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테마 ~!!

KTX 타고 떠나는 곡성 레트로 여행

코알㉣r 2011. 12. 24. 00:38

지난 10월 5일부터 전라선 KTX가 곡성에 정차하게 됐다. 용산에서 서울까지 소요 시간은 2시간 50분대. 기존의 새마을호 열차보다 1시간 10분이나 단축되었다. 작정하고, 마음먹고 떠나야했던 곡성이 훨씬 가까워졌다. 아주 짧은 일탈이 가능할 만큼.


· 시간마저 정지한 옛 간이역



 




모든 사라지는 것은 아쉽다. 그것이 사람이든 애초부터 숨이 붙지 않은 무생의 것이든. 마지막 경춘선이 운행되던 날을 기억한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마지막을 함께하며 오랜 노고에 대한 격려 속에 안녕을 고했다. 사라짐이 안타까운 이유는, 다시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오래된 것이 주는 안도감은 바로 그 때문이다. 지금껏 그래왔듯 언제까지고 사라지지 않을 것 같은 착각이 주는 안도감. 세상이 빨라지면 빨라질수록 옛것에 대한 향수가 깊어지는 이유이다. 한 해를 두 달 남짓 남겨둔 11월. 숨가쁘게 달려온 걸음을 잠시 멈추고 뒤를 향해 반발자국만 되돌아가자 말하려는 참이다. 멈칫할 필요는 없다. 아주 잠시 잠깐의 일탈만으로 충분하니까.

서울 용산역에서 KTX 전라선을 타고 2시간 50분. 곡성역에 도착한다. 1999년 전라선 복선화 공사로 지금의 자리에 세워진 신 역사다. 이곳에서 700m가량 떨어진 곳에 구 곡성역이 자리한다. 1933년 일제에 의해 지어진 옛 곡성역은 2004년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번쩍거리는 LCD 텔레비전과 현금인출기, 에어컨을 흉물처럼 들여놓긴 했지만 맞배 지붕을 드러낸 역사는 그때고 지금이고 변함이 없다. 대합실의 해묵은 나무 의자에는 역사를 스쳤을 수많은 사람들의 추억이 방울방울 매달려 있다. 플랫폼으로 발을 옮긴다.

1999년까지 익산과 여수를 신나게 달리던 전라선 열차가 지나던 철로가 까만 주름을 드러내고 있다. 전라선 복선화 공사로 한때 철거의 위기에 놓였던 철로와 역사의 운명을 바꿔놓은건 곡성군이었다.
철도청으로부터 17.9km에 이르는 전라선 구간을 매입한 곡성군은 곡성역과 가정역 구간을 기차를 테마로 한 관광 상품으로 개발했다. 이곳을 ‘섬진강 기차마을’이라 부르고 입장료를 받는 이유이다. 레일 위에는 출발선 앞에 선 마라톤 주자처럼 숨을 고르고 있는 까만 증기 기관차가 기척을 내며 출발을 알린다. 서둘러 기관차 안에 몸을 싣는다.


· 섬진강기차마을
구(舊) 곡성역 안쪽에 조성된 테마파크. 장비공원, 천적 곤충관, 동물농장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증기 기관차를 타려면 입장료를 지불하고 역내로 들어와야 한다.



입장료 대인 2천원/소인 1천원 문의 061·362-7461


· 섬진강 따라 굽이굽이 증기 기관차



곡성, 가정 구간을 운행하는 증기 기관차는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총 5회에 걸쳐 운행된다. 한 번에 탈 수 있는 인원은 300명가량. 가까스로 올라탄 기차 안은 이미 앉을 자리가 없다. 손잡이를 잡고, ‘칙칙폭폭 철커덕’ 하며 유난히도 덜컹거리는 기차의 진동에 몸을 맡겨본다. 1960년대 전성기 그 모습 그대로라는 증기 기관차는 일반 디젤 기관차를 옛 기관차로 무늬만 개조한 것이지만, 새하얀 수증기까지 내뿜는다. 드라이아이스를 이용한 것이라 했다.

