남쪽으로 114.7km, 제주에서 동북쪽으로 86km 거리를 두고 있다. 겨울 맑은 날엔 거문도 등대에서 눈 덮인 한라산 봉우리가 보인다. 제주 갈치나 거문도 갈치나 바다가 겹치는 부분이 많다.

 

거문항은 ‘우묵배미 항구’다. 바다의 천연 요새다. 동도, 서도, 고도의 3개 섬이 어깨동무를 하고 ‘ㄷ자’를 만든다. ‘ㄷ자’의 터진 부분도 왜병 모가지처럼 좁다. 파도는 3개 섬의 등만 죽어라 때리며 화풀이를 해댄다. 가끔 수월산 앞 ‘목넘이’로 물을 넘겨보지만 그 정도로는 끄떡도 없다. 항구 안은 아늑하다. 잔잔한 호수 같다. 면적은 약 330만m²(100만 평).

 

사람들은 3개 섬의 가슴과 갈비뼈 품 언저리에서 옹기종기 모여 산다. 주민은 인근 손죽도, 초도 등을 포함해 모두 877가구 1900여 명. 50대 이상이 대부분이다. 한때 주민이 1만1000여 명이나 된 적도 있다.

거문도(巨文島)는 ‘문장이 훌륭한 선비가 많이 사는 섬’이라는 뜻이다. 1885년 영국 해군이 무단 점령하기 전까지는 ‘삼도(三島)’라고 불렀다. 당시 청나라가 조선을 제쳐놓고 영국 러시아와 협상을 벌이고 있었는데, 청나라의 제독 정여창이 현지 사정을 살피러 왔다가 주민들의 해박함에 놀라 조정에 섬 이름을 거문도로 해달라고 청했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거문도 바다는 쪽빛이다. 하늘은 남색이다. 섬 어느 곳에 있든 쪽빛바다가 출렁인다. 쪽빛은 아득하고 깊다. 몽환이다. 거문도 등대는 쪽빛바다가 가장 잘 보이는 곳이다. 등대에 오르는 길은 한갓진 동백 숲길이다. 천연기념물 흑비둘기가 산다. 새가 노래하면 파도가 반주를 넣는다. 우묵사스레피나무나 갯고들빼기, 갯무도 있다.

 

거문도 등대에선 바다에서 두둥실 솟는 붉은 해가 황홀하다. 미끄덩 물속에 가라앉는 홍시 같은 해가 아득하다. 길 잃은 배는 불빛을 보고 눈을 뜬다. 불빛이 마라톤 코스와 비슷한 42km나 나가는 이 등대는 1905년 4월 남해안에서 처음으로 불을 밝혔다. 한국 최초의 유인등대인 인천 팔미도등대(1903년)보다는 늦지만 부산 영도등대(1906년)나 포항 호미곶등대(1908년), 제주 마라도등대(1915년), 울산 간절곶등대(1920년)보다는 앞선 때다.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걷기 좋은 서도 해안길

서도엔 면사무소, 경찰서, 우체국 등 행정관청이 몰려 있다. 아직까지 일본식 집들도 남아 있다. 면사무소 뒤쪽으로 600m쯤 돌아가면 영국군 묘지가 있다. 1885년 4월부터 87년 2월까지 약 2년간 영국군이 주둔했을 당시 사망한 군인들의 묘지다. 지금의 거문초등학교 자리에 영국군이 주둔했다. 병사들은 축구와 테니스를 즐겼다. 가는 길 주위는 말쑥하게 자란 쑥밭 천지다. 거문도 사람들은 한 해 쑥을 3번이나 딴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큰 쑥이라 품질도 으뜸이다. 보통 쑥으로만 한 해 400만∼500만 원씩 소득을 올린다. 쑥밭이 금밭이다.

 

 

3. 전남 여수시 삼산면 거문도에서 동쪽으로 28km 지점에 솟은 백도. 백도는 바람과 파도가 빚어낸 흰 바위와 벼랑의 기묘한 형상으로 ‘남해의 소금강’이라 불린다. 4. 등대가 있는 수월산을 오르다 보면 우거진 동백나무 터널을 지나게 된다.

 

   

 

 

영국군 묘지엔 원래 9기의 무덤이 있었다. 1887년 영국군이 물러간 뒤 경략사 이원회가 조선 조정에 보고한 내용이다. 이후 하나둘 본국으로 이장해가 현재는 2, 3기가 남은 것으로 추정된다. 영국식 묘지석과 나무십자가가 서 있다. 해마다 주한 영국대사관 관계자들이 참배를 빠뜨리지 않는다고 한다.

 

서도 해안길은 목넘이에서부터 시작된다. 쉬엄쉬엄 가도 2시간(8.5km)이면 충분하다. 목넘이∼거문도(유림)해수욕장∼삼호교∼거문도 뱃노래전수관과 서도(이금포)해수욕장, 녹산등대까지 맞닿아 있다. 마을은 이 길을 따라 띄엄띄엄 자리를 잡고 있다. 삼치, 갈치잡이 배들도 발품을 쉰다. 짭조름한 바닷냄새가 맛있다. 바닷바람이 살갗을 어루만진다.

 

목넘이에서 잠시 샛길로 빠져 보로봉∼신선바위∼기와집몰랑∼거문도해수욕장으로 가는 코스는 아버지와 아들이 인생을 얘기하며 걷는 길이다. 천천히 걸어도 한 시간 거리. 보로봉의 해돋이와 해넘이, 기와집 모습의 바위들, 쪽빛 바닷물에 뿌리를 박은 신선바위…. 역사소설가 홍성원(1937~2008)은 마지막 눈을 감으면서 바다를 노래했다. 그렇다. 아들과 아버지는 언젠가 바다에서 만난다.

 

‘한 개의 선과 두 개의 색상이/ 바다가 만드는 구도의 전부다/ 가장 큰 것이 가장 단순해서/ 바다는 우리를 감동시킨다/ 우리가 다시 바다에서 만난다는 것은/ 더할 수 없는 축복이다.’

 

 

여/행/정/보

 

 

5. 거문도 등대에서 바라본 백도 일출. 6. 유람선을 타고 거문도를 둘러보는 관광객들.

 

●숙박

섬마을횟집민박(061-666-8111)은 2층에 단체 손님(10인)과 일반 손님(4인)을 위한 방이 있으며 1층은 백반과 갈치조림, 갈치회를 메뉴로 한 식당이다. 하얀집민박(061-666-8054)은 단체 손님(5~6명)을 위한 방과 4인 가족이 함께 쓸 수 있는 방이 있다. 거문도항에서 가까운 거문장여관(061-666-8052)은 온돌방과 침대방을 갖추고 있다. 터미널에서 가까운 호반여관(061-665-8115~6)엔 일반 손님(2인)을 위한 방 외에 단체 손님(10명)을 위한 방이 있다.

 

●맛집

거문항 주변에 중국음식점, 횟집 등 각종 음식점과 유흥시설이 즐비하다. 거문도에는 새벽시장이 없기 때문에 신선한 회를 먹으려면 일반 횟집을 이용해야 한다. 강동식당(061-666-0034), 충청도횟집(061-665-1986).

 

 

교/통/정/보

 

●여수↔거문도/ 오가고호(061-663-2824)와 줄리아아쿠아호(061-662-1144)가 오전 7시40분, 오후 1시40분에 여수에서 동시에 출발하며 소요시간은 2시간 정도, 요금은 3만6600원이다. 거문도에서는 오전 10시30분과 오후 4시30분에 출발하고, 요금은 3만6100원이다. ※여객선은 날씨와 계절에 따라 운항 횟수와 시간이 달라지므로 사전에 전화로 확인하는 게 좋다.

 

●섬 내 교통

거문도 주민의 주요 교통수단은 오토바이와 자전거다. 섬을 구경하기 위해서는 섬일주 유람선을 이용하거나 택시 또는 도보로 관광해야 한다. 거문도항에서 백도행 유람선(061-666-4200)이 부정기적으로 운행된다. 승객이 30명 이상이면 출항하는데, 보통 오전과 오후에 한 번씩이다. 요금은 2만9000원, 왕복 2시간 반 정도 걸린다. 거문도 등대도 유람선으로 둘러볼 수 있다. 20명 이상 모이면 4000원에 이용 가능하다.

