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큼의 추억이 쌓여간다는 의미와도 같다.
골목길 또한 마찬가지다.
눈 깜짝할 새 지나가는 나이는 뻥뻥 뚫린 대로와 같지만,
소박한 일상과 삶의 애환들이 켜켜이 쌓여 만들어진
추억들은 골목길 따라 느릿느릿 흐른다.
그렇다.
골목길을 걷는다는 것은 바로 우리의 삶과 시간을 되새기는 산책과도 같다.
부산은 골목길의 도시다.
기름때 묻은 작업복, 구멍 뚫린 양말, 오래 돼 해진 내복…
고단한 삶을 널어놓은 빨래줄이 길게 드리워진 태극마을의 골목길,
먼지가 폴폴 나는 낡은 책들이 두꺼워진 시간을 말해주는
보수동책방골목, 어둑해진 밤이면 짭짜름한 고갈비에
막걸리 한 사발 걸치던 고갈비 골목, 일제 밥통 미제 커피가
상류사회의 필수품이었던 시절 선망의 대상이었던 깡통시장 골목….
빛바랜 사진 속 아련한 추억들이 골목길을 타고 흐른다.
가슴 한 켠이 헛헛해지는 어느 날,
부산의 골목길을 걸으며 그 시절을 추억하고
쓰다듬어 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골목 하나. 부산판 산토리니, ‘태극마을’ 의 비밀]
- 태극을 받들며 도를 닦는 태극도민들이 한국 전쟁 이후 정착한 집단촌인 태극마을
부산 사하구 감천 2동 감천고개 꼭대기.
옥녀봉에서 천마산을 이르는 산자락을 따라
알록달록한 색깔의 슬래브 지붕을 위에 올린 집들이 다닥다닥 서로 몸을 붙이고 섰다.
“왜냐고? 글쎄,
모르지 나야.
그냥 이쁠려고 칠해놓은 것 아니겠어?
파란, 주황, 분홍, 노랑 등 갖가지 페인트로 칠해진
지붕을 바라보며 왜 저렇게 색을 칠해놓았냐는
기자의 질문에 태극마을 주민들의 대답은 한결같다.
그 뿐만 아니다.
집들은 모두 햇볕을 향해 있다.
단 한집의 소외도 없이 해뜰 때부터 해질녘까지 햇빛이 똑같이 머무른단다.
- 달동네 사람들의 고단한 일상과도 같은 비탈길이, 높고 긴 계단이 계속 이어진다
‘한국의 산토리노’,‘ 레고마을’ 로 불리는 태극마을은
경사진 비탈을 따라 조성된 달동네와 실핏줄처럼
뒤엉킨 좁은 골목으로 대표된다.
마을의 역사는 이렇다.
태극을 받들며 도를 닦는 신흥종교인 태극도민들이 한국 전쟁 이후
이곳으로 피난 와서 정착한 후부터 집단촌을 이룬 곳으로,
최근까지 태극마을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당시 이곳은 독특한 계단식 집단 주택 양식으로 이상향적인
집단 거주 장소를 추구했는데 주택의 색깔만 바뀌었지
지금도 그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다.
허나 지금은 종교인들이 대부분 마을을 떠나고,
삶이 궁핍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흔히들 말하는 달동네다.
가장 진솔한 삶의 모습과 마주하는 골목길
- 다닥다닥 붙은 옛날 집들, 그 사이로 구불구불 좁다랗게 이어진 골목길
- 바람결에 나부끼는 빨래들. 가는 집게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려있는 빨래들이 왠지 애처롭다
언제부턴가 태극마을은 카메라를 짊어지고 나선
이들에게 축복과 같은 배경이 되어왔다.
성냥갑처럼 얇은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총총하게
박힌 집들이 하늘로 오르고 있는 모습이,
달동네 사람들의 고단한 일상과도 같은 비탈길이,
높고 긴 계단이 그들에게는 멋진 피사체가 되기 때문이다.
수북이 쌓여있는 연탄재,
지붕에 말려놓은 운동화 등 거미줄처럼 얽힌
골목골목을 지나다보면 가장 진솔한 삶의 모습들과
쉼 없이 만나게 된다.
태극마을을 돌다보면 한 가지 신기한 점을 발견할 수 있는 데
바로 어느 골목을 들어가도 길이 다 통한다는 사실이다.
그러하기에 달동네 사람들의 애환을 그린 옛 드라마
똑순이의 ‘달동네’ 속 그것처럼, 태극마을 사람들도
서로의 살림살이까지 훤히 보일 정도로 불편한 환경이지만,
서로 보듬으며 소박한 정을 나누며 살아간다.
내 집 네 집 모두 감천 바다가 바라보이는 멋진 ‘오션 뷰’
- 꿈꾸는 부산의 마추픽추 태극마을의 예쁜 벽화
- 어느 집에서든 감상할 수 있는 감천 앞바다의 전경
물론 태극마을 사람들의 삶이 골목길 오르며
차오르는 깊은 숨소리처럼 고단할 수도, 미로처럼
꼬인 길처럼 헝클어져 있을 수도 있다.
