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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수하고 찰진 메밀국수 영월 주천면 꼴두국수 먹으러가요

코알㉣r 2011. 12. 2. 01:22
30년 정성이 담긴 구수하고 찰진 메밀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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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팍한 의미가 담겨 있는 국수

 

식당은 단출하다.

 

요리를 하는 할머니 한 분, 가끔 식당일을 도와주는 할아버지 한 분.

너무 세련되고 유명해져서 사람들이 득실득실한 국수집과는 거리가 멀다.

 

식탁 3개에 노부부가 이용하는 방이 식당 공간의 전부다.

오히려 정성 가득한 손맛을 원한다면 테이블 몇 개 없는 이런 식당이 구미가 당긴다.

 

식당 내부만 허름한 게 아니다. 이름부터 독특한 꼴두국수는 ‘맛있는’ 사연과는 거리가 멀다.

 

‘지겹게 먹어 이제 꼴도(두) 보기 싫다’는 괴팍한 의미가 담겨 있다.
“예전에는 꼴도 보기 싫어했던 걸 요즘은 사람들이 그리워서 찾잖아요.”

주인 할머니는 면을 반죽하면서도 추억 더듬기에 여념이 없다.

주변을 둘러보니 읍내에 주천장이 서는 날이어서인지 평일 점심인데도 식당이 북적북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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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반죽으로 빚어낸 두툼한 면발

 

“일일이 손 반죽을 하니까 번거롭긴 하죠.

요즘은 힘이 없어 미는 것은 기계로 하고 나머지는 다 손으로 합니다.

미리 만들어두면 편하지 않냐고요? 그러면 면 맛이 떨어져서 못써요.

그때그때 만들어야 식어도 쫄깃한 면을 맛볼 수 있는 거죠.”

이곳 꼴두국수의 주재료는 질 좋은 메밀.

인근 지역에서 나는 메밀을 구해다 물에 씻어 볕에 잘 말린 뒤 단골 방앗간에서 가루를 낸다.

 

메밀과 밀가루는 6대4 정도로 섞는다.

꼴두국수가 찰진 맛을 내는 것은 역시 그날그날 손 반죽을 해서 내놓기 때문이다.

반죽한 뒤 국수를 내오는 과정은 빠르고 정성스럽게 할머니 손에서 이뤄진다.

“스물아홉 살 때부터 영감하고 식당을 했는데 국수는 아직도 나 혼자 만들어요.

영감도 하는 일이 많죠. 새벽 4시면 일어나서 채소를 일일이 다 썰어주니까.”

반죽한 뒤 칼로 두툼하게 썰어낸 면은 무, 다시마, 멸치, 당근, 양파가 들어간 육수에 끓여낸다.

호박과 파를 차례로 넣고 듬성듬성 썬 감자와 두부를 곁들인다.

고명으로는 깨소금, 김과 함께 특이하게 마늘이 올라간다.

완성된 꼴두국수는 쫄깃한 맛이 혀에 먼저 감긴다.

너무 텁텁하지도 않고 입을 유혹하기 위해 매끈거리지도 않는다.

국수와 함께 먹는 육수 맛은 요란하지 않고 담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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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단골을 유지한 변함없는 맛

 

이 집 꼴두국수의 사연은 3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일식당 주인 윤함구 할아버지(73)는 영월 주천면 신일리가 고향인 이곳 토박이다.

"어렸을 적에는 뭐 먹을 게 있었나.

소나무 껍질이나 둥굴레 같은 걸 먹었는데 그런 건 독해서 많이 먹을 수 없었어.

그나마 지겹고 퍽퍽해도 꼴두국수가 배를 채우는 데 그만이었지.”

경북 예천이 고향인 할머니는 영월로 시집 와서 꼴두국수를 처음 맛봤다.

예천과 달리 영월 산골은 뭘 심어도 농사가 여의치 않았다.

 

대신 풀을 매고 메밀 씨를 뿌리면 메밀은 풀보다 빠르게 자랐다.

형편이 어려웠던 부부는 결국 지겹고도 흔한 메밀에 기대 주천읍 터미널 옆에 식당을 차렸다.

 

터미널 옆 식당은 커피도 팔고 정류장 손님들이 돈을 주면

인근 가게에서 소주도 사다주는 소박한 공간이었다.