 

 

7. 배 위에서 바라본 거문도 등대.

 

   (끝)

 

 

 

세연정 누마루 난간에 고산 윤선도 자취 남았네
남해 완도 보길도
글 ·사진 양영훈 3D3Dtravelmaker@empal.com">3Dtravelmaker@empal.com" target=_blank>3Dtravelmaker@empal.com">travelmaker@empal.com
 
 

 

땅거미가 내려앉은 초저녁에 동구 전망대에서 바라본 예송리와 예작도 전경.

 

 

해남 땅끝선착장에서 보길도까지 뱃길로 1시간쯤 걸린다. 풍광 좋은 다도해 뱃길이라, 실제로는 훨씬 짧게 느껴진다. 면적이 33km2, 해안선 길이가 41km인 보길도는 섬치고는 높은 산이 제법 많다. 바다에서 바라보면 커다란 종 하나가 바다에 두둥실 떠 있는 형상이다.

 

오늘날의 보길도는 완도군의 여러 섬 중 청산도와 함께 가장 유명하다. 자연풍광이 빼어난 덕택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고산 윤선도(1587~1671)가 은거하며 ‘어부사시사’ ‘오우가’ 등 국문학사에 길이 빛날 걸작을 남겨 유명해졌다. 51세 때인 인조 15년(1637)에 보길도 부용동으로 들어온 고산은 자신만의 낙원을 건설했다. 낙서재에서 85세를 일기로 숨을 거둘 때까지 세연정, 동천석실, 곡수당, 무민당, 정성암 등 모두 25채의 건물과 정자를 지었다. 고산이 세상을 뜬 뒤 부용동 정원은 그의 서자와 후손이 관리했으나 점차 황폐해졌다. 이후 약 300년 동안이나 잡초 우거지고 주춧돌만 곳곳에 뒹구는 채로 방치됐다가 1993년에야 세연정과 동천석실이 복원됐다.

 

현재 부용동 동구의 보길초등학교와 이웃한 세연정은 부용동 정원 중에서도 원형이 가장 잘 보존된 곳이다. 세연정 주변은 굵은 동백나무를 비롯한 갖가지 상록수가 울창해서 사시사철 푸르다. 세연정의 누마루 난간에 걸터앉으면 세연지, 회수담, 동대, 서대, 판석보 등이 고스란히 시야에 들어온다. 이곳에 있으면 눈과 귀가 즐겁다. 주변 풍광이 철마다 다채롭게 달라지고 어디선가 끊임없이 물소리, 바람소리, 새소리가 들려온다.

 

 

갯돌 깔린 해변에서 해조음에 기분 좋게 취해

 

고산의 처소였던 낙서재는 세연정에서 1.5km쯤 떨어진 적자봉(430m) 북쪽 기슭에 자리한다. 낙서재 입구에는 곡수당이 있다. 몇 해 전만 해도 두 곳 모두 잡초와 나무만 무성한 폐허였으나, 최근 대대적인 복원공사로 여러 채의 건물이 다시 들어섰다. 고산이 ‘부용동 제일의 절승’이라 칭송했던 동천석실은 낙서재에서 마주 보이는 산 중턱에 있다. 개울에 놓인 다리를 건너고 동백나무, 소나무 등이 우거진 산길을 15분쯤 오르면 전망대처럼 훤하게 트인 암벽 위의 동천석실에 당도한다. 부용동 일대가 거침없이 시야에 들어온다. 부용동 골짜기에 비구름이나 안개가 낮게 깔리면 선계(仙界)에 들어온 기분마저 든다.

 

보길도에서 가장 큰 마을은 예송리다. 마을 앞 바닷가에는 천연기념물 제40호로 지정된 상록수림이 있다. 원래 바람을 막기 위한 방풍림으로 조성됐던 숲이다. 처음에는 바닷가를 따라 1.5km쯤 늘어서 있었으나 지금은 740m쯤으로 줄었다. 이 숲에는 후박나무, 붉가시나무, 생달나무, 감탕나무, 동백나무 같은 상록활엽수가 흔하다. 상록침엽수인 곰솔(해송)과 낙엽활엽수인 팽나무, 작살나무, 누리장나무 등도 군데군데 눈에 띈다. 상록수림 앞에는 ‘깻돌’이라 불리는 검푸른 조약돌이 깔려 있다. 파도가 드나들 때마다 기분 좋은 해조음이 쉼 없이 들려온다.

 

 

1. 정자리 망끝전망대 부근의 해안도로에서 본 저녁노을. 2. 고산 윤선도의 낙원인 부용동 세연정과 세연지. 3. 우암 송시열이 제주도 귀양길에 잠시 쉬어 가면서 시를 짓고 글씨를 새겼다는 ‘송시열 글씐바위’.

 

   

 

 

예송리와 청별선착장 중간에서 중통리 입구를 지나게 된다. 동쪽으로 길쭉하게 돌출한 중통리 해안에는 해송숲과 모래해변을 거느린 통리해수욕장과 중리해수욕장이 있다. 교통, 민박, 편의시설 등이 잘 갖춰진 곳이라 야영지로도 안성맞춤이다. 중리해수욕장을 지나 보길도의 동쪽 끝까지 걸어가면, 제주도로 귀양 가던 우암 송시열이 잠시 쉬면서 시 한 수를 새겼다는 ‘송시열 글씐바위’에 다다른다. 말년에 떠나는 귀양길의 설움이 묻어나는 시도, 그 시가 새겨진 바위 앞에서 바라보는 바다도 퍽 인상적이다.

 

보길도 서쪽 해안의 정자리 망끝전망대와 보옥리 사이의 해안도로는 해넘이와 낙조를 감상하기에 좋다. 해안도로가 끝나는 보옥리 바닷가에는 보족산(195m)이 뾰족하게 솟아 있다. 산 아래의 바닷가에는 아름다운 몽돌해변이 있다. 크고 둥글둥글한 갯돌이 마치 공룡의 알처럼 거대하다고 해서 ‘공룡알 갯돌밭’이라 불린다. 인적 뜸한 공룡알 갯돌밭에서는 파도소리, 바람소리, 새소리 같은 자연의 소리만 들려온다. 그 소리에 귀 기울이다 보면 어느덧 자연과 하나 된 희열이 파도처럼 가슴을 적신다.

 

 

4. 예송리의 깻돌해변과 호수처럼 잔잔한 바다에 떠 있는 고깃배. 5. 보옥리 보족산 아래의 ‘공룡알 갯돌밭’.

 

 

여/행/정/보

 

●숙박

중리해수욕장의 해그림펜션(061-553-6254)과 솔밭콘도(061-552-2990)는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바닷가에 자리한 펜션형 민박집이다. 청별선착장의 세연정모텔(061-553-6782), 보길도의아침(061-554-1199), 바위섬횟집(061-555-5612) 등은 모텔과 식당을 겸하고 있다. 세연정 근처에는 백록당(061-553-6321), 청기와(061-553-6303) 등이 있고 예송리에는 선아네(011-631-6417), 예송정(061-553-6494), 파도소리민박(061-553-6418), 황토한옥펜션(061-553-6370) 등이 있다. 최근 완공된 보길대교를 건너면 노화도의 숙박업소와 식당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맛집

대부분의 민박집에서는 미리 주문하면 식사(1인분에 약 5000원)를 차려준다. 보길도의 청별선착장 부근에는 보길도의아침(해물된장찌개), 바위섬횟집(전복요리), 세연정횟집(생선회, 061-553-6782) 등 식당이 많아서 식사를 해결하기가 어렵지 않다.

 

 

교/통/정/보

 

●땅끝↔보길도/ 해광운수(땅끝 매표소/061-535-5786)의 카페리호가 땅끝선착장과 보길도 청별선착장 사이를 오전 6시40분부터 오후 5시40분까지 30분에서 1시간 간격으로 하루 17회 왕복 운항한다. 성수기에는 증편된다. 편도운항 소요시간은 약 1시간이며, 차량(승용차 편도운임 2만 원)도 실을 수 있다. 보길도 청별선착장보다는 노화도 산양선착장에서 타고 내리는 것이 더 경제적이다.

