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테마 ~!!

‘함양’ 용추폭포 부서지는 물보라 가마솥더위 확 날린다

코알㉣r 2012. 9. 5. 21:57

 

 

경상남도의 서쪽 끝에 자리 잡은 함양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국립공원을 두 개나 끼고 있는 곳이다. 북쪽으로는 남덕유산의 거친 산자락이 흘러내리고, 남쪽으로는 지리산의 험한 능선이 둘러쳐져 있다. 해발 1000m가 넘는 산이 무려 15개나 되다 보니 자연히 깊은 골짜기도 곳곳에 널려 있다. 뜨거운 햇볕으로 도회지의 아스팔트가 달궈지며 숨이 턱턱 막히는 한여름에 함양 땅을 찾으면 여름나기가 한결 수월해진다. 폭포 아래서 얼음물 같이 차가운 계류에 발을 담글 수 있고, 햇살이 좀처럼 빈틈을 찾지 못하는 울창한 숲 속에서 뙤약볕을 피할 수 있다. 덤으로 깊은 산 속에서 길러낸 산삼으로 무더위에 지친 몸도 추스를 수 있는 곳이 함양이다.





용추계곡 심원정 앞 청심담으로 뛰어드는 피서객.

높이 18m 폭포 장대한 물줄기

함양에서 만날 수 있는 최고의 계곡은 물론 지리산 칠선계곡이다. 설악산 천불동 계곡, 한라산 탐라계곡과 더불어 우리나라 3대 계곡 중 하나인 칠선계곡은 '계곡 중의 계곡'이라고 할 수 있다. 지리산 최후의 원시림이 남아 있는 곳으로 천하의 비경을 자랑하며 험준한 산세로도 이름이 높다. 그러나 칠선계곡은 현재 휴식년제가 시행 중이어서, 안쪽으로 들어갈 수가 없다. 또 워낙 험해 가족들과 함께 가볍게 오를 수 있는 곳도 아니다. 칠선계곡 외에도 함양에는 지리산의 한신계곡, 남덕유산의 화림동 계곡 등 전국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계곡이 여럿이다.

하지만 함양 사람들이 피서지로 가장 많이 찾는 곳은 용추계곡이다. 이곳은 자연휴양림과 오토캠핑장 등 편의시설도 잘 갖추고 있다. 남덕유산과 능선을 맞대고 있는 기백산(1331m)에서 흘러내리는 용추계곡의 백미는 용추사 바로 아래 자리한 용추폭포. 용추폭포는 자동차로 바로 옆까지 접근할 수 있다. 길에서 돌계단을 내려가자 폭포수가 뿜어내는 서늘한 기운이 확 밀려온다. 마침 전날까지 장맛비가 쏟아져 높이 18m에 달하는 이 폭포는 위용이 대단하다. 밤새 내린 비를 잔뜩 품고 무서운 기세로 물을 토해내고 있다.





함양 용추폭포에서 장대한 물줄기가 쏟아져 내리고 있다. 주변에 앉으면 폭포수가 발산하는 서늘한 기운이 밀려와 무더위를 절로 잊게 된다.

용추폭포는 아래서만 올려다보는 게 아니다. 용추사를 거쳐 폭포 위로 올라갈 수 있다. 폭포 옆으로 널따란 반석이 여러 겹 포개져 있어, 자리를 잡고 앉아 폭포의 떨어지는 물길을 바로 옆에서 감상할 수 있다.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지는 물줄기를 내려다보니 폭포수의 한기까지 겹쳐 온몸이 오싹해진다.