또한 편리함보다는 불편함이,
즐거움보다는 고단함이 앞설 지도 모른다.
하지만 마을 어느 집에서 보든 한 눈에 들어오는
감천 앞바다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그 비싼 최고급 호텔의 ‘오션 뷰’ 보다
더 멋진 전경에 절로 감탄사가 나온다.
내려가는 길,
작은 집 쪽방을 통해 흘러나오는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소리에 어두웠던 가슴 한 켠에 사르르 미소가 번진다.
[골목 둘. 세월의 더께가 책장 가득 묻어나는 ‘보수동 책방골목’]
- △ 묵은 책들에서만 느낄 수 있는 아련한 향수가 풀풀 풍기는 보수동 책방골목의 풍경들
태극마을 외에도 보수동 책방골목, 고갈비골목, 깡통시장 골목 등
부산에는 외지인들이 부러워하는 골목길들이 많다.
그 중에서도 변변한 책 한 권 구하기 힘들었던 옛날,
헌책을 팔아 저녁거리를 마련하던 아련한 추억이 함께 서린
보수동 책방골목은 부산의 명물거리로 손꼽힌다.
국제시장 입구 대청로사거리 건너편 보수동 쪽으로 나있는
보수동책방골목은 국내에 채 얼마 남지 않는 헌책방 골목.
한국전쟁으로 부산이 임시수도가 되었을 때는
피난민이 가져온 귀중한 책을 생활을 위해 팔고,
피난 온 학교 교수들과 학생들이 필요에 의해 사들이게 되면서
활기를 얻게 되었는데 이것이 보수동책방골목의 시작이다.
전성기는 1960-70년대로,
당시 약 70개의 책방이 있었다 한다.
2008년 현재에도 약 200m의 좁은 골목 구석구석에
50여 개의 책방이 오밀조밀 붙어 영업을 하고 있다.
사선방향으로 좁게 난 골목길 양쪽으로 난 책방들은
묵은 책들에서만 느낄 수 있는 아련한 향수가 풀풀 풍긴다.
[골목 셋. 천의 얼굴 가진, 가장 부산다운 시장 ‘깡통시장 골목’]
- 통조림 뿐만 아니라 없는게 없는 깡통시장
-
- 왁자하던 노랫소리 사라진 고갈비 골목의 외로운 풍경
깡통시장이라는 이름이 붙은 부평시장도 가보자.
국제시장과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인접한 깡통시장.
하고 많은 이름 중에 왜 하필 깡통시장일까?
연유는 이렇다.
한국전쟁 후 미군이 진주하면서
군용물자와 함께 온갖 상품들이 밀수입되었다.
특히 과자, 생선 등 미국물건으로 대표되는
갖가지 통조림이 많이 수입되었는데 그 이후
시장의 이름이 깡통시장이 되었다고.
미사일 빼고는 구하지 못하는 외제 물건이 없다는
농이 나돌 정도로 유명세를 탔다.
지금도 역시 ‘통조림 깡통’ 외에도 없는 것 없이
각종 수입품을 저렴하게 판매한다.
서울의 남대문 시장 쯤 생각하면 쉽게 이해가 갈 터.
예나 지금이나 깡통시장은 보는 재미, 사는 재미가 쏠쏠하다.
골목이라면 옛 미화당 백화점 뒤쪽에 위치한 고갈비 골목도 빼놓을 수 없다.
1980년대까지 고갈빗집이 번창했지만 현재 남은 집은
남마당, 할매집 등 단 2곳뿐. 생고등어 구워서 술 한잔
곁들이면서 세월을 이야기하던 옛날을 추억해 볼 수 있다.
여행팁
◆ 감천동 태극마을 가는 방법
부산 지하철 토성동역 10번 출구로 나와
감정초등학교 가는 마을버스 2번 승차 - 감정초등학교 앞 하차
◆ 보수동 책방골목 가는 방법
경부고속도로(대구,울산) → 경부톨게이트 → 도시고속도로 → 남포동 → 보수동
◆ 부평시장(깡통시장)가는 방법
1) 자가이용 : 경부고속도로(대구, 울산) → 경부톨게이트 → 도시고속도로 → 남포동
2) 대중교통(기차) :부산역하차 - 지하철승차 → 자갈치역 7번 출구
◆ 부산 여행 문의 :
부산역관광안내소 051-441-6565/
부산시청관광안내소 051-888-3527
관광불편신고센터 051-861-1101
'여행 테마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름다운 드라이브 길 (0) | 2012.03.27 |
---|---|
한국관광 으뜸명소 8곳 (0) | 2012.03.26 |
소래습지생태공원 탐방기 ... (0) | 2012.03.21 |
천년의 이야기를 간직한 영산강의 보석-전남 (0) | 2012.03.19 |
남녀노소 누구나 무리 없이 즐기는 해안산책 (0) | 2012.03.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