 

●완도↔보길도/ 완도 화흥포항(061-555-1010)에서도 보길도행 카페리호가 수시로 운항한다.

 

●섬 내 교통

보길버스(061-553-7077)가 청별선착장에서 수시로 출발한다. 보길택시(061-553-8876) 소속의 영업용과 개인택시(061-553-6262, 6353)도 있는데 요금은 구간별 정액제다.

 

 

 

   (끝)

 

 

4. 예송리의 깻돌해변과 호수처럼 잔잔한 바다에 떠 있는 고깃배. 5. 보옥리 보족산 아래의 ‘공룡알 갯돌밭’.

 

 

푸른 초원 위 하얀 등대 꿈에서 본 그곳이었구나!
남해 통영 소매물도
글 김화성 3D3Dmars@donga.com">3Dmars@donga.com" target=_blank>3Dmars@donga.com">mars@donga.com 사진 양영훈 3D3Dtravelmaker@empal.com">3Dtravelmaker@empal.com" target=_blank>3Dtravelmaker@empal.com">travelmaker@empal.com
 
 

 

1. 웃매미섬으로도 불리는 경남 통영시 한산면 소매물도 전경. 통영에서 소매물도까지 하루 두 번 여객선이 출항한다.

 

 

소매물도는 손바닥만 한 섬이다. 메뚜기 이마빡만 한 땅이다. 면적 0.51km²에 해안선 길이 3.8km. 11가구 주민 20여 명(2010년 4월 현재)이 산비탈에 제비 둥지 같은 집을 달고 산다. 섬마을 뒤쪽에는 삐죽삐죽 바위산들이 둘러싸고 있다. 섬의 어깨가 미식축구 선수처럼 완강하다. 마을은 양팔 사이 가슴 아래 배꼽쯤에 붙어 있다. 오목거울 가운데 옴폭 들어간 곳이다. 굴 딱지처럼 옹기종기 낮게 들어앉았다.

 

새로 들어선 펜션과 건축이 한창인 현대식 건물들이 공룡의 가슴뼈처럼 눈엣가시로 찌른다. 이제 섬의 대부분 땅은 외지 사람들이 소유하고 있다. 주민이 살고는 있지만 땅은 이미 넘어간 집이 많다. 곰삭아 허물어지고 무너져내린 빈집들이 꼬부랑 할머니처럼 안쓰럽다. 주민들은 언젠가부터 하나둘 땅을 팔고 뭍으로 떠났다. 그 자리는 자본과 현대식 건축물이 대신했다. 소매물도는 이제 하루 서너 시간만 전기가 들어오는 곳이 아니다. 빗물을 받아 식수로 쓰는 곳도 아니다. 전기와 식수는 24시간 아무 이상 없다.

 

소매물도는 통영 미륵산 정상(461m)에서 보면 한산도 너머 끝자리에 엎드려 있다. 동남쪽 4시 방향, 통영에서 직선거리 26km. 매물도-소매물도-등대섬의 3형제 중 둘째다. 주민들은 웃매미섬이라고 부른다. 소매물도 선착장에선 통영 미륵산 봉우리가 솟아 있는 게 보인다. 미륵산은 소매물도 보고 웃고, 소매물도는 미륵산 보고 웃는다.

 

섬마을에서 위로 올라가다 보면 잔등에 소매물도 분교 터가 있다. ‘매물도 초등학교 소매물도 분교장터. 1969년 4월 29일 개교하여 졸업생 131명을 배출하고 1996년 3월 1일 폐교되었음. 1997년 3월 1일 경상남도교육감’이라고 쓰인 교적비가 서 있다. 졸업생 131명은 지금 어디서 무엇이 되어 살고 있을까?

 

 

바닷물 빠지면 등대섬 가는 길 열려

소매물도 동쪽엔 등대섬이 있다. 등대섬은 소매물도 등짝 해변길을 짚으며 간다. 길은 깎아지른 절벽 위를 따라 나 있다. 발바닥이 간질간질하다. 바람이 얼굴을 아프게 때린다. 자칫 두 다리에 힘을 주지 않으면 날아갈 것 같다. 땅바닥에 떨어진 동백의 통꽃과 산벚꽃잎이 서로 껴안고 이리저리 나뒹군다. 파도소리가 우렁차다. 저 멀리 고기잡이 통통배가 갈매기 떼를 한아름 싣고 간다. “끼룩∼ 끼룩∼” 갈매기들은 지악스럽게 따라붙는다.

 

소매물도와 등대섬 사이는 자라목 같은 잘록한 길로 이어진다. 길이 70m의 열목개 몽돌길이다. 열목개에는 수시로 물보라가 인다. 바닷물이 빠지면 열렸다가, 바닷물이 부풀어 오르면 지워진다. 사람들은 길이 열린 틈을 타서 등대섬으로 오른다. 일단 등대섬에 들어가면 물이 차기 전에 서둘러 나와야 한다. 1917년 불을 밝힌 등대(16m) 불빛은 48km까지 퍼져나간다. 주위엔 병풍바위, 촛대바위 등이 우뚝우뚝 호위하듯 서 있다. 등대섬에서 소매물도 오른쪽으로 보면 영락없이 공룡을 빼닮은 공룡바위가 눈에 걸린다.

 

 

2, 3. 기암절벽 위 아름다운 등대로 유명한 소매물도 등대섬.4. 소매물도 등대섬은 코발트빛 바다와 기암절벽이 어우러져 절경을 이룬다.

 

   

 

 

등대섬은 소매물도에서 가장 높은 망태봉(157m)에서 내려다보는 게 일품이다. 망태봉 바로 아래 해상밀수감시소 꼭대기에 올라가도 잘 보인다. 감시소는 1987년 폐쇄돼 시멘트 망루만 남아 있다. 하얀 등대와 푸른 하늘, 그리고 등대에 오르는 푸른 풀밭이 그림 같다. 여기에 코발트빛 바다와 그 뒤에 점점이 서 있는 거무튀튀한 갯바위들….

 

소매물도 섬마을 왼쪽 길은 후박나무, 동백나무 숲길이다. 섬 등짝 안쪽이라 바람도 거의 불지 않는다. 아늑하고 호젓하다. 가끔 나오는 오솔길 걷는 맛도 쏠쏠하다. 군데군데 낮은 무덤들이 누워 있다. 섬에서 태어나 살다가 섬에 묻힌 사람들. 그들은 죽어서도 말없이 섬을 지키고 있다.

 

나무들은 마을을 향해 굽어 있다. 등으로 바람을 막아낸 탓이다. 쏴아! 쏴아! 나무들의 수런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추임새로 새소리도 섞인다. 미니해수욕장 모래밭길도 꿈같다. 남매인 줄 모르고 서로 사랑하다가 죽었다는 슬픈 전설의 남매바위도 만난다.

 

소매물도에 해가 저물면 바람이 우당탕탕 찾아와 대문을 흔든다. 밤새 덜컹거리는 소리, 빈집 양철지붕 밟고 지나가는 소리, ‘차르르 철썩’ 파도가 해안절벽에 부딪히는 소리…. 아침 해가 바람을 몰아내기 시작하면, 안개가 스멀스멀 기어나와 어디론가 사라진다. 안개는 바다 얼굴을 말갛게 씻겨주고, 새끼 섬들 사이로 띠처럼 흘러간다. 고깃배는 섬과 섬 사이에서 코를 박고 그물을 친다. 금빛 갈매기들은 어김없이 아침바다를 떠돈다.

 

소매물도는 머흘다. 비바람이 휘몰아치면 뱃길이 끊긴다. 바다가 부글부글 끓기 시작하면 섬을 찾은 사람들도 발이 묶인다. 파도가 거품을 품으며 으르렁거린다. 섬마을은 오로지 바람만 활개 친다. 사람들은 방에 처박혀 쥐 죽은 듯 꼼짝하지 않는다. 나무들은 어깨를 잔뜩 움츠린 채 출렁인다. 잔뜩 물을 머금은 하늘은 먹빛이다. 선착장 마을은 그렇게 며칠씩, 눈썹달처럼 휜 섬 품 안에서 비바람을 견딘다.

