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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밀꽃 지천인 봉평, 문화행사도 활짝

코알㉣r 2012. 9. 13.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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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사언이 머물렀던 봉평 팔석정

 

 

늦더위가 남아있는 9월초. 하지만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에는 곳곳에 하얗게 '눈'이 내렸다. 조금 더 가까이 살펴보면 눈이 아니라 '팝콘'을 흩어 놓은 것 같기도 하다. 봉평면 지천에 널려 있는 메밀밭에 꽃이 피어나면서 하얀 눈세상을 만든 것이다.

작가 이효석(1907∼1942)은 그의 대표 소설 '메밀꽃 필 무렵'에서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라고 메밀밭 풍경을 묘사했다. 봉평의 메밀꽃밭을 바라보고 있으면, 소설 중간에 이런 시적인 문구가 등장한 까닭을 가슴으로 느낄 수 있다. 메밀밭 한쪽 구석에서 금방이라도 허생원과 동이가 나귀를 몰고 튀어나올 것 같은 환상적인 분위기다.

메밀꽃을 평창 주민들만 보고 즐길 수는 없었는지 7일부터 16일까지 봉평면 효석문화마을 일원에서는 '제14회 평창효석문화제'가 열린다. 메밀꽃밭에서 이효석의 숨결을 그대로 느껴볼 수 있는 이번 행사는 평창의 다양한 먹거리와 주변 경치까지 덤으로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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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 소설에 등장하는 물레방앗간

▲ 제14회 평창효석문화제

봉평은 가산 이효석 선생이 태어나고 자란 곳이자,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배경이 되는 지역이다. 장돌뱅이 허생원과 성씨 처녀의 사연이 있는 물레방앗간, 장돌뱅이들이 드나들던 충주집이 봉평에 그대로 재현돼 있다. 메밀꽃이 피는 시기에 맞춰 평창효석문화제(www.hyoseok.com)도 봉평면 효석문화마을 일원에서 열린다. 메밀꽃밭을 문인들과 함께 걸을 수 있는 '효석문학 100리길 걷기행사', 전국의 문학청년들이 모여드는 '효석백일장', 시 낭송과 소설 낭독 등이 포함된 '이효석 문학의 밤' 등 다채로운 문학행사가 줄을 잇는다. 아울러 나귀 타고 생가 가기, 메밀음식만들기 등 체험행사와 각종 공연 등 이효석과 봉평을 상징하는 각종 프로그램이 꽉 차있다.

봉평에는 이효석문학관, 평창무이예술관 등 메밀꽃과 이효석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관람시설이 많다. 이효석문학관에서는 '메밀꽃 필 무렵', '늪의 신비' 등 가산의 소설 속 삽화를 접할 수 있고, 1968년 제작된 영화 '메밀꽃 필 무렵'도 감상할 수 있다. 평창무이예술관에서는 축제기간 중 메밀꽃 압화, 메밀꽃 그림, 휴대폰 고리 만들기, 손수건 만들기, 판화체험, 도자기만들기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특히 평창무이예술관에서는 30년 동안 메밀꽃 그림을 전문으로 그려온 정연서(59) 화백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생생한 메밀꽃을 거의 유일하게 표현할 수 있는 화가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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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끼로 뒤덮인 장전계곡

▲ 늦더위를 잊게 만드는 맑은 물

메밀과 이효석의 고장인 평창은 물이 맑은 지역으로도 유명하다. 특히 봉평의 팔석정과 평창 장전계곡은 굳이 이효석문화제가 아니라도 찾아볼 만한 절경을 자랑한다. 팔석정은 봉평면 흥정계곡에 있는 여덟 개의 바위다. 조선 전기 4대 명필 중 한 명인 양사언이 강릉부사 시절 이곳의 빼어난 경치에 취해 8일 동안이나 머물며 경치를 즐겼다는데서 유래했다. 양사언은 그 후에도 1년에 세 번씩 찾아와 시상을 가다듬었고, 각각의 바위에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중국의 전설에 나오는 세 개의 신산(神山)인 봉래(蓬萊)·방장(方丈)·영주(瀛洲)와 석대투간(石臺投竿·낚시하기 좋은 바위), 석지청련(石池淸蓮·푸른 연꽃이 피어 있는 듯한 바위), 석실한수(石室閑睡·낮잠을 즐기기 좋은 바위), 석요도약(石搖跳躍·뛰어오르기 좋은 바위), 석평위기(石坪圍碁·장기 두기 좋은 바위)라는 글씨를 바위에 새겼다.

진부면 장전리의 장전계곡은 맑은 계류와 숲,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멋스런 풍경이 일품으로 오대천으로 흐르는 계곡 중 최고로 꼽힌다. 계곡 최상류에 자리한 이끼계곡은 전국적인 유명세를 타고 있다. 가리왕산 이끼계곡의 진부애기나리 외 21종의 식물이 유전자와 종 보전을 위한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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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밀싹 육회

벌개미취 꽃밭과 전나무 숲길

평창에서 메밀꽃과 더불어 가을 정취를 느낄 수 있게 하는 꽃이 바로 토종 야생화인 벌개미취다. 대관령면 병내리의 한국자생식물원에서는 보라색 벌개미취가 산자락 한 면에 가득 차 있는 장관이 펼쳐진다. 진부면 방아다리 약수 입구의 전나무숲길도 평창의 빼어난 경치 가운데 하나다. 방아다리 약수는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국내 7대 약수로 꼽히며, 떫고 쏘는 맛이 위장병과 피부병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한편, 평창은 '메밀의 고장'답게 메밀묵, 메밀전병, 메밀나물무침, 메밀전, 메밀싹비빔밥 등 메밀로 만든 각종 음식이 관광객들의 입맛을 돋운다. 그 중에서도 봉평면 창동리의 미가연(033-335-8805)에서는 메밀싹육회, 메밀싹육회비빔밥, 이대팔쓴메밀국수 등 메밀을 활용해 3가지 특허까지 받은 음식을 제공하는데, 그 맛도 일품이다. 메밀묵에 돼지고기, 김치 등을 넣어 끓여내는 전통음식 '태평추'도 인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