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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가 바다 위에 서 있는 와타즈미 신사. 도요타마히코노미코토라는 긴 이름의 해신을 모시는 해궁이다. 바다 위에 서 있는 2개의 도리는 간조와 만조에 따라 모습이 달라진다.
- 아유모도시 공원·쓰쓰자카 전망대…때묻지 않은 자연 속 곳곳 볼거리
- 운하와 최익현순국비·덕혜옹주비 등 20세기 초 격동의 시대 흔적 오롯이
- 신선한 해산물 가득 향토음식 일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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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 끝 쓰쓰자키 전망대에서 바라본 바다. 대한해협과 쓰시마 해협의 경계에 있어 해류가 빠른 곳이다.
다만, 눈에 띄는 요란함보다 자연으로 가득한 텅 빈 풍경을 좋아한다면 대마도는 바람직한 여행지가 될 수 있다.
아무것도 없어서 더 근사한 작은 마을과 인파로 붐비지 않는, 아니 사람을 찾아보기 힘든 아기자기한 볼거리들이 방해받지 않는 있는 그대로의 여유를 선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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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어가 회귀하는 곳''이란 뜻을 가진 아유모도시 자연공원. 한국의 계곡과 닮은 친숙한 모습이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호텔에서 멍하니 풍경을 즐기는 것도 좋지만 볼거리들을 찾아나서는 것도 나쁘지 않다. 대마도는 그 곳들조차 여유로운 곳이다. 이즈하라에서 차를 타고 한 시간 정도를 달리면 아유모도시 자연공원에 도착한다. 아유모도시는 은어가 돌아온다는 뜻인데, 정말 은어가 회귀할 만큼 깨끗하고 맑은 물이 화강암 사이로 흘러내려 간다.
대마도는 대략 섬의 90%가 산으로 이루어져 대부분의 길이 산 중턱을 따라 나있다. 30분을 달려도 다른 차나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풍경과 시간은 멈춰서 있는데, 나만 달려가는 기분이다.
대마도 최남단에 위치한 쓰쓰자키는 태종대와 유사한 전망대다. 대한해협과 쓰시마 해협의 경계로 해류가 무척 빠른 곳인데, 수백 년 전 일본과 한국을 오가는 배들은 쓰쓰자키를 바라보며 항해했다고 한다. 거친 바다 위로 암초들이 점점이 솟아있는 이곳에서 절경을 즐기지도 못한채 긴장하며 항해했을 뱃사공에 대한 안타까움이 느껴질 정도로 풍경이 아름답다.
한참을 달려 시이네로 향했다. 숲을 헤치며 달려가는 차 안에서도 고개를 돌리기만 하면 삼나무 사이로 바다가 내려다보인다. 비가 오다 그치기를 반복한다. 산이라 그런지 날씨가 제멋대로다. 비록 인간이 만든 탈것 속에 있지만, 자연의 조화로움 속에 파묻혀 빗소리를 듣노라면 더없이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냥 바라보고, 듣고만 있어도 좋은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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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즈하라 시내를 가로지르는 조그마한 운하.
이즈하라에서 북쪽을 향해 가면 해안선을 따라 군데군데 모여있는 집들이 보인다. 조그만 바닷가 마을들을 스쳐지나다보면 어느덧 만제키바시다. 만제키바시는 20세기 초 일본해군이 함대의 통로로 사용하기 위해 인공적으로 만든 운하에 세워진 다리다. 이 운하는 러일전쟁에서 일본이 승리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운하가 완공되는 순간 하나의 섬이었던 대마도는 상 대마도와 하 대마도로 나누어지게 됐다. 이 두 섬을 잇는 만제키바시는 일본인들에겐 승리의 다리, 우리에겐 통한의 다리다. 이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바다의 신을 모시는 와타즈미 신사가 있다. 이곳에는 신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도리가 바다 위에 서있다.
대마도는 일본이 대륙의 문화를 받아들이는 첫 관문이었다. 그래서 대마도에는 우리 역사와의 깊은 관계를 증명하는 것들이 많다. 조·일 국교가 수립된 뒤 1636년부터 1811년까지 9회에 걸쳐 진행된 조선통신사는 부산에서 출발해 대마도에서 첫 여정을 시작했다. 지금도 대마도에는 조선통신사를 기념하는 축제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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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야키 요리.
소설가 권비영이 쓴 책으로 널리 알려진 덕혜옹주는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녀이자 고종의 셋째딸이다. 일본은 대한제국 황족을 일본 본토에서 교육해야한다는 미명하에 덕혜옹주를 일본으로 끌고 가 대마도 번주의 후손 소 타케유키와 결혼시킨다. 이후 덕혜옹주는 지병인 조발성치매증이 악화되어 불행한 삶을 보내다 숨을 거둔다. 덕혜옹주 결혼봉축기념비에는 마지막 황녀의 비극적인 삶은 기록되어 있지 않았다.
즐거운 여행을 위해서는 맛있는 음식이 필수다. 대마도의 경우 우선 쓰시마 해협의 거친 해류에서 잡힌 신선한 회가 그만이다. 대마도를 대표하는 향토음식으로, 갓 잡은 생선과 조개 그리고 제철 채소들을 달군 돌 위에서 구워먹는 이시야키가 있다. 달궈진 돌에서는 열기가 뿜어져 나오고 해산물과 채소는 하나씩 익어간다. 소스에 찍어 먹는 맛이 일품이다. 토종닭과 표고버섯 등으로 만든 전통 전골요리 이리야키도 먹어 볼 만하다.
대마도는 정복할 필요도, 100배로 즐길 필요도 없는 섬이다. 차분히 정지된 시간을 즐기거나, 발길 닿는 대로 가는 것이 외려 대마도를 오롯이 느끼는 길일 수도 있다. 마음속의 남은 자리는 그냥 여백으로 채워두고….
# 부산~이즈하라 쾌속선 1시간45분
- 여행사 통해 렌터카 등 예약 대행
미래고속에서 지난 달 28일부터 부산과 대마도 이즈하라 항을 연결하는 쾌속선 코비를 운행하고 있다. 부산을 오전 9시20분 출발해 1시간45분뒤인 11시5분에 이즈하라 항에 도착한다. 돌아오는 배편은 오후 3시40분이다.
대중교통으로 버스가 있지만, 편수가 적고 운행지역이 제한되어있다. 이즈하라 항은 작은 규모라 도보로 충분히 둘러볼 수 있으나 섬의 구석구석을 자유롭게 돌아보고 싶다면 렌터카가 좋다. 여행박사는 왕복선박과 비즈니스 호텔이 포함된 여러가지 자유여행 상품을 판매한다. 렌터카부터 식당까지 예약 대행서비스도 제공한다. 070-7017-2172