 

 

해무에 휩싸인 소매물도 전경.

 

 

여/행/정/보

 

●숙박

20여 곳의 민박이 있는데, 대부분 한옥에서 방만 내주기 때문에 취사도구를 준비해가는 것이 좋다. 다솔산장(017-858-2915)은 공동 샤워시설과 수세식 좌변기가 있다. 소매물도 펜션(055-644-5377)은 등대식당을 함께 운영한다.

 

●맛집

통영이 먹을거리 천지인 데 반해 섬에선 제대로 된 식당을 찾기 힘들다. 성수기에는 미리 부탁하면 민박집에서 식사를 제공받을 수 있다. 선착장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는 다솔찻집(055-642-2916)에서는 커피와 녹차를 맛볼 수 있다.

 

 

교/통/정/보

 

●통영↔소매물도/ 통영여객선터미널에서 오전 7시, 11시, 오후 2시10분에 섬사랑1호와 엔젤3호(055-645-3717)가 출발한다. 1시간 20분 소요. ※여객선은 날씨와 계절에 따라 출항 횟수와 시간이 바뀌므로 사전에 전화로 확인하는 게 좋다.

 

●섬 내 교통

정기노선 버스나 택시 등 대중교통 수단이 없다. 구불구불한 좁은 산길이 대부분이라 걷는 수밖에 없다. 섬을 일주하는 데 4~5시간 걸린다. 주민 소유의 보트를 이용해 섬 주변을 관광할 수도 있다(1회 왕복 3만 원 정도).

 

   (끝)

 

 

해무에 휩싸인 소매물도 전경.

아무 데나 멈춰서면 거기가 한려수도 전망대…
남해 통영 욕지도
글 ·사진 양영훈 3D3Dtravelmaker@empal.com">3Dtravelmaker@empal.com" target=_blank>3Dtravelmaker@empal.com">travelmaker@empal.com
 
 

 

1. 욕지도 제일의 절경으로 꼽히는 서산리 삼여.

 

 

불교 경전인 ‘화엄경’에는 ‘약인욕료지 삼세일체불 응관법계성 일체유심조(若人欲了知 三世一切佛 應觀法界性 一體唯心造)’의 네 문장으로 이뤄진 ‘사구게(四句偈)’라는 게송(偈頌·부처의 공덕을 찬미하는 노래)이 있다. 우리말로 풀어보면 ‘만약 사람이 삼세(三世)의 모든 부처의 깨달음을 알고자 한다면, 법계(法界)의 성품은 오로지 마음에서 비롯된 것임을 마땅히 직관(直觀)해야 한다’는 뜻이다. 쉬운 듯하면서도 심오한 이 게송의 첫 문장에서 욕지도(欲知島)라는 지명이 비롯됐다. 어떤 연유로 그런 지명이 붙었는지는 몰라도, 욕지도의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노라면 자신도 모르게 무념무상(無念無想)의 평정심(平靜心)을 되찾아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낄 수 있다.

 

욕지도는 한려수도의 끝자락에 흩어진 39개의 섬을 아우르는 욕지면의 면소재지 섬이다. 통영항에서 직선거리로 27km, 뱃길로는 32km쯤 떨어진 망망대해에 연화도, 상·하노대도, 두미도, 초도 등과 함께 연화열도를 이루고 있다. 면적 28.69km2, 해안선 길이 31km의 욕지도는 연화열도에서 가장 큰 섬인데도 외지인에게 비교적 덜 알려진 곳이다. 이렇다 할 만한 관광지가 없는 데다 소매물도, 한산도, 비진도 등 통영에 속한 다른 섬들의 유명세에 눌려 있기 때문이다.

 

욕지도행 뱃길은 비교적 편리하다. 출항지가 다양하고 운항편수가 많을 뿐 아니라 뱃길의 풍광 또한 매우 서정적이다. 그래서 80리의 짧지 않은 뱃길이 채 끝나기도 전에 사람들은 한려수도의 수려하고 서정 넘치는 풍광에 매료되고 만다. 욕지도의 마을은 대부분 일주도로 주변에 자리 잡고 있다. 총길이가 15km쯤 되는 일주도로는 처음부터 끝까지 쪽빛으로 넘실거리는 바다를 굽어보며 달린다. 한적한 그 길을 따라가다 아무 데나 차를 세우면 그곳이 바로 전망대다. 어디서나 한려수도의 깨끗한 바다와 올망졸망 떠 있는 섬이 한눈에 들어온다.

 

 

일렁이는 바다 위로 솟아오른 3개의 여(礖)

 

2. 서산리의 한 방파제에서 바다낚시를 즐기는 사람들.

 

욕지도에는 외부에 널리 알려진 명소는 없지만, 일주도로를 타고 찬찬히 둘러보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풍광을 여럿 만나게 된다. 청사마을과 큰솔구지마을 앞바다에 점점이 떠 있는 섬들, 큰솔구지마을의 장엄하고도 화려한 해돋이, 내촌마을과 외촌마을의 천지를 불사를 듯한 낙조, 해금강의 일부를 옮겨놓은 듯한 서산삼여 등이 그것이다. 그중에서 특히 삼여마을 아래 바닷가에 불쑥 솟은 서산삼여는 욕지도를 대표하는 절승이다. 까마득한 해안절벽과 시퍼렇게 일렁이는 바다, 수면 위로 뾰족이 솟아오른 3개의 여(礖·물에 잠긴 바위)가 한데 어우러져서 장관을 이룬다.

 

바위로만 뒤덮인 욕지도에는 모래해변이 거의 없다. 유동·덕동·흰작살 등의 해수욕장에도 어김없이 주먹만 한 몽돌이 깔려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은 곳은 300m가량의 아담한 몽돌해변으로 이뤄진 덕동해수욕장이다. 이 해수욕장은 앞바다에 떠 있는 섬이 먼 바다에서 밀려오는 파도를 재워주기 때문에 물결이 잔잔하고 주변 경관이 아름답다. 더욱이 파도와 몽돌이 서로 덮치고 쓸리면서 쏟아내는 해조음에 귀 기울이노라면 괜한 객창감이 파도처럼 밀려든다. 워낙 외지고 한적한 이곳에서 해조음은 유난히 크고 청아하게 들린다. 마침 구름 한 점 없는 밤이라면 금방이라도 우수수 쏟아져내릴 듯한 별빛과 은하수가 밤바다의 정취를 더욱 깊고 그윽하게 돋운다.

 

   

 

 

3. 큰솔구지마을의 해안도로에서 바라본 해돋이. 거제도 위로 해가 떠오르는 광경이다.

 

 

‘화엄경’에서는 부처의 음성도 해조음이라고 한다. 바다의 파도소리처럼 크고 우렁차서 누구에게나 고르게 들리기 때문이다. 더욱이 부처의 음성과 해조음은 듣는 이의 마음을 편안하게 위무(慰撫)해준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러고 보면 욕지도라는 지명을 ‘화엄경’에서 따온 것도 이 해조음 때문인지 모르겠다.

 

 

여/행/정/보

 

●숙박

근래 욕지도에는 펜션 같은 고급 숙박시설이 대거 들어섰다. 여름 피서철에는 반드시 예약해야 한다. 욕지항 주변에 현재펜션(055-641-0104), 김선장펜션(055-642-0793), 부산여관(055-642-5209) 등 숙박업소가 많다. 청사마을의 욕지피서원펜션(010-3003-6590), 유동마을의 욕지도노을펜션(010-4561-5056)과 느티나무펜션(011-413-2910), 동항리 야포마을의 등대리조트(055-641-6285), 덕동해수욕장 부근의 돌고래민박(055-641-0393)과 욕지도펜션리조트(010-9383-6977), 도동마을의 욕지도드람펜션(055-642-1175), 목과마을의 흰작살민박(011-9523-7000) 등이 비교적 시설이 좋다.

