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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 3, 8일이 들어간 날이면 동해시 구미동에는 시끌벅적한 장이 선다. 북평장이다. 평소에는 조용하던 도로가 장날
이면 새벽부터 차일이 하나둘씩 쳐지기 시작한다. 그리고는 이내 난전이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늘어선다. 작은 보
따리에 직접 기른 채소를 가져온 할머니에서 묵호항에서 공수한 싱싱한 생선을 펼친 아주머니, 전국 장을 돌며 장사
를 하는 장돌뱅이 등으로 북평장은 활기가 넘친다.
북평장의 역사는 조선 정조 20년(1796)으로 거슬러 올라가니 200년이 넘는다. 삼척읍지 <진주지>에는 '정조 20년,
북평장은 매월 3, 8, 13, 18, 23, 28일의 여섯 번 장이 열리는데 장세를 받았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오랜 세월부터
동해시 주민들과 동고동락 해 온 셈이다. 전천을 끼고 장이 섰었으나 물길이 변하면서 하구 쪽으로 이동했다. 1910년
10월에는 홍수로 인해 북평마을이 잠기자 장이 다른 곳에 서기도 했다. 지금의 자리를 잡은 것은 1932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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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평장이 지금까지 번성하는 데에는 지리적인 이유가 크게 작용한다. 동해에서 삼척으로 이어지는 7번 국도변이고,
태백에서 넘어온 37번 국도와 정선에서 이어진 42번 국도가 동해시에서 만난다. 사통팔달로 연결된 도로가 인근 주
민들의 접근을 용이하게 한다.
200년 역사를 지닌 재래시장
전국의 5일장이 대형 쇼핑센터에 밀려 점점 세가 축소되거나 이름만 남은 채 유명무실해 간다. 하지만, 북평장의
현실은 다르다. 점포와 노점을 합해 800여 개가 넘는다. 아직도 기운이 넘치는 청년이라고 할까.
단연 눈에 띄는 노점은 수산물 좌판이다. 바닷가와 큰 항구를 끼고 있으니 없는 어류가 없을 정도로 종류나 규모면에서 가장 크다. 살아
움직이는 오징어, 제수용 돌문어, 가자미, 고등어 등 동해에서 건져 올린 어류가 빨간색 플라스틱 소쿠리에 한 가득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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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물을 파는 구역이 비교적 규모가 크다면, 농산물을 파는 구역에는 텃밭에서 길러 낸 채소 등을 조금씩 가져와 판
매하는 노인들이 많다. 호박 몇 개를 놓고 앉아 있거나, 배추 몇 포기․더덕 한 줌을 펼쳐놓고 손님을 기다리는 모습이
연출된다. 물건의 모양새도 백화점의 그것 마냥 크기나 모양이 잘 생기지 않았다. 어떤 것은 뒤틀려 있고, 어떤 것은
반듯하다. 가공하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이기에 소비자는 믿고 구입한다. 재미있는 것은 과일 좌판은 구역 구분
없이 어디서나 판을 벌인다는 점이다. 물론 규모는 작다. 감 몇 개, 귤 몇 개를 소쿠리에 담아 팔리기를 기다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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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이 서는 날은 마치 축제날 같다. 사람들로 북적이니 활기가 넘치고, 물산이 풍부하니 정이 가득하다. 물건값 흥정하
는 소리도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은 추억이다. 이 모든 게 북평장의 장사가 잘되고, 날로 발전하기 때문이다. 사람이
모여드니 노인들이 조금이나 살림살이에 보태기 위해 직접 기른 농산물을 들고 장 한 켠에 자리를 잡는다. 자릿세는
3.3㎡(1평)에 500원. 부담 없는 비용에 물건도 팔고 서로 세상 이야기할 수 있으니 북평장은 점점 풍성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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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아쉬운 건 있다. 북평장의 쇠전(우시장)이 230여 년의 역사를 뒤로하고 2008년 1월 28일 사라졌다. 성남 모란
장, 전북 이리장과 함께 우리나라 3대 장터로 꼽히던 쇠전은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북평장 쇠전에는 200두가 넘는
소가 자리를 차지했다. 북평장을 유명하게 만들었던 주인공이 쇠전이다. 1776년에 처음 시작되어 장이 서기 하루 전
인 2일과 7일에 열렸었다.
<여행정보>
◎ 가는 길
* 자가운전
영동고속도로 → 동해고속도로 → 동해IC → 7번 국도 삼척 방면 → 효가사거리 → 북평교 → 북평장
* 대중교통 서울→동해
강남 고속버스터미널에서 50분 간격 운행. 소요시간 3시간 (일반 16,100원 우등 23,800원)
동서울터미널에서 약 1시간 10분 간격으로 운행. 소요시간 2시간 50분 (일반 16,100원)
◎ 볼거리
촛대바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일출 명소. 촛대와 꼭 닮은 길쭉한 바위가 바다에 솟아 있어 촛대바위라 부른다.
자연이 오랜 시간 깎고 다듬어 만들어 낸 조각솜씨가 인상적이다.
망상해수욕장
동해시의 대표적인 해수욕장. 특히 국내 최고 수준의 오토캠핑장이 갖춰져 있어 여름이면 피서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오토캠핑장에는 캠핑카 백여 대를 수용할 수 있는 캠핑 시설이 마련되어 있다.
◎ 맛집
무릉계곡 입구의 무릉회관(063-534-8194)은 백숙, 산채비빔밥, 감자전 등 평범한 메뉴를 내지만 하나같
이 맛이 깊다. 묵무침도 깔끔하며 된장찌개도 시골 특유의 시원함이 살아 있다. (백숙 3만 5,000원, 산채
비빔밥 6,000원)
◎ 잠자리
천곡동 인근에 시에버(033-531-3430)는 언덕에 자리해 객실에서 바다가 바라다보인다. 1층에는 아기자기
한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카페가 마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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