 

터미널 화장실 옆에 자리 잡은 식당 전세값이 200만 원.

버스 기사들에게 ‘똥또간식당’으로 낮게 불리던 시절이었다.

그러다 10여 년 전 초등학교 옆으로 이사를 왔다.

남들이 보기엔 허름한 식당이건만 노부부는 “이 정도면 궁궐”이라며 넉넉하게 웃는다.

처음 신일리에 정착했을 때나 주천읍 버스터미널 옆에서

간이식당을 할 때보다는 형편이 좋아졌다는 얘기다.

자리를 옮겨도 변함없는 것은 국수 맛이다.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국수 맛은 똑같다고 하네요.

재료도 중요하지만 손맛과 정성이 변함없어야 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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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박김치, 무채 등이 곁들여지다

 

노부부의 정성이 깃든 꼴두국수에는 배추김치, 나박김치, 무채 등이 곁들여진다.

 

모두 국산 재료로 할머니가 직접 담근 것들이다.

 

영월읍내 몇몇 식당에서도 꼴두국수를 팔지만 구수하기보다 달달하다는 게 손님들의 평이다.

메밀로 만든 꼴두국수는 외지인들에게는 다이어트와 당뇨에 좋은 별미로 소문이 났다.

30여 년 식당을 하는 동안에 숱한 단골들이 다녀갔다.

벽에는 손님들의 낙서가 빼곡하고, 방명록에도 유명 인사들이 남기고 간 흔적이 가득하다.

서울, 제주뿐 아니라 일본, 중국 손님들도 다녀갔단다.

유명세를 탄 식당은 쉴 틈이 없다. 365일 문을 연다.

 

설, 추석 명절에는 고향을 찾은 귀성객들이 옛날 맛이 그리워 꼴두국수집을 찾는다.

단골들은 기다리다 못해 상도 치우고 메밀전을 직접 부치기도 한다.

할머니는 예전엔 메밀 한두 말만 받아오면 됐는데

요즘은 가마로 주문해야 한다며 즐거운 푸념을 늘어놓는다.

주천읍은 예전에는 꺼먹돼지촌으로 유명한 곳이었다.

법흥계곡에 놀러가는 관광객들이 꺼먹돼지를 맛보기 위해 쉬다 가곤 했다.

 

최근에는 한우를 직매하는 다하누촌이 형성돼 사람들을 불러들인다.

예나 지금이나 고기로 유명한 고장이지만 진한 메밀 향 가득한 국수집은

그 속에서도 빛이 바래지 않고 명성을 유지해오고 있다.

 

30년 동안 꼴두국수를 팔아 4남매를 키운 노부부는 이제 손자들이

“할머니, 꼴두 보기 싫다는 국수 한 그릇 만들어줘요” 할 때가 가장 행복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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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 여행지

 

주천면은 섶다리로 유명한 곳이다.

읍내에서 섶다리가 있는 둔치까지 걸어서 이동이 가능하다.

 

최근에는 한옥 민박집도 읍내에 들어섰다.

빼어난 경치를 자랑하는 요선정, 요선암 역시 주천읍내에서 차량으로 10분 거리에 있다.

 

요선정은 조선 숙종, 영조, 정조가 친필 어제시(御製詩)를 남긴 곳으로

정자 아래에 법흥계곡이 흐른다. 서면 선암마을 역시 언덕 위 전망대에서

한반도 모습을 조망할 수 있는 곳으로 주천읍에서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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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길

영동고속도로와 중앙고속도로를 경유해 신림IC에서 빠져나간다.

찐빵으로 유명한 황둔 찐빵거리를 지나 20여 분 달리면 주천읍이다.

신일식당은 읍내 초등학교 골목 초입에 있다.

 

 

 

맛정보

신일식당(033-372-7743)의 꼴두국수는 6,000원.

꼴두국수 외에도 손만두(6,000원), 메밀전(1,000원) 등을 내놓는다.

옥수수로 만드는 올창묵은 8월까지만 판매한다.

 

신일식당 외에 인근 제천식당(033-372-7147) 등에서도 꼴두국수를 판다.

읍내에는 다하누촌 식당 골목이 형성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