 

●맛집

욕지항 선착장 근처의 한양식당(055-642-5146)은 싱싱한 해산물이 푸짐하게 들어가 맛이 좋으면서도 값은 저렴한 해물짬뽕 하나로 유명세를 누리는 곳이다. 이 해물짬뽕 맛을 보기 위해 욕지도를 찾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 밖에 욕지항에는 뱃머리횟집(055-643-5850), 늘푸른횟집(055-642-6777)을 비롯한 횟집이 많다. 어느 집을 찾아가나 메뉴, 맛, 가격은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대부분의 민박집에서도 식사를 차려준다. 욕지항에는 농협 하나로마트, 식육점, 슈퍼 등의 상점이 많아서 부식이나 반찬거리를 구입하기가 쉽다.

 

 

교/통/정/보

 

●통영↔욕지도/ 통영여객선터미널↔욕지도 간에는 욕지해운(통영/055-641-6181, 욕지/055-641-6183)의 욕지고속카페리호, 삼덕항(통영 미륵도)↔욕지도 항로에는 욕지영동고속(삼덕/055-643-8973, 욕지/055-641-3734)의 카페리호가 수시로 운항한다.

 

●섬 내 교통

욕지도에서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기가 불편하다. 1대뿐인 시내버스는 주로 여객선의 도착시간에 맞춰 운행한다. 택시는 없다. 되도록 차를 싣고 들어가는 게 좋다.

 

 

4, 5. 아담한 몽돌해변으로 이뤄진 덕동해수욕장. 6. 욕지도 큰솔구지마을 부근의 해안도로에서 바라본 두미도와 연화열도의 섬들.

 

 

   (끝)

 

 

해금강 못지않고 지중해 부럽지 않은 풍경일세
남해 거제 외도
글 ·사진 양영훈 3D3Dtravelmaker@empal.com">3Dtravelmaker@empal.com" target=_blank>3Dtravelmaker@empal.com">travelmaker@empal.com
 
 

 

거제도는 우리나라에서 제주도 다음으로 큰 섬이다. 그러나 막상 거제도에 가보면 섬이라는 느낌이 별로 들지 않는다. 이 섬과 뭍 사이의 좁은 물목인 견내량에는 한강 다리만큼 큰 신거제대교가 놓여 있고, 다리를 건너면 장승포항까지 왕복 4차선 국도가 시원하게 이어지기 때문이다. 고속도로 같은 국도 주변에는 세계적 규모의 조선소와 고층 아파트도 들어서 있다. 섬 특유의 한적한 분위기와 단절감 따위는 도무지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풍경과 정취는 도시화와 산업화가 급속도로 진행된 북동부 해안에 국한된다. 그 지역을 제외한 거제도는 여전히 깨끗한 바다와 수려한 자연, 따뜻한 인심이 살아 있는 섬이다.

 

거제도에는 전국적으로 이름난 관광명소가 적지 않다. 그중 남부면 갈곶리의 해금강은 거제도의 수려한 자연풍광을 대표해온 절경이다. 한때 거제도를 찾는 관광객 대부분은 해금강을 구경하러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적어도 1995년 구조라해수욕장 남쪽의 작은 섬에 외도 보타니아가 처음 문을 열기 전까지는 그랬다. 지금도 거제도 동부해안에서 출항하는 유람선은 모두 해금강을 경유한다.

 

 

1. 외도의 여름 풍경. 수국 만발한 화단 저편에 비너스가든이 보인다. 2. 항만식당의 해물뚝배기. 3. 바다전망대에서 바라본 선착장 주변 풍경. 4. 한낮에도 어둑할 정도로 울창한 외도의 상록수림길.

 

 

이국적 정취 물씬 풍기는 그림 같은 해상농원

기암절벽으로 이뤄진 무인도인 해금강은 원래 전체적인 생김새가 칡뿌리를 닮았대서 ‘갈도’라 불렸다. 깎아지른 암벽 위에는 수백 년 동안 모진 비바람과 해풍을 견뎌온 노송이 우뚝하고, 섬 머리께에는 희귀 난초를 비롯해 700여 종의 식물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게다가 대양에서 쉼 없이 밀려오는 파도가 절벽 곳곳에 십자동굴, 부엌굴 등의 해식동굴과 용트림바위, 촛대바위, 신랑신부바위 같은 기묘한 형상을 빚어놓아 북녘 땅의 해금강에 못지않은 절경을 이룬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해금강이라 불리기 시작했고, 1971년에는 강릉 소금강계곡의 뒤를 이어 명승 제2호로 지정되기도 했다.

 

그런 해금강을 제치고 거제도의 대표적 관광명소로 자리 잡은 외도 보타니아(070-7715-3330, www.oedobotania.com)는 거제도에 딸린 600여 개 섬 중 하나인 외도(外島·밖섬)에 자리한 해상관광농원이다. 거제 구조라항에서 남동쪽으로 4.5km, 한려해상공원 해금강에서 북서쪽으로 5km쯤 떨어져 있다. 사방이 가파른 바위 벼랑으로 둘러쳐져 있고, 가장 높은 곳이 해발 80m에 이르는 외도의 총면적은 16만5289㎡(5만 평)쯤 된다. 원래 이 섬에 8가구의 주민이 살고 있었는데 외도 보타니아 설립자인 고(故) 이창호, 최호숙 씨 부부에게 땅을 팔고 모두 뭍으로 떠났다.

 

외도해상농원은 발길 닿는 곳마다 선인장동산, 화훼단지, 비너스가든, 천국의 계단, 코카스가든, 놀이조각공원 등의 테마정원으로 정성스레 꾸며져 있다. 종려나무, 귀면각, 부채선인장, 부겐빌레아, 금목서, 금황환 등 740여 종의 희귀한 수목과 화초로 가득한 정원에는 지중해풍의 건물이 곳곳마다 들어서 있어 이국의 어느 휴양지에 온 듯한 느낌을 준다.

 

   

 

 

5. 비너스가든의 조각상. 6. 지중해풍 건물로 지어진 외도 보타니아의 매표소와 화장실.

 

 

선착장에 도착한 배에서 내리면 맨 먼저 빨간 기와지붕의 매표소가 눈길을 끈다. 매표소 문을 통과하면 지그재그로 이어지는 관람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동백나무 우거진 숲길도 있고, 야자나무와 선인장이 늘어선 길도 지난다. 이윽고 비탈진 길이 끝나면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의 정원을 축소해놓았다는 비너스가든에 들어선다. 다양한 포즈와 표정의 비너스 조각품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비너스가든이 끝날 즈음에는 TV 미니시리즈 ‘겨울연가’의 마지막 장면을 촬영했다는 예쁜 집 한 채가 눈에 들어온다. 남쪽 벽과 천장 중앙을 훤히 틔워서 바닷바람과 파도소리가 거실 안까지 밀려오도록 설계했다고 한다. 수국이 만발한 꽃길과 한낮에도 어둑한 대숲길을 지나면 섬의 최고봉에 있는 전망대에 도착한다.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을 바라보며 마시는 커피 맛이 오래도록 잊히지 않는다. 다시 비탈길을 내려서면 야외조각공원이다. 제기차기, 기마전 등 민속놀이를 표현한 한국전통놀이 조각품들이 친근감을 준다. 곧게 뻗은 천국의 계단을 내려와 코카스가든을 지나면 외도 탐방코스도 막바지에 이른다. 기념품 가게를 지나서 만나는 바다전망대에서는 가슴이 뻥 뚫릴 만큼 상쾌한 바다가 눈앞에 펼쳐진다. 선착장 주변 바다에는 똑같은 형태의 유람선들이 한가롭게 떠 있다. 지중해의 어느 관광지 같은 이국적 정취가 물씬 풍기는 풍경이다.

 

 

여/행/정/보

 

●숙박

외도는 구경하는 섬이다. 유람선에서 내려 1시간 30분 동안 관람로를 따라 이동하면서 돌아봐야 한다. 숙박이나 체류는 불가능하다. 하룻밤 묵으려면 거제도 동부해안에 늘어선 호텔이나 펜션을 이용해야 한다. 그중 학동 몽돌해수욕장에 자리한 몽돌비치호텔(055-635-8883)과 거제하와이콘도비치호텔(055-635-7114)은 객실 창문을 열고 바다와 해돋이를 감상할 수 있다. 함목해수욕장 입구의 솔레미오펜션(055-633-4243)도 바다 전망이 탁월하다.

