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앓이 / 水香 김화란
봄비가
차가운 바람에 밀려
얼굴을 스치며
멀리 날아가 버린 날
가슴 속
큰 멍에 하나가
고개를 들며
퍼렇게 물들이고 있다
다시 생각하지 않으리라
입을 앙 다 물며
써늘한 봄비 속을 걸었건만
머리로 되는 다짐이
가슴으로는 통제할 힘이 없어
봄비를 바라보며
눈물을 삼키고 있는 바보
한 번만
그대 모습 보기 위해
안개 걷힌 길목에 서 있는 오늘
보면 더 힘든데
다시 만나면 더 아플 텐데
가슴앓이로
방향조차 잃어버린 나
끝도 보이지 않는
그리움
가슴앓이는
나를 떠나지 못하고 있기에
봄비에
풀어헤친 가슴 씻고
지나간 인연이라 위로한다
긴 한숨 몰아쉬며
못다 한 사랑
저쪽 하늘에서 이루길 소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