시속은 고작 30km. 아름다운 섬진강을 눈에 담기에 충분한 ‘늑장’이요, ‘여유’다. 유홍준 교수는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철길 중 하나로 이곳을 손꼽았다. 유하한 섬진강변을 따라 굽이도는 열차는 빨리 달릴래야 달릴 수가 없어 보인다. 일부러 가장 느린 길을 찾아 골라 놓은듯 길이 굽이굽이 휘어진다. 빨리 가려고 산허리도 잘라먹고, 강줄기를 끊어놓고야 마는 ‘오늘의 방법’을 비웃기나 하듯이 말이다.

곡성역을 출발한 열차는 30분 후에 종착역인 가정역에 도착한다. 아무리 달려도 기차는 더 이상 도심에 닿을 수 없다. 오직 서로가 서로의 종착역이 되어 달릴 뿐이다.

왕복 티켓을 끊었다면 30분 후, 기차에 다시 몸을 실으면 된다. 열차에 오르지 않아도 된다면, 인근에 위치한 곡성 섬진강 천문대, 기차펜션에 들러보는 것도 좋다. 좀 더 여유가 있다면 인근 자전거길을 달려보는 것도 좋다. 일대에 조성된 자전거 길은 라이더들에게 꽤 매력적이다. 구체적인 자전거 코스는 안내 센터에 비치된 책자를 참고하면 되고, 자전거는 가정역 인근 매점과 청소년 야영장에서 빌릴 수 있다.



· 곡성 여행, 어디까지 갈까
갑작스런 일탈이 더 이상 길어지는 걸 원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4시 10분. 곡성발 용산행 KTX에 몸을 실어야 한다. 아직 시간은 많다. 그러니 우리가 취할 수 있는 몇 가지 경우의 수는 더 남아 있다. 선택은 당신에게 맡기겠다.

· 심청 이야기 마을



곡성은 심청의 고장이다. 심청 이야기의 모델이 된 실존인물 원홍장의 고향이 바로 전남 곡성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곡성 어디를 가든 심청을 캐릭터한 동상이나 일러스트와 마주하게 된다. 심청 이야기 마을은 한옥 펜션 단지지만, 짧은 산책 코스로도 좋다.

· 섬진강 레일바이크

침곡에서 가정역까지의 편도 구간이다. 증기 기관차가 지나간 5.1km 철로 위를 레일바이크의 페달을 밟으며 이동한다. 2인승의 경우 1대당 1만5천원, 4인승은 2만2천원이다. 완주하는데 40~50분이 소요되며, 가정역에서 침곡역까지는 셔틀버스를 운행하다.

· 영화세트장



50년대 시가지를 재현해 놓은 영화세트장으로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아이스케키’등의 촬영지이다. 사진관, 전당포, 국밥집 등 당시의 서민상을 알 수 있는 간판들이 눈길을 끈다. 복고 의상을 입고 기념사진을 찍어보면 재미있겠다.

· 섬진강 별미, 참게탕



참게는 재첩과 함께 섬진강을 대표하는 먹거리다. 그 옛날엔 참게가 눈에 밟힐 정도로 많아 보릿고개 때 배고픔을 잊게 해줬던 음식이다. 대게나 꽃게보다 먹을 것은 적지만 단단한 껍질을 오도독 씹어가며 속살을 발라먹는 재미가 있다. 다른 매운탕과 달리 참게탕은 시래기와 무를 걸쭉하게 넣어 만든 것이 특징이다.


· 진강 기차 마을 펜션



실제로 운행했었던 기차를 펜션으로 개조했다. 내부는 온돌 바닥이라 따뜻하고, 객실마다 화장실, 부엌이 딸려 있어 가족 여행객들도 묵기 편하다. 증기 기관차의 종점인 가정역에 위치하며, 객실에 딸린 테라스에서는 섬진강변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4인 기준 6만원부터. 문의 061·362-5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