 

●맛집

외도의 스낵바에서 여름에는 냉면, 겨울에는 우동 같은 간편식을 사먹을 수 있다. 외도 유람선이 출발하는 장승포의 항만식당(055-682-4369)은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싱싱한 해산물을 듬뿍 넣어 맛있게 요리하기로 소문난 집이다. 거제시청 부근의 백만석식당(055-637-6660)은 냉동 숙성시킨 멍게를 넣은 멍게비빔밥과 담백하고 깔끔하게 끓여낸 우럭지리가 맛있다. 고현의 삼대함흥냉면(055-637-3955)과 황토마당(보리밥, 055-637-5953), 장승포의 해원식당(해물찜, 055-681-5021)과 천화원(중화요리, 055-681-2408)은 거제도 토박이들의 추천 맛집이다.

 

 

교/통/정/보

 

●거제↔외도/ 외도관광을 위한 유람선은 거제도의 장승포(055-681-6565), 와현(055-681-2211), 구조라(055-681-1188), 학동몽돌해수욕장(055-636-7755), 도장포(055-632-8787), 해금강(055-633-1352)의 6개 선착장에서 출발한다. 어디에서 출발해도 관광코스와 시간, 요금은 거의 같다. 대체로 해금강을 먼저 둘러본 뒤 외도 선착장에 닿는다. 외도 관광시간은 1시간 30분으로 정해져 있다. 총 소요시간은 2시간 30분~3시간.

 

 

 

   (끝)

 

잠 못 드는 재밌는 뱃길 제주 비경 신나는 올레길
남해 제주도
글 김화성 3D3Dmars@donga.com">3Dmars@donga.com" target=_blank>3Dmars@donga.com">mars@donga.com 사진 양영훈 3D3Dtravelmaker@empal.com">3Dtravelmaker@empal.com" target=_blank>3Dtravelmaker@empal.com">travelmaker@empal.com
 
 

 

1, 2, 3. ‘올레’가 제주도의 인기 관광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굽이굽이 올레길을 걷노라면 마주치게 되는 푸른 제주 바다.

 

 

제주여행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비행기 대신 배를 타고 가는 여행객이 부쩍 눈에 띄는가 하면, 몇 해 전 시작된 제주 올레여행이 전국에 걷기여행 붐을 일으켰다. 제주여행이 해외여행보다 비싸다거나, 한두 번 가봤으니 더는 볼 것 없다고 하는 이야기는 이제 융통성 없는 사람들에게서 들을 법하다.

 

금요일 저녁 인천 연안부두 여객터미널에서 제주행 여객선을 기다리는 여행객들에게서는 설렘이 묻어난다. 인천에서 제주까지 배에서 보내야 하는 시간은 13시간 정도. 저녁에 배에 올라 하룻밤 묵고, 다음 날 아침을 제주에서 맞는다고 보면 된다. 뱃길이 지루하지 않도록 선상 불꽃축제, 라이브 공연, 레크리에이션, 댄스파티, 마술 공연 등 다양한 이벤트가 진행된다. 배에서 감상하는 일몰과 일출은 선상여행의 보너스다. 제주공항에 내려 관광버스에 오르거나 예약해둔 렌터카 키를 받아드는 것으로 시작됐던 제주여행이 제주를 향해 미끄러지듯 나아가는 배 위에서, 한층 일찍 시작되는 셈이다.

 

제주에 내리면 신발 끈을 조여매자. 그렇다고 서두를 건 없다. ‘놀멍 쉬멍 걸으멍(놀면서 쉬면서 걸으면서)’ 제주에 몇 번이나 왔어도 보지 못했던 제주의 속살을 파고들 차례다. 올레는 본래 마을의 큰길에서 집 마당으로 이어지는 작은 골목길을 가리키는 제주 방언이다. 지금은 자동차로부터 되찾은 사람의 길을 폭넓게 일컫는다. 2007년 9월 첫 코스가 탄생한 이래 최근 개장한 추자도 18-1 코스까지 제주 올레길은 모두 21개 코스가 됐다. 코스마다 제주올레사무국에서 정해놓은 난이도가 다르지만, 대체로 네댓 시간에서 대여섯 시간 소요된다.

 

 

제주 옛 숲, 엉또폭포, 신비의 바닷길, 테우 낚시…

 

4. 제주 올레길을 사진에 담는 포토 트레커들. 5. 제주 우도 올레길도 관광객에게 인기가 높다.

 

올레길은 자동차가 아닌 사람을 위해, 기계가 아닌 사람의 손으로 만든 길이다. 외돌개를 출발해 법환포구를 경유, 월평포구까지 이어지는 7코스에는 올레꾼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자연생태길인 수봉로가 있다. 2007년 12월, 새 올레코스 개척을 위해 길을 찾아 헤매던 올레지기가 염소가 지나가는 것을 우연히 보고 삽과 곡괭이만으로 만든 길이라고 한다. 같은 7코스에 속한 ‘두머니물~서건도’ 해안구간은 본래 험한 바위밭이었으나 사람 손으로 고만고만한 돌을 옮겨놓고, 길가에 돌조각을 쌓아올려 바다를 낀 제법 아름다운 산책길로 탈바꿈시켰다. 이 밖에 다양한 식물의 보고이자 올레꾼들에게서 그야말로 ‘무릉도원’이라는 수식어를 얻은 저지곶자왈과 무릉곶자왈을 이어주는 14-1 코스는 제주의 오랜 숲을 거닐 수 있는 길이다. 한편 쇠소깍을 출발, 서귀포 시내를 통과해 이중섭미술관과 소정방폭포, 천지연폭포 위를 지나 7코스 시작점인 외돌개까지 이어지는 6코스는 제주 도심과 유명 관광지를 여유롭게 돌아볼 수 있다.

 

제주 올레길의 가장 큰 매력은 차를 타고 다니면서는 미처 확인할 수 없었던 제주의 속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이다. 덕분에 아는 사람만 알았던 비경이 더 많은 사람에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큰비가 내려야 폭포수가 떨어지는 통에 ‘우중천국’으로 불리는 엉또폭포, 신비의 바닷길이 열리는 새섬과 서건도, 느림의 멋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뗏목 테우 체험이 가능한 쇠소깍과 대평포구 등이다. 대평포구는 바다낚시를 체험할 수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손맛을 한번 본 사람들은 제주에 내리자마자 대평포구를 낀 용왕난드르마을(서귀포시 안덕면 대평리)로 향하기도 한다. 마을 어선을 타고 가까운 바다에 나가 테우에서 낚시를 할 수 있다. ‘용왕이 나온 들, 바다로 뻗어나간 들’이라는 의미의 용왕난드르마을에서는 바다낚시 외에 군산(334.5m) 오르기, 소라 잡기, 마늘꿀탕 만들기, 소라양초 만들기 등도 체험할 수 있다. 군산은 대평리의 대표적 오름으로 정상에 서면 한라산과 중문단지, 멀리 가파도와 마라도까지 보인다. 주민들은 군산의 정상이 명당이라 이곳에 오르면 좋은 기운을 듬뿍 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

 

   

 

 

제주 올레여행이 인기를 끌면서 서너 명이 한방을 쓰는 게스트하우스가 유행이다. 종일 제주에 발도장을 찍고 다닌 올레꾼들이 밤이면 숙소에 모여들어 생면부지의 여행객과 소회를 나누고 정보도 공유한다. 그러나 제주 올레 체험에 어떤 전형이 있는 건 아니다. 게스트하우스가 불편하다면 호텔에서 제공하는 올레 패키지 상품을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제주 일부 호텔에서는 제주올레사무국과 연계해 제주 올레 체험을 안내한다. 호텔에서 자고, 호텔에서 제공하는 무료 셔틀버스를 이용해 원하는 코스 출발점에 편하게 이를 수 있다. 그런 다음 온전히 제주 올레길에 빠져드는 것이다.