폭포 앞의 소(沼)는 수심이 워낙 깊어 물놀이는 폭포 한참 아래 계곡에서 즐기게 된다. 가장 운치 있는 곳은 용추계곡 입구의 심원정 아래다. 심원정은 유학자 돈암 정지영이 노닐던 곳에 후손들이 고종 3년(1806년)에 세운 수수하고 고풍스러운 정자. 심원정 바로 아래 소가 마음이 맑아진다는 청심담이다. 여고생 몇 명이 튜브를 들고 청심담에 들어선다. 계곡물이 워낙 차가워 어찌할 줄을 모르는 표정이다. 바위 위에서 다이빙을 즐기는 피서객도 있다. 심원정에서 이 장면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무더위는 저만치 멀어져 가고 있다.

마음이 맑아지는 상림 연꽃 밭

여름 함양에서 빼놓을 수 없는 풍경이 상림의 연꽃이다. 6만6000㎡(2만평)에 달하는 연꽃밭은 어른 키를 넘는 수련으로 가득 차 있다. 연잎은 수박만 한 크기이고, 백련·홍련·분홍련 등 다양한 연꽃이 피기 시작했다. 연잎에 동그르르 구르는 물방울을 보면 마음이 절로 청신해지는 느낌이다. 연꽃 구경을 하다 더워져도 걱정할 게 없다.





용추계곡 심원정 앞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여학생들.

상림 안으로 들어가면 그만이다. 2만여 그루의 나무가 빼곡하게 들어서 있어 햇볕을 가려주는 상림 안은 바깥보다 3∼4도가 낮다고 한다. 상림 안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피서가 된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상림은 1100여년 전인 신라 진성여왕 때 당대 최고의 문장가 최치원이 조성한 '가장 오래된 인공림'이다.

산삼축제서 더위에 지친 몸 보신

함양에서는 산삼으로 무더위에 지친 몸을 추스르는 호사도 누릴 수 있다. 지리산과 덕유산 등이 만드는 산 그늘이 워낙 깊은 함양은 산양 산삼 재배의 최적지로 꼽힌다. 함양에서는 매년 수백만 포기의 산삼을 재배하고 7월 30일까지 상림 일대에서 산삼축제를 진행한다. 산삼 재배지에서 직접 산삼을 캐서 가져갈 수 있고, 산삼 백숙·산삼 떡 등을 즐길 수 있다.

해가 저물어 함양읍에서 멀지 않은 한 한옥 펜션에 여장을 풀었다. 에어컨을 끄고 한지를 바른 창문을 반쯤 열어놓자, 청량한 바람이 들어온다. 선풍기를 켜놓지 않아도 쉽게 잠을 청할 수 있는 게 아닌가. 서울의 아파트에서는 밤새 자면서 흘린 땀으로 이불이 눅눅해지곤 하는데, 이곳 이불은 다음날 아침에도 여전히 뽀송뽀송하다.

함양=글·사진 박창억 기자daniel@segye.com" target=new>daniel@segye.com





상림의 연잎에 영롱한 물방울이 맺혀 있다.

■ 여행정보

서울에서 출발하면 대전∼통영 고속도로의 함양 JC에서 88고속도로로 갈아탄 후 함양 나들목에서 빠져나오면 된다. 함양에서는 구불구불 돌아가는 길로 유명한 오도재, 자연암반에 수많은 불상을 새긴 서암정사도 찾을 만하다. 숙소로는 개평마을 언덕에 자리 잡은 한옥 펜션 '정일품 농원'(1577-8958)을 추천할 만하다. 직접 키운 푸성귀로 차린 식사를 제공하고, 전통체험 교육장 등을 갖추고 있다. '지리산 관광농원'(055-964-5777)에서는 산삼 닭백숙과 함께 흑돼지·흑염소 고기를 맛볼 수 있다. '옥연가'(963-0107)에서는 '연잎 정식'을 내놓는다. 칠선계곡 입구의 '칠선산장'(962-5630)에서는 지리산에서 직접 채취한 나물로 만든 산채 정식이 유명하다. 상림 인근의 '대장금'(964-9000)은 오곡밥 한정식을 내놓는다. 산지의 산삼값은 5년근 5만원, 7년근 7만원선. 함양군청 문화관광과 (055)960-4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