 

제주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우도다. 우도 올레는 제주 올레의 축소판이다. 시범 케이스이자 오픈게임이다. 제주 올레를 본격 체험하기 전에 숨고르기로 우도를 한 바퀴 걸으면 안성맞춤이다. 다리도 풀고 제주 냄새도 맡을 수 있다. 우도 올레(16.1km)는 섬을 한 바퀴 도는 것이다. 거의 바닷가 해안도로를 따라 걷는다. 반바지에 슬리퍼 신고 어슬렁어슬렁 동네 한 바퀴 돌 듯 돌면 된다. 섬은 동서 2.5km, 남북 3.8km로 자그마하다. 슬슬 걸어도 3시간이면 너끈하다. 걷는 내내 파도와 바람소리가 길동무를 해준다. 짭조름한 바다 냄새와 상큼한 생풀 냄새가 버무려진다.

 

제주 올레길은 이정표가 비교적 잘돼 있지만, 사전에 제주 올레 홈페이지(www. jejuolle.org)를 통해 코스 정보를 챙겨두는 것이 좋다. 제주공항 올레안내소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6. 제주 올레길과 함께 즐기는 바다 풍광. 7, 8. 제주 올레길. 올레길은 2007년 9월 개장한 이래 21개 코스, 총 350여km에 이른다.

 

 

여/행/정/보

 

●숙박

제주 내 펜션과 민박집은 대부분 시설이 깔끔해 여행 코스와 경비에 맞춰 선택하는 것이 좋다. 제주 올레 홈페이지를 통해 자신이 돌아볼 올레길을 아우를 수 있는 숙소를 찾아보는 것도 방법이다.

 

●맛집

서귀포시 표선사거리 버스정류장에 있는 춘자국수(064-787-3124)는 올레꾼들이 인정한 2500원짜리 냄비국수 국물 맛이 일품이다. 신서귀포 김정문화회관 앞 국수냐 국밥이냐(064-739-3382)는 고기국수와 순댓국밥이 깔끔하다.

 

 

교/통/정/보

 

●인천→제주(주 3회)/ 오하마나호(제주/064-725-2500, 인천/032-889-7800) 월·수·금 오후 7시 출항(13시간 소요)

 

●부산→제주(주 6회)/ 코지아일랜드호(부산/051-464-2333, 제주/064-751-0300) 화·목·토, 설봉호(부산/051-463-0605, 제주/064-751-1901) 월·수·금 오후 7시 출항(11시간 소요)

 

●목포→제주(1일 3회)/ 퀸메리호(목포/061-243-1927, 제주/064-758-4234) 오전 9시 출항(4시간 20분 소요), 핑크돌핀호(061-243-1927, 064-758-4234) 오후 2시 출항(3시간 10분 소요), 카훼리레인보우호(061-243-1927, 064-758-4234) 오후 2시30분 출항(4시간 50분 소요) ※당일 예약 안 됨

 

●성산포(제주)→우도/ 오전 8시부터 매시 정각에 출항, 마지막 배는 오후 6시 반. 소요시간 약 20분(문의·우도해운 064-782-5671, 우림해운 064-784-2335)

 

   (끝)

 

동해 _ 죽기 전에 가봐야 할 그리운 그곳

 

원시 자연미 오롯이 간직 싱그럽고 대견한 ‘동해의 보석’
동해 울릉도 독도
글·사진 양영훈 3D3Dtravelmaker@empal.com">3Dtravelmaker@empal.com" target=_blank>3Dtravelmaker@empal.com">travelmaker@empal.com
 
 

 

송곳산 아래 해안도로에서 바라본 해 질 녘 풍경.

 

 

울릉도는 생명력 넘치는 섬이다. 우리나라 유일의 천연 원시림이 있는가 하면, 생수보다 맛 좋고 시원한 천연 암반수가 곳곳에 흐른다. 섬 전체를 에워싼 바다는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쪽빛, 비췻빛, 에메랄드빛이다. 해안절벽과 기암괴석은 역동적이다. 울릉도는 언제나 젊고 기운차며, 그곳의 자연은 늘 싱그럽다.

 

예전보다는 많이 좋아졌지만, 여전히 울릉도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여행하기 힘든 곳이다. 뱃길이 기상 악화로 인해 수시로 끊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울릉도 여정은 가변적이다. 변수가 많아서 불안하다는 사람도 있지만, 오히려 그게 더 매력적이라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일단 울릉도에 닿으면 여행의 중심코스는 해안 일주도로를 따라가는 육로 일주다. 육로 일주의 출발지는 도동항. 울릉도의 관문이기도 한 도동항에는 군청, 경찰서 같은 관공서와 호텔, 음식점, 특산품 판매장 등 편의시설이 밀집해 있다. 도동항을 출발해 사동리와 가두봉등대를 돌아서면 통구미마을이 지척이다. 가두봉과 통구미 사이의 도로변 암벽을 찬찬히 살펴보면, 짙은 꽃향기를 흘리며 화사하게 핀 연분홍 섬백리향이 눈에 띈다. 전형적인 어촌인 통구미마을에서는 거대한 거북 모양의 기암괴석, 날카로운 암벽의 향나무 자생지를 볼 수 있다.

 

 

‘여기가 정녕 우리나라 바다인가’

통구미를 뒤로하고 신호등이 설치된 몇 개의 터널을 지나면 남양리에 도착한다. 현재 울릉군 서면 소재지인 남양리와 옛날 울릉도의 행정중심지였던 태하리는 같은 서면에 속하면서도 한동안 왕래하기가 쉽지 않았다. 몹시 좁고 가파르고 구불거리는 태하령 고갯길을 넘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면 구암마을과 학포마을 사이에 새로운 일주도로 구간이 완공된 뒤로 ‘공포의 태하령 고갯길’은 피할 수 있게 됐다.

 

구암 삼거리에서 태하 방면으로 조금만 가면 2개의 나선형 고가다리가 태극 모양을 그리는 수층교가 나온다. 곧이어 수층터널과 삼막터널을 통과하면, 학포마을(작은황토구미)과 만물상이 고스란히 시야에 들어오는 산 중턱에 올라선다. 첩첩한 산줄기와 아득한 해안절벽 사이에 절묘하게 들어앉은 학포마을 풍경이 퍽 이채롭다. 다시 길을 나서 태하터널을 지나면 태하리가 지척이다.

   

 

 

1. 성인봉 전망대에서 바라본 성인봉 원시림지대. 2. 북면 추산 앞바다의 공암 옆으로 지나는 유람선. 3. 가두봉과 통구미 사이의 해안도로변 암벽에 핀 섬백리향 꽃. 4. 북면 해안에 우뚝 솟은 삼선암과 에메랄드빛 바다. 5. 울릉도의 별미인 보배식당의 홍합밥.

 

 

옛 우산국의 도읍지였다는 태하리는 이제 한적하기 그지없는 갯마을이다. 그러나 아름답고도 슬픈 전설을 간직한 해신당이 있고, 근처의 대풍감 절벽 위에는 태하등대가 있어 일부러 한번 찾아가볼 만하다. 특히 태하등대는 가는 길에 모노레일이 설치돼 있고, 등대 옆에 전망대가 세워져 울릉도 여행의 필수코스로 자리 잡았다.

 

태하리에서 현포령을 넘어서면 울릉군 북면 땅이다. 속리산의 말티재처럼 구불구불한 현포령 고갯길에서는 현포항 일대의 그림 같은 풍광이 눈앞에 펼쳐진다. 북면의 해안풍광은 울릉도에서 가장 웅장하고도 다채롭다. 수천 개의 돌기둥을 묶어놓은 듯한 공암, 하늘을 찌를 듯이 뾰족한 송곳산, 세 선녀의 전설을 간직한 삼선암, 2개의 해식동굴이 뚫려 있는 관음도 등 울릉도를 대표하는 해안절경이 모두 이곳에 있다. 더욱이 죽암마을 근처의 바닷물은 환상적인 에메랄드빛이다. ‘여기가 정녕 우리나라 바다인가’ 싶을 정도로 물빛이 오묘하고도 아름답다.

 

울릉도 해안도로는 완벽한 일주도로가 아니다. 북면 섬목과 울릉읍 내수전 사이에는 찻길이 나 있지 않다. 차를 타고 일주에 나선 관광객들은 도리 없이 갔던 길로 되돌아 나와야 한다. 하지만 두 발로 걸으면 완벽한 울릉도 일주가 가능하다. 북면 석포마을과 울릉읍 내수전마을 사이에 아주 근사한 옛길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 길은 지금도 사람들이 간간이 왕래하는 덕택에 비교적 넓고 뚜렷하다. 특별히 위험하거나 몹시 비탈진 구간도 없다. 산 옆구리에 비단을 두른 듯이 자연스럽고 평탄하다. 길 왼쪽에는 바다가 펼쳐진다. 숲길을 걷다가 언뜻언뜻 보게 되는 바다가 신기하고도 반갑다. 그 바다에는 죽도가 뗏목처럼 떠 있다. 시야가 쾌청한 날이면 독도까지도 아스라이 보인다. 원시적 자연미를 간직한 이 길을 1시간 반쯤 걸으면, 저동항 일대가 한눈에 들어오는 내수전전망대 아래에 도착한다.

 

울릉도 여행의 백미는 성인봉 등산이다. 성인봉은 울릉도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성인봉 산자락이 바다와 맞닿은 곳에 마을과 일주도로가 있고, 마을과 일주도로 옆의 산자락을 거슬러 오르면 어김없이 성인봉 정상에 다다른다. 이처럼 성인봉은 울릉도를 낳은 어머니요, 울릉도에 솟은 모든 산봉우리의 지존(至尊)이다. 그러니 울릉도까지 간 마당에 성인봉을 올라보지 않을 수 없다. 성인봉 정상을 밟아보지 않은 울릉도 여행은 반의 반쪽 여행에 불과하다.

   

 

 

6. 독도의 동도 정상에서 해수면까지 깊게 팬 분화구. 7. 서도에서 바라본 동도. 울릉군청의 독도관리소 직원이 여객선 쪽으로 다가가는 광경이다. 8. 동도의 몽돌해변에서 바라본 서도 전경.

 

 

성인봉에 올라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우리나라에 하나뿐인 ‘진짜 원시림’이 그곳에 있기 때문이다. 물론 육지에 ‘마지막 원시림’ ‘처녀림’ 같은 수식어가 따라붙는 천연림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은 아름드리나무가 울창한 숲에 상투적으로 붙이는 수사일 뿐이다. 실제로 태곳적부터 한 번도 훼손되지 않고 천연의 상태를 고스란히 간직한 숲은 오직 성인봉 원시림(천연기념물 제189호)뿐이다. 그 숲의 원시적 자연미에 미쳐서 성인봉을 제 집 드나들 듯 오르내리는 육지 사람도 적지 않다.

 

마지막으로 유람선을 타고 울릉도를 한 바퀴 돌아본다. 험준한 절벽으로 이루어진 해안 가운데에는 아예 육로로의 접근이 불가능한 곳도 적지 않다. 도동항에서 출발해 시계 방향으로 섬을 한 바퀴 돌아오는 해상 유람선 일주 코스의 운항거리는 약 41km인데, 소요시간은 1시간40분~2시간20분이다.

 

오랫동안 금단(禁斷)의 섬이었던 독도는 2005년 3월 24일 이후 일반인 관광이 허용됐지만, 울릉도에서 뱃길로 87.4km 떨어진 독도 땅을 밟아보기란 여전히 쉽지 않다. 바다 날씨가 변덕스러운 데다, 울릉도와 독도 간 항로는 늘 파도가 높은 편이라 여객선이 출항 못하는 날이 허다하다. 배가 독도에 근접했더라도 독도선착장 주변 높은 파도와 너울 때문에 접안하지 못하고 되돌아오기 일쑤다. 독도 땅을 밟아보려면 그야말로 하늘의 도움이 있어야 한다.

 

독도선착장에서의 체류시간은 30분에 불과하다. 하지만 선착장에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독도는 천하절경이다. 유리처럼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바다도 아름답고, 파란 바다 위에 각양각색으로 솟아오른 기암괴석도 장관이다. 절묘한 형상의 장군바위, 숯돌바위, 삼형제굴, 탕건봉 등이 서 있는 바다는 해양조각공원 같은 느낌을 준다. 동도 계단길이 시작되는 지점 앞쪽에는 아담한 몽돌해변이 있다.

 

 

선착장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독도는 천하절경

어느덧 허락된 30분이 지나고, 다시 선착장을 빠져나온 배는 독도와 약 100m 거리를 유지하며 시계 반대 방향으로 섬 전체를 한 바퀴 선회한다. 가까운 바다에서 바라보는 독도는 기운차고 늠름하다. 하늘을 찌를 듯이 솟은 절벽과 그 아래를 쉼 없이 때리는 파도의 위용이 대단하다. 억겁의 세월 동안 파도와 비바람이 만들어놓은 기암절경도 줄을 잇는다. 얼굴바위, 독립문바위, 천장굴 등이 차례로 나타났다 사라지자 곧이어 한반도 모양을 쏙 닮은 풀밭이 눈에 들어온다. 동도와 서도의 곳곳에 둥지를 튼 수만 마리의 갈매기가 한꺼번에 날아오르는 광경에 사람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탄성을 내지른다.

   

 

 

9. 독도선착장 부근의 갯바위에서 한가로이 쉬고 있는 물개. 10. 독도관광 여객선에서 바라본 독도 원경.

 

여/행/정/보

 

●숙박

사동의 대아리조트(054-791-8800), 저동의 황제모텔(054-791-8900), 도동의 세운모텔(054-791-2171) 등이 추천할 만하다. 석포마을이 속한 북면 쪽에서는 송곳산 아래의 추산일가(054-791-7788), 나리분지의 산마을식당민박(054-791-4643), 추산수력발전소 옆의 울릉아일랜드펜션(054-791-8888) 등이 괜찮다.

 

●맛집

울릉도에서는 ‘울릉5미’(울릉 약소, 홍합밥, 산채비빔밥, 오징어, 호박엿)를 맛봐야 한다. 자연산 따개비를 넣은 따개비밥과 따개비칼국수도 울릉도가 아니면 맛보기 어려운 별미다. 도동의 99식당(따개비밥·약초해장국, 054-791-2287), 보배식당(홍합밥, 054-791-2683), 향우촌(울릉 약소, 054-791-8383), 산마을식당(산채비빔밥, 054-791-4643), 천부의 신애분식(따개비칼국수, 054-791-0095) 등이 손꼽힌다.

 

 

교/통/정/보

 

●포항·동해(묵호)↔울릉도/ 대아고속해운(www.daea.com)의 쾌속선이 포항(054-242-5111)과 동해 묵호(033-531-5891)에서 각 하루 1회 왕복 운항한다. 하지만 여객선의 운항시간과 횟수는 기상, 계절, 요일 등의 변수에 따라 자주 바뀌므로 미리 확인한 뒤 예매하는 게 좋다. 대아여행사(02-514-6766)에 문의하면 서울과 묵호항을 매일 왕복 운행하는 셔틀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섬 내 교통

울릉도 내에는 정기노선버스(우산버스/054-791-8000)와 관광버스(울릉도개발관광여행사/054-791-6866), 울릉택시(054-791-2315) 소속의 지프형 택시와 개인택시(054-791-2612)가 운행한다.

 

 

독/도/입/도/신/청

독도관광 여객선을 운항하는 대아고속해운(054-791-0801)이나 독도관광해운(054-791-8111)을 통해 접수하면 편리하다. 기타 자세한 내용은 울릉군 독도관리사무소(054-790-6645~6646, 팩스 054-790-6649)에 문의하면 된다.

 

 

독/도/행/배/편

대아고속해운의 쾌속선이 매일 1회(오후 2시) 도동항에서 출발한다. 이 배는 독도선착장에 접안하지 않고 섬 주변만 두 차례 선회한 뒤에 되돌아온다. 소요시간은 3시간 내외. 독도관광해운의 삼봉호도 1일 2회(오전 7시40분, 오후 2시30분) 도동항에서 출항한다. 이 배의 정원은 210명이지만 독도 상륙은 선착순 70명만 가능하다. 총 소요시간은 5시간 내외. ※ 독도관광 여객선은 날씨, 요일, 계절, 비·성수기 등 다양한 변수 때문에 수시로 출항 여부와 출항 시간이 달라지므로 이용 전에 전화로 확인해야 낭